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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T SEOUL - 서울기행8 평창동 미술관거리(Pyeongchang dong Museum 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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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옷깃을 헤치는 겨울, 춥다고 집안에서 웅크리고만 계십니까? 주변을 둘러보면 이 계절에도 찾아가볼 만한 곳은 많이 있습니다. 평창동 미술관거리도 그런 곳 중 하나인데요. 한적한 길을 걸으며 다양한 건축디자인과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입니다. 오늘은 여러분을 서울 속 문화의 거리로 안내하겠습니다.

평창동 미술관거리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습니다. 오늘은 눈이 내려서 더욱 운치가 있습니다. 웅장한 주택들 사이로 제법 넓은 길이 나 있는데요. 경사가 좀 가파른 언덕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곳곳에서 미술관 간판들을 볼 수 있습니다. 주택들이 개성 있는 와관을 자랑하는데다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해서 이국땅에 들어선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부터 미술관거리를 탐색해 보겠습니다. 걷는 내내 가나아트센터, 토탈미술관, 키미아트 등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는 미술관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미술관마다 개성을 살려 독특한 외양을 자랑합니다. 연말이라 전시회를 열고 있는 미술관은 그리 많지 않지만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평창동에는 미술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곳곳에 박물관과 문학관 등이 있어서 다양한 문화의 향취를 즐길 수 있습니다. 먼저 영인문학관이라는 간판을 따라 들어가 볼까요. 이 문학관은 1969년 이어령 선생이 설립한 ‘한국문학연구소’에서 태동한 문학박물관입니다. 40년 가까이 문학 관련 자료들을 수집해서 2001년 ‘영인문학관’으로 개관한 뒤, 매년 2~3차례의 기획전을 엽니다.

안으로 들어서니 ‘글을 담는 반짇고리’라는 기획전 안내가 눈에 띕니다. 1920년대 초의 나혜석에서 박경리까지 망라하는 여류문인전입니다. 전시회는 9월 14일 시작해서 11월3일에 끝났지만 아직 전시 품목들을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김일엽, 나혜석, 모윤숙, 최정희, 노천명, 한무숙….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류작가들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작가별로 전시돼 있는 저서는 물론 신문기사 스크랩, 자필 원고, 초상화 등을 통해 그들의 생애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인들이 쓰던 만년필, 돋보기 등의 유품과 젊은 시절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남다른 감회로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합니다.

지하 1층에는 제2 전시실이 있는데요. 맨 먼저 눈에 띄는 건 ‘김동리 방’입니다. 고인이 생전에 쓰던 화로, 상, 붓과 그가 쓴 글씨 등이 전시돼 있습니다. 이곳에도 주로 여류작가들이 쓰던 물건 등이 전시돼 있습니다. 한무숙, 전숙희 등이 입던 옷도 그대로 걸려 있습니다. 몇몇 문인들의 유품 중에는 화려한 목걸이나 선글라스 등이 여럿 있어서 젊은 시절 멋쟁이였다는 것을 설명해줍니다. 심지어 작가가 쓰던 고무신이나 통장, 식칼까지 전시돼 있습니다.

영인문학관에서 나와 큰 길 건너편에 있는 화정박물관을 찾아가봅니다. 설립자인 화정 한광호 박사가 40여 년 동안 수집한 한국, 티벳, 중국, 일본 등 아시아의 미술 작품들을 소장한 곳입니다. 특히 이 박물관은 많은 탕카를 소장한 것으로 유명한데요. 탕카란 표구하여 걸 수 있는 티베트 불교 회화를 일컫는 것으로, 티베트 불교문화유산의 정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침 화정박물관에서는 내년 3월 17일까지 ‘티베트의 유산’ 특별전을 열고 있습니다. 1~2층 전시실을 가득 채우다 시피 한 탕카 하나하나는 무척 강렬하면서도 섬세해서 한국이나 중국, 일본의 불교문화와 차별되는 독창적 예술세계를 보여줍니다. 소재나 채색, 표현방식은 물론 인물의 묘사도 무척 독특합니다. 또 중간 중간에 전시된 지금강불(指金剛佛), 쫑까빠, 미륵보살 등 금동불상들도 섬세한 묘사로 감탄을 자아냅니다. 이밖에도 현겁경?팔천송반야경 등의 경전, 티베트의 불교문화 중에 널리 알려져 있는 ‘티베트 사자의 서’와 관련된 내용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티베트 불교문화의 향기에 취한 채 제2 전시실에서 걸어 나오다, 맞은편에서 열리고 있는 ‘운보 김기창’전을 만났습니다. 지난 2001년 88세로 별세한 운보 김기창. 그의 예술세계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요. 바보산수, 바보화조 등은 언제 봐도 정감 있고 익살스러워 쉽사리 눈을 뗄 수 없습니다.

천천히 걸어가며 곳곳에서 문화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는 평창동 미술의 거리. 추위도 이길 겸 나들이 한번 나가보는 건 어떨까요. 서울신문 이호준입니다.

글 / 이호준선임기자 sagang@seoul.co.kr

영상 / 장고봉PD gobo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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