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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이기는 사람들] ③경마장 사람들

[겨울을 이기는 사람들] ③경마장 사람들

입력 2013-01-14 00:00
업데이트 2013-01-1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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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과천시 서울경마공원. 경주마들의 쉼터인 한 마방엔 경주마 26마리가 혹한의 추위 속에 입김을 연신 뿜어냅니다.

가벼운 훈련을 하고 막 들어온 이 말의 등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납니다.

하지만 경마장에는 말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경주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승패가 결정될 때까지,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긴장한 채 지켜보는 또 다른 주인공들. 조교사를 비롯해 24시간 말들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10년의 기수 경력을 가진 14조 마사 책임자 이신영씨는 국내 최초의 여성 조교사입니다. 이씨는 아침에 눈을 뜨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심지어 잠을 자면서도 모든 신경은 마방에 쏠려 있습니다. 경주 성적으로 평가받는 경마의 세계에서는 하루 24시간도 부족합니다.

조교사는 마주와 마필위탁 관리계약을 맺고 있는 소규모 벤처기업 사장으로 경마 경주의 총감독입니다. 경주의 분석과 연구를 통해 우승전략을 구상해야 하기 때문에 풍부한 지식과 경험은 이들에게 필수입니다.

하루 일과는 새벽 5시부터 시작됩니다. 2~3시간 정도 이어지는 가벼운 걷기 훈련을 통해 말들 하나하나를 관찰하며 경주를 앞둔 말들의 컨디션을 점검합니다.

또한 말들의 상태에 따라 기수에게 훈련 강도를 조절해 주고, 소속 마필관리사들에게는 사료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쓰도록 지시합니다.

주말 이른 아침부터 경마장을 찾은 관중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채워갑니다.

드디어 이 조교사의 말이 출전 준비를 합니다. 우승후보로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금아챔프’가 기수를 등에 태우고 출발대로 들어갑니다. 순식간에 출발 게이트가 열리고 말들이 힘차게 달려나갑니다.

1800미터의 거리를 돌아 승부를 내는 2분내외의 시간이 1시간처럼 길게 느껴집니다.

승부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왔습니다. ‘금아챔프’가 2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하자 이조교사의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성적보다는 말에 대한 사랑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 경마장 제2의 주인공들. 이러한 따뜻한 마음이 겨울을 이겨 나갈 수 있는 그들만의 비결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서울신문 박홍규입니다.

글 / 박홍규PD gophk@seoul.co.kr

영상 / 문성호PD sung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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