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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승부조작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KBL, 승부조작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입력 2013-03-12 00:00
업데이트 2013-03-1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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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래 가장 큰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1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프로농구연맹(KBL) 사옥에서 사과 성명을 발표한 한선교 총재의 표정은 착잡했다. 한 총재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으로 구속된 강동희 전 감독 사태에 고개를 깊이 숙였다.

한 총재는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며 환부를 도려내고 새 살을 돋게 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이번 사태와 관련된 당사자는 물론 앞으로도 스포츠의 근본을 뒤흔드는 승부조작에 대해서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불관용 원칙 아래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다짐했다.

KBL은 대대적인 제도 개혁도 예고했다. 먼저 신인 드래프트 제도가 변경된다. 현재 정규리그 7~10위 팀은 1순위 지명 확률을 23.5%씩 부여받고, 3~6위 팀은 각각 1.5%에 불과하다. 때문에 프로농구에서는 ‘져주기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오는 10월 열릴 드래프트에는 김종규와 김민구, 두경민 등 ‘경희대 3인방’으로 불리는 대어급들이 쏟아져 일부 구단이 일부러 낮은 순위를 차지한 뒤 1순위 지명권을 노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BL은 3~10위 구단에 1순위 지명 확률을 똑같이 부여할 예정이다. 그러나 오는 10월 드래프트에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내년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KBL은 선수들에게 불리한 자유계약(FA) 제도를 손질하고, 선수협의회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러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2011년 프로축구를 시작으로 지난해 프로야구와 프로배구에서도 승부조작이 적발됐지만, 당시 KBL은 “농구는 조작이 불가능하다”며 수수방관했다. 강 전 감독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각 구단을 통해 실태 파악에 나섰고, 뒤늦게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져주기 의혹에 대한 대처도 마찬가지다. 시즌 막바지만 되면 상위팀이 하위팀에 덜미를 잡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어느 정도 순위가 굳어진 상황에서는 감독들의 친분 관계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는 의혹이 파다했다. 불성실한 경기를 해도 눈감고 넘어가는 상황이 승부조작 의심을 불렀다. 강 전 감독이 승부조작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2011년 2~3월 4경기는 모두 어느정도 순위가 결정된 상황에서 치러졌다.

그런데도 KBL은 “져주기를 밝혀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다가 의혹이 불거질대로 불거진 지난달 말에야 각 구단에 공문을 보내 최선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한 총재가 인정할 정도로 프로농구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팬들의 발걸음은 뚝 끊겼고, 시청률은 프로배구에 밀리고 있다. 환부를 도려내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도려내지 않으면 치명상이 된다. 제도 변경과 선수들의 처우 개선도 중요하지만, 농구계 전반에 번진 도덕 불감증을 척결하는 게 우선이다. 뼈저린 반성과 신뢰 회복만이 팬들의 발길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글 /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영상 / 문성호PD sung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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