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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판 ‘제리 맥과이어’…‘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동물원판 ‘제리 맥과이어’…‘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입력 2012-01-12 00:00
업데이트 2012-01-1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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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전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낸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공원이든 단골식당이든, 어디를 가도 아내의 흔적이 벤자민을 괴롭힌다. 마음의 문을 걸어잠근 사춘기 큰 아들과 달나라에 토끼가 있다고 믿는 일곱살 짜리 딸을 돌보는 일도 쉽지 않다. 설상가상 아들은 퇴학까지 당한다. 다시 시작하고 싶었던 벤자민은 교외에서 마음에 쏙 드는 집을 발견한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250여 마리의 동물이 사는 폐장 직전의 동물원이 딸려 있었던 것. 포기하려던 순간, “내가 너희들을 돌봐줄게.”라며 동물 친구들에 푹 빠진 딸을 발견한다. 벤자민은 직장도 관두고 전 재산을 털어 동물원 재개장을 위한 무모한 도전을 시작한다.



18일 개봉하는 카메론 크로 감독의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는 영국 가디언지의 칼럼니스트 벤자민 미의 실화에서 비롯됐다. 아버지가 숨진 뒤 홀로 된 어머니와 형, 가족들과 함께 살 집을 찾던 그는 11만㎡의 정원에 방이 12개나 되는 대저택을 발견한다. 다만 250여마리의 동물들이 살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벤자민과 가족들의 정성으로 1년 만에 문을 연 다트무어 동물원은 생태와 교육을 테마로 한 동물원의 모델로 세계적인 명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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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크로 감독의 대표작 ‘제리 맥과이어’(1996)를 떠오르게 한다. ‘제리 맥과이어’는 잘 나가던 스포츠 에이전트가 인생의 쓴맛을 보지만, 여전히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을 통해 참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역시 용기와 도전을 통해 진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모처럼 주종목으로 돌아온 크로 감독은 한껏 실력 발휘를 한다. 가르치려들지 않고 편안하게 속삭인다. 영화관을 나선 뒤에도 한동안 “미쳤다고 생각하고 20초만 용기를 내봐. 상상도 못할 일이 펼쳐질 거야.”란 대사가 머리를 맴돈다.

벤자민 역을 맡은 맷 데이먼의 연기는 딱 떨어지는 맞춤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다. 첩보액션물의 새 장을 연 ‘본 시리즈’의 살인기계와 두 아이의 따뜻한 아빠가 모두 어울리는 건 쉽지 않은 일. 그게 가능한 배우가 데이먼이다. 지난해 ‘더 브레이브’ ‘히어애프터’ ‘인사이드잡’ ‘컨트롤러’ ‘컨테이전’ 등 5편을 선보였지만, 다작이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연기 폭이 넓다는 방증일 터.



흥미로운 점은 여주인공 스칼렛 요한슨보다 조카로 나온 엘르 패닝이 더 돋보인다. 지난해 ‘슈퍼에이트’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패닝은 친언니 다코타 패닝의 그림자를 이미 걷어냈다.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가 그를 모델로 발탈한 이유를 알만하다.

하지만, 이렇다할 갈등구조가 없는 평면적인 이야기 전개 탓인지 미국의 영화 평점사이트 로튼토마토닷컴은 신선도지수를 63%로 평가했다. ‘미션임파서블: 고스트프로토콜’(93%)보다 낮고, ‘셜록홈즈: 그림자 게임’(60%)보다 조금 높다. 북미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했는데 신통치 않았다. 개봉 첫주 936만달러를 벌어들여 6위에 머물렀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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