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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T SEOUL-서울기행3 운현궁(Unhyeongung)

VISIT SEOUL-서울기행3 운현궁(Unhyeongung)

입력 2012-10-19 00:00
업데이트 2012-10-1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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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 500년 도읍지였던 서울에는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등 여러 궁궐이 남아있습니다. 궁궐이 아니면서도 궁이라는 이름이 붙은 별궁들도 있는데요, 운현궁이 대표적인 곳입니다. 운현궁은 고종 황제의 잠저, 즉 태어나서 임금이 되기 전까지 자란 곳이자 흥선 대원권이 세도정치를 펼쳤던 곳입니다. 궁궐은 아니지만 궁궐보다 더 권세를 누렸던 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그 역사의 현장을 찾아가보겠습니다.

(스탠딩) 저는 지금 운현궁이 있는 서울시 종로구 운니동에 와 있습니다. 길 건너편에 인사동이 있고 계속 올라가면 창덕궁이 나옵니다. 지금부터 여러분을 운현궁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대문을 들어서면 너른 마당과 세월을 머금은 느티나무, 옛 건물들이 보입니다. 대문에서 가장 가까운 이 건물이 수직사인데요. 운현궁의 경비와 관리를 맡았던 사람들의 거처였다고 합니다. 대원권의 권력이 막강해지면서 궁에서 경비병이 파견되고 관리인도 늘어났겠지요. 운현궁 자체도 한창 번성했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컸다고 합니다. 고종이 즉위하면서 ‘궁’이라는 이름을 받고 그 규모를 늘려갔는데요, 담장의 둘레만 해도 수 리에 달하고 웅장한 4개의 대문이 있어 마치 궁궐처럼 엄숙했다고 합니다.

(하정효 문화재 해설사) 사적 257호로 흥선대원군의 사저이자 고종이 태어난 곳입니다. 그 당시 땅은 1만 평, 현재는 2148 평인데 서울시에서 매입해서 문을 새로 짓고 기와를 갈았습니다. 부분부분 부서진 곳을 수리해서 서울시 문화재 재산으로 1997년1월부터 개관했습니다.

대원군의 사랑채였다는 노안당으로 가보겠습니다. T자 모양의 이 건물은 전형적인 조선 후기 양반가의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특히 처마 끝이 아름다운 게 특징입니다. 지금 보고 있는 노안당이라는 편액은 추사 김정희의 글자를 집자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곳이야말로 조선 말기 정치의 산실이었습니다. 즉, 흥선대원군이 펼쳤던 쇄국정책 등 주요 정치적 결정이 이곳에서 태어났지요. 임오군란 때 청나라에 납치됐다 돌아온 대원군이 유배되다시피 은둔생활을 한 곳도 이곳이고, 그가 임종한 곳 역시 노안당 큰방 뒤쪽에 있던 속방이었습니다. 방에는 흥선대원군이 난을 치고 있는 모습이 재현돼 있는데요, 대원군은 난을 잘 그리기로 유명했습니다.

다른 방에는 고종이 왕이 될 때 교서를 받는 모습이 재현돼 있습니다. 청색 도포를 입은 오른쪽 인물이 어릴 적의 고종이고, 가운데 앉아있는 이가 대원군입니다. 느닷없이 왕위에 오르게 된 명복이란 이름의 열두 살 먹은 아이. 그때의 심정은 어땠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자세히 보면 문턱이 많이 닳아 있는데요, 권세를 좇아 이 곳을 드나들었을 숱한 발길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옆으로 이어지는 건물이 노락당으로 운현궁에서 가장 크고 중심이 되는 건물입니다. 나중에 시아버지인 대원군과 반목하게 되는 명성황후 민 씨가 왕비수업을 받은 것은 물론 고종과의 가례를 올린 곳도 바로 이곳 노락당이라고 하지요. 지금까지 돌아본 노안당과 노락당은 고종이 즉위한 지 한 달쯤 지나서 신ㆍ증축 공사가 시작돼 9개월 만에 준공됐다고 합니다.

안으로 더 들어가면 안채로 쓰였던 이로당이 나옵니다. 대원군의 부인인 민 씨가 살림을 하던 곳인데요, 가운데에는 작은 마당이 마루로 둘러싸여 여자들만 거주하는 안채의 폐쇄적인 특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건물들 뒤로 돌아가면 고즈넉한 공간이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운현궁이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물전시관에서는 흥선대원군이 쓰던 각종 유물과 함께 일대기를 알려주는 영상물, 쇄국정책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척화비 등을 볼 수 있습니다. 또 운현궁에서는 고종‧명성황후 가례의식, 각종 세시절 행사, 전시행사는 물론 일요예술마당 등이 열려 도심 속 전통문화의 산실로도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또 전통예절교실, 서예교실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오늘은 궁궐은 아니지만 궁궐보다 더 권세를 누렸다는 운현궁을 돌아봤습니다. 영욕의 세월을 헤쳐 온 유산 속에서 옛사람의 자취를 느껴보고 싶은 분들은 꼭 한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서울신문 이호준입니다.

글 / 이호준선임기자 sagang@seoul.co.kr

영상 / 장고봉PD gobo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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