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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이기는 사람들] ④광진 수난구조대

[겨울을 이기는 사람들] ④광진 수난구조대

입력 2013-01-21 00:00
업데이트 2013-01-2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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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2도의 매서운 한파가 몰아친 지난 10일 오후 6시경.

한남대교남단 다리 밑에서 한 남자가 한강으로 걸어 들어간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관할인 광진 수난구조대에서 즉시 출동했으나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습니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 뚝섬유원지 내에 위치한 광진 수난구조대. 이들의 아침은 소방공무원 안전헌장을 읽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후 철저한 장비점검을 통해 긴급출동 준비에 만전을 다합니다. 요즘처럼 한강이 얼어붙는 추위엔 구조대를 둘러싸고 있는 얼음을 깨는 일까지 더해집니다.

지령소리와 함께 신고 위치 지도를 들고 순식간에 구조선으로 향합니다. 물에 빠진 사람이 물을 들이켜면 폐에 물이 차는데, 최대 4분까지만 견딜 수 있습니다. 때문에 구조대원들에게 시간은 생명과도 같습니다.

대원들이 구조선에 탑승하기까지 채 1분이 걸리지 않습니다. 구조선에는 공기통, 잠수복, 수심측정기 등 필요한 장비가 항상 탑재돼 있습니다.

구조대원은 시속 60km 이상의 속도로 물을 가르는 배 위에서 순식간에 잠수복으로 갈아입어야 합니다. 물에 가라앉고 있을지 모르는 투신자를 건져내기 위해서입니다.

사건 현장에 도착하면 구조선을 고정시킬 앵커(닻)를 내리고 곧바로 한강으로 입수합니다. 혹한에는 3분만 물 속에 있어도 얼굴 뿐만 아니라 손과 발에 통증이 몰려옵니다. 또한 온갖 부유물 때문에 30㎝ 앞 물체도 잘 안보여 구조작업이 더욱 힘듭니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추워 한강 여러 곳이 얼어붙었습니다.

대원들이 24톤급 서울소방 702호 수난구조정으로 한강 쇄빙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한강이 얼면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구조선 출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조정이 지나가자 10cm내외의 얼음이 깨지면서 물결이 넘실거립니다.

칼바람을 맞으며 한강을 순시하는 것 또한 이들의 주 업무입니다. 22명 대원 모두가 특수부대 출신으로 잠수기능사와 6급 항해사 이상의 자격증을 갖고 있습니다.

24시간 3교대로 근무하는 이들은 휴일이나 명절도 없이 반포대교에서 강동대교까지의 19.4km를 매일 순찰합니다.

수난구조대에게는 애로점도 적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잠수를 하다 보니 잠수병에 노출되기 쉽고, 수압 때문에 귀에 염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또한 고질적인 인력과 장비 부족도 시급히 개선돼야 할 과제입니다. 하지만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인명구조가 우선이기 때문에 불평할 틈도 없습니다.

유난히 춥고 눈이 잦은 올 겨울. 사건이 발생하면 본능적으로 구조선의 속도를 올리게 된다는 그들에겐 시민의 생명을 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없어 보입니다. 이것이 바로 맹추위를 이길 수 있는 그들만의 비밀이 아닐까 합니다.

글 / 박홍규PD gophk@seoul.co.kr

영상 / 문성호PD sung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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