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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대첩'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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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없었지만….

싱글 남녀들의 초대형 애인 만들기 프로젝트 ‘솔로대첩’이 그 가능성만 확인한 채 싱겁게 막을 내렸다.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3500명(경찰 추산)의 사람들이 모였지만 수줍음과 어색함을 극복하진 못했다. 전문가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력만은 확인된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솔로 대첩이 벌어진 24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공원에는 수많은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남성들은 이날 드레스코드인 하얀색으로 치장하고 모습을 나타냈다. 얼굴 공개를 피하기 위해 말, 프랑켄슈타인 등 가면을 쓰고 나타난 참가자도 있었다. 남자 비율이 8대2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행사장 인근에는 범죄예방 등을 위해 경찰 400여명이 출동했다.

하지만 실제 커플을 이룬 남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남녀의 비율이 맞지 않고 사람들끼리 다닥다닥 붙어서 서로 눈치만 봤다. 여성 참가자들에게 말을 거는 남자들은 대부분 취재진뿐. 데이트 신청을 뜻하는 암호인 “저랑 산책하실래요.”라는 말을 주고받는 남녀가 나오면 취재진부터 일반 참가자까지 우르르 몰려들어 구경해 어색함을 더했다. 오히려 다정히 손잡은 연인들이 운집한 사람들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어 싱글의 외로움을 배가시켰다.

빨간 코트를 차려입고 친구 2명과 여의도공원을 찾은 신모(22·여)씨는 “취지는 괜찮은데 현장 분위기가 썰렁해서 실망했다.”면서 “남자들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너무 신경 쓰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용준(19)씨는 “세상에 반은 여자인데 여긴 너무 남자들만 바글거려 실망스럽다.”면서 “여자들에게 말을 걸 생각은 있었는데 다들 너무 주목하는 분위기라 민망해서 차마 말을 못 걸겠다.”고 했다. 온라인 생중계를 지켜본 누리꾼들은 “여기 혹시 논산(충남)인가요? 군대 입소식 보는 것 같네요.”, “경찰이 제일 많고 다음으로 남자, 비둘기 순이네요.”라고 심한 남초(男超) 현상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번 행사는 지난달 3일 페이스북의 ‘님연시’(님이 연애를 시작하셨습니다) 운영자 유태형(24)씨가 “솔로들끼리 크리스마스 이브에 모여 대규모 미팅 한 번 할까.”라고 올린 글이 시초가 됐다.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호응이 이어졌고, 자원봉사단이 조직되면서 모양새를 갖췄다. 온라인 속 엉뚱한 호기심이 SNS를 타고 도심 축제로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유씨는 “이성을 만날 기회가 적어 연애를 못하는 남녀가 대규모로 모여 건전한 사랑의 물결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면서 “간절히 바라는 게 있다면 누구나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 한 줄의 SNS 제안’이 대규모 축제를 만들어 냈다는 자체에 사회학적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누군가 ‘이런 게 될까’라는 상상을 했고 그걸 시작하자 주최와 참여가 하나가 돼 뚝딱 행사가 만들어졌다.”면서 “젊은이들의 이런 자발성과 엉뚱함이 미래를 변화시키는 창조력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이 주인이 돼서 만드는 진정한 의미의 대중문화가 출현했다.”면서 “일반인이 SNS의 날개를 달고 얼마만큼 파급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증명한 장”이라고 평가했다.

글 / 조은지·배경헌 기자 zone4@seoul.co.kr

영상 / 문성호·성민수 PD sung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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