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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저호 폭발 경고했던 89세의 기술자 “30년간 자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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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참사 30주년…사연 알려지자 위로·공감 편지 쏟아져



1986년 1월 28일, 승무원 7명을 태운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73초 만에 폭발했다.

폭발 원인은 발사 당일 고드름이 얼 정도로 추운 날씨에 뻣뻣해져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오링’(O-ring)이었다. 오링은 기계 부품 이음매에서 기체가 새지 않도록 하는 고무패킹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오링이 날씨 때문에 제 역할을 못 할 것이라는 담당 기술자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발사를 결정했다가 최악의 사고를 불러왔다.

당시 로켓 추진기를 설계·제작한 모턴 티오콜의 오링 기술자 밥 이블링(89)은 최근 미국 공영 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30년 동안 우울증과 자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블링과 다른 동료 4명은 챌린저호 발사 전날 밤 열린 회의에서 오링의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다며 발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모턴 티오콜의 관리들과 NASA는 그들의 경고를 무시했다.

그날 밤 이블링은 집에 돌아가 아내에게 “챌린저호는 폭발할 거야”라고 말했다.

결국, 다음날 회의실에서 챌린저호의 폭발 장면을 지켜보던 이블링과 동료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로 주저앉았다. 그들은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연료가 점화돼 추진기의 온도가 높아지면 오링도 함께 늘어나야 하지만 낮은 기온에 오링이 탄력을 잃고 타버리면서 가스가 새어 나와 연결 부위가 파손됐고 결국 챌린저호가 폭발해 버린 것이다.

당시 그와 동료들은 익명으로 NPR에 전날 밤 회의 정황을 제보하기도 했다.

사건 발생 30년 만에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고 다시 입을 연 이블링은 “진실은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당시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소수 중 한 명이었다”며 “그들이 내 말을 듣고 날씨가 좋아질 때까지 기다렸다면 결과는 완전히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곳에는 ‘다른 날을 잡자’고 말할 수 있는 (NASA와 모턴 티오콜) 관계자들이 충분히 있었지만,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NASA는 쏘아 올리기로 작심했고 전 세계에 그들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이블링은 챌린저호 사건 직후 은퇴한 뒤 30년 동안 자책감을 버리지 못한 채 극심한 우울증으로 괴로워했다.

▲ 발사 73초만에 폭발한 챌린저호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1986년, TV를 통해 잊지 못할 그 장면을 다시 보면서 그는 “내가 뭔가를 더 할 수 있었는데, 내가 뭔가를 더 해야 했는데”라고 중얼거렸다.

30년 뒤 인터뷰에서도 같은 말을 반복하는 그의 눈은 젖어있었고, 얼굴은 어두웠다고 NPR는 전했다.

이블링의 사연이 방송된 이후 한 달 동안 그의 사연에 안타까워하거나 공감을 전하고 위로하는 시청자와 독자들의 편지 수백 통이 쇄도했다.

라디오를 듣다 차를 세우고 울었다는 한 청취자는 “이블링과 그의 동료들은 발사에 위험한 날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했다. 그는 결정권자가 아니었고 엔지니어로서 할 일을 다 했다. 죄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시력이 나빠 편지를 직접 읽을 수 없는 이블링은 딸이 대신 읽어주는 수많은 편지를 듣고도 심장을 가리키며 “여전히 여기에 죄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더 듣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NASA나 티오콜의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말을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후 당시 발사를 결정했던 티오콜의 관계자 두 명이 이블링에게 편지를 쓰거나 전화를 걸어 ‘당신은 당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며 위로했고, 그제야 이블링은 조금 밝아졌다고 NPR은 전했다.

이블링도 “내 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시 ‘당신처럼 용기를 낸 사람들 덕분에 우주 비행사들이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NASA의 성명을 전해 듣고서야 이블링은 박수를 치며 ‘브라보’라고 외쳤다.

그는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준 사람들에게도 “내 마음의 짐을 덜게 도와줘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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