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참빛야학 강의실. 영어기초수업이 한창입니다.
에이(A), 비(B), 시(C)... 50~60대 여성 15명이 교사를 따라 소리내어 단어를 익히고 있습니다. 노트에는 알파벳이 빼곡히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만학도들에게 배움의 등불이 돼 온 38년 전통의 참빛야학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재정 문제 때문입니다.
지난해 노원구에는 국고와 지자체 예산으로 2400만원이 지원됐습니다. 참빛야학을 포함해 10개 교육시설이 지원신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원신청을 한다고 해도 모두 지원 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전국야학협의회에 따르면 서울지역에 남아있는 야학들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 합니다. 2010년 38곳에서 지난해에는 9곳이 줄어든 29곳만 남아있습니다.
그동안 참빛야학 교사들은 무급으로 일하는 것은 물론 사비까지 털어 운영해 왔지만 그것마저 한계점에 다다랐습니다.
이 학교에는 월계동 인근 주민 뿐 아니라 의정부, 상계동 지역에서도 못 배운 한을 풀기 위해 찾아오고 있습니다. 또한 매년 15~20명의 중고등검정고시 합격생을 배출하고 있어 사라질 위기에 대한 상실감은 더욱 큽니다.
하지만 아직 희망의 끈을 놓은 건 아닙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수업을 지속해 나갈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가난 때문에 공부를 포기해야만 했던 이들에게 등불이 계속해서 환하게 비출 수 있길 바랍니다. 서울신문 이범수입니다.
글 /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연출 / 박홍규PD gophk@seoul.co.kr
영상 / 문성호PD sungh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