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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이기는 사람들] ①연탄공장 사람들 ‘한파 녹이는 검은 구슬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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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힘에 밀려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아직도 가난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연탄, 그리고 혹한의 추위 속에 ‘따뜻한 정’을 생산하고 있는 연탄공장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18일 새벽 5시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있는 삼천리이앤이 연탄공장을 찾았습니다. ‘어엿한’ 공장인데도 혐오시설이라는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 때문에 간판하나 내걸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장 직원들은 이른 새벽부터 연탄생산 준비를 하느라 분주합니다. 영하 9도의 추위에 몸이 웅크려들기 마련이지만 이들의 표정에선 추위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30여개의 희미한 백열등이 전부인 어두운 공장에서 기름이 잔뜩 묻은 윤전기가 규칙적인 소리를 내며 서서히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추위가 찾아오면 연탄공장은 덩달아 바빠지게 마련이기 때문에 쉴 틈이 없습니다.

공장 안 세상은 온통 까맣습니다. 분탄이 머리 위로 떨어지고 미세한 석탄가루가 콧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과 손 모두 시커멓습니다. 석탄가루와 엄청난 기계소리로 마스크와 귀마개도 필수품입니다.

분탄이 컨베이어 벨트로 운반되고 윤전기가 돌아가기 시작한지 10여분. 시커먼 먼지를 날리며 3kg이 조금 넘는 검은 연탄이 쉴 새 없이 찍어져 나옵니다. 올 겨울은 경기불황에다 혹한이 예상돼 며칠 동안 밤늦게 작업을 해도 주문량을 감당하기 힘든 상태입니다.

1963년 석탄산업이 전성기를 맞이할 당시 서울엔 무려 400여개가 넘는 연탄공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석탄에서 석유로, 그리고 도시가스로 에너지 정책이 바뀌면서 지금 수도권엔 세 곳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곳 역시 10만평이 넘는 부지에 7개 공장을 운영해 당시 서울시민 하루 연탄사용량의 5분의 1을 공급했지만 지금은 작은 공장 하나만 남았습니다. 직원들도 다른 일자리를 찾아 대부분 떠나가고 23명만 남았습니다. 백열등을 교체하는 일은 20~30년 가까이 이곳을 지킨 분들의 몫이 됐습니다.

이곳에서 하루에 생산하는 연탄은 평균 30만장. 연탄의 질이 좋기로 소문이나 경기, 강원 등지에서 온 트럭 20여대가 공장입구에서부터 순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3kg이 넘는 연탄 수 백 장을 쉼 없이 나르다 보면 혹한 속에서도 얼굴에 검은 땀방울이 맺힙니다.

한 장에 500원 정도면 추운 겨울밤을 훈훈하게 날 수 있기에 넉넉지 못한 이웃들에게 연탄은 매우 소중합니다. 연탄공장 사람들의 땀방울이 가난한 이웃들에게 훈훈한 정으로 가닿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서울신문 박홍규입니다.

글 / 박홍규PD gophk@seoul.co.kr

영상 / 문성호PD sung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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