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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감독 “헐리웃, 조감독도 내 편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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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운 감독


<조용한 가족>, <장화,홍련>, <달콤한 인생>,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악마를 보았다> 등으로 잘 알려진 김지운 감독이 10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세계적인 액션 영웅 아놀드 슈왈제네거 주연의 영화 ‘라스트 스탠드’로 헐리웃에 입성했다. 13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왕십리에서 열린 ‘라스트스탠드’의 언론시사 및 기자간담회에서 헐리웃에는 아직도 (우리보다) 뛰어나고 훌륭한 감독·영화인들이 많았으며 동양에 대한 장벽이 상당히 높았음을 실감했다는 김지운 감독. <장화,홍련> 이후 공포영화에 대한 제의가 많이 들어왔지만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후 액션영화에도 자신이 생겨 헐리웃 첫 작품으로 ‘라스트 스탠드’를 선택했다는 그가 헐리웃 시스템 안에서의 첫 영화 연출에 대한 그간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헐리웃, 한국보다 감독의 현장 장악력 없어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아주 미묘한 차이가 엄청난 갭으로 다가왔다. (영화 초반엔) 데미지에 가까울 정도로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한국의 영화 현장보단 감독의 장악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 의미는 감독이 해야 할 부분들을 못하거나 구속, 통제 당하는 것이 아니라 감독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현장의 힘이 스튜디오, 제작자, 주연배우 등이 똑같이 나눠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무엇 하나를 결정하려해도 그 사람들을 설득시켜야 하는 과정이 한국보다 더 생긴다.

▲ ▲ 영화 ‘라스트 스탠드’ 포스터


촬영현장 떠오른 아이디어 추가 못해

 

헐리웃은 영화가 들어가기 전에 이미 모든 것들이 통제되어 있다. 촬영현장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그 자리에서 영화에 반영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나는 현장에서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르는 편이다. 떠오른 아이디어를 그들과 공유하는데 있어 신속하게 현장에 없는 스튜디오와의 커뮤니케이션이 힘들었다. 시간이 돈인 헐리웃 상황에선 영화가 빨리 진행돼야 했다. 빠른 피드백을 원했었지만 그러지 못할 땐 포기해야 할 때가 많았다. 시간이 지나 여유가 생기면서 해결책이 생겼다. 첫 한두 테이크는 스태프들과 사전에 약속된 것들을 찍고 그 다음 현장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로 찍었다. 영화 중후반부턴 나의 아이디어나 스타일, 개성들을 넣을 수 있었다.

▲ ▲ 아놀드 슈왈제너거(왼쪽), 김지운 감독


헐리웃, 조감독도 내 편 아냐…

 

한국에서의 조감독 시스템은 영화에서 감독이 가지고 있는 영화적 비전이나 미약한 견해들을 영화 안으로 최대한 끌어들이기 편하게 하는 서포터 역할인데 미국의 조감독 시스템은 계획에 맞춰 원활한 현장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유능한 조감독이다. 전에 박찬욱 감독도 그런 얘길 했었다. 예를 들어 ‘이 신을 꼭 찍어야 되느냐’고 물으면 ‘찍어야 된다’라고 답한다. ‘그럼 다음 컷을 찍을 땐 어떤 컷들은 못 찍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얘기를 한다. 헐리웃에선 결코 조감독이 감독 편은 아니었다.

▲ ▲ 김지운 감독


문화, 정서적 차이로 영화적 의욕 싸늘하게 식어…

 

한국은 스태프들이나 배우들이 가족적인 개념들이다. 그래서 마치 자기영화를 하는 듯이 함께 고민하고 감독이 심각해지면 같이 심각해한다. 가족개념으로 함께 영화를 만들어나가는 현장인 반면, 미국은 ‘저스트(Just) 일’이다. ‘저건 감독 일이니 감독이 고민하고 나는 내 일만 잘하면 된다’는 분위기다. 심지어 스태프노조들의 권한도 강하다. 작업을 하다보면 열이 오르면서 나, 스태프, 배우들을 포함해 ‘몇 번만 더하면 완벽한 장면이 나올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조감독이 와서 점심시간이라고 딱 자른다. 정말 그럴 때엔 싸늘하게 식는 창작의욕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점심시간이 지나도 15분 정도 유예시간을 주는 ‘그레이스’란 제도를 부른다. 조건이 카메라는 그대로 있는 상황에서 배우, 조명을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 15분 안에 끝내야 하는 거다. 앵글이 맘에 안 들어서 더 들어가고 싶어 렌즈 좀 바꾸려고 했더니 그것도 못하게 했다. 하지만 영화 중후반을 넘어서면서 적응이 되면서 편해지고 합리적인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컨디션이 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점이란 생각이 든다.

 

‘라스트 스탠드’는 헬기보다 빠른 튜닝 슈퍼카를 타고 멕시코 국경을 향해 질주하는 마약왕과 그를 막아내야 하는 작은 국경 마을 보안관(아놀드 슈왈제네거) 사이에 벌어지는 최악의 혈투를 그린 영화다. 개봉은 오는 21일.

 

글·사진·영상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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