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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su人] ‘악성댓글, 실력으로 부숴버렸죠’ 수영 국가대표 ‘여자 마동석’ 정유인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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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열린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 대회 여자 계영 400미터 부문에서 경북도청팀이 3분 42초 58로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존 기록을 1초나 앞당긴 놀라운 성과였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4명의 영자 중, 유독 눈에 띄는 선수가 한 명 있었다. 웬만한 남자들도 가지기 힘든 떡 벌어진 어깨와 근육질 몸매로 한 몸에 주목을 받았기 때문.

주인공은 경북도청 소속의 정유인(25) 선수. 얼굴은 배우 문근영을 닮았지만 보디빌더를 연상케 하는 팔근육으로 ‘여자 마동석’이란 애칭을 얻고 깜짝스타가 됐다. 좀 더 캐보니 그녀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가득 채운 건강미 넘치는 사진들은 놀람과 충격 그 자체였다. 추석연휴 바로 전날 모 방송국 유튜브 채널에 소개된 그녀의 몸짱 모습은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눈도장을 단단히 찍었다.

정씨는 전혀 예상치 못한 폭풍인기와 숙명과도 같은 악성 댓글들로 잠시 ‘몸살’을 앓았지만 서울전국체전 계영 400미터에서 보란 듯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북도청으로 팀을 옮긴 후 1년 동안 쉬지 않고 운동에만 매진한 결과였다.

방송을 본 네티즌들의 ‘인터뷰 같은 거 하지 말고 운동에만 신경써라’와 같은 댓글들을 부숴버리고 싶었다는 정선수는 “악성 댓글들에 대한 부담감은 별로 없었어요. 더 열심히 해서 내가 이만큼 할 수 있단 걸 그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제 나름의 실력을 입증한 거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됐죠”라고 말했다.

전국체전 후 달콤한 휴가 기간을 얻어 휴식을 만끽하고 있는 그녀를 지난 23일 강동구에 있는 한 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났다.

다음은 그녀와의 일문일답.
▲ 수영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정유인 선수(사진출처=정유인 인스타그램)
(Q) 수영은 언제부터 했는지
5살 때 유아스포츠단을 다니면서 처음 시작했어요. 그 이후 한 번도 쉬지 않고 22년 동안 계속하고 있죠. 제가 이번에 경북도청으로 팀을 바꾸면서 새로운 선생님한테 배우고 있어요. 기술적인 부분 등에서도 배울 게 많고 제가 가지고 있는 거에서 플러스해야 될 것들도 많은 거 같아요. 기록도 향상되고 하니깐 더 재밌는 거 같아요.

(Q) 광주세계선수권 대회 400미터 계영종목 첫 한국신기록(3분42초58)을 달성했지만 본선 진출엔 실패했다. 아쉬움은 없는지
아쉬움 보다는 기쁨이 더 많이 남았던 거 같아요. 우리나라 실력이 세계 수준과 격차가 있다는 걸 인정하다보니깐 본선에 못 올라갔다는 아쉬움보다는 ‘우리가 우리 기록을 깼고 조금씩 한 발 더 나아갔다’라는 생각으로 기쁨이 더 컸어요. 다른 분들이 찍은 영상을 보니깐 경주를 마치고 한국신기록을 확인한 제가 손을 번쩍 들고 있더라고요. 1초 02를 줄였는데 그 정도면 3미터를 단축한 셈이거든요. 생각보다 기록을 많이 줄인 거 같은 느낌이었어요.

(Q) 실력과 더불어 SNS 근육 사진으로 ‘깜짝 스타’가 됐는데 여러 인터뷰 요청으로 체전 준비에 소홀하진 않았는지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그냥 편하게 운동하는 시간대에 오셔서 촬영하고 인터뷰 조금 하는 정도였어요. 운동을 소화하는데 무리가 가는 스케줄은 아니었던 거 같아요.

(Q) 보란 듯 계영 400미터에서 대회신기록으로 금메달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는데
생각한 거 보다 기록이 좋았어요. ‘인터뷰 같은 거 하지 말고 운동에만 매진해라’라는 댓글을 부숴버리는 ‘제 나름의 실력을 입증하게 됐다’라는 느낌을 가졌죠. 금메달은 너무 소중한 거고 경북도청 팀이 같이 노력해서 딴 거잖아요. 정말 1년 동안 쉬지 않고 훈련만 했었거든요. 그런 것에 대한 어떤 보상을 받는 느낌이었어요. 더 열심히 해서 내가 이만큼 할 수 있단 걸 보여줘야지라는 생각밖에 없었고 그런 댓글들에 대해서 부담감은 별로 없었어요.

(Q) 운동 안하고 SNS에만 집중하는 거 아니냐란 댓글
주 6회 하루 2번씩 수영하면서 토요일 오후에서 일요일엔 놀거든요. 그때 찍은 사진들 중 평일에 보다 재밌다고 생각하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하는 거거든요. 제가 평일엔 정말 열심히 운동하니깐 그런 오해 안하셨으면 좋겠어요.
▲ 수영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정유인 선수(사진출처=정유인 인스타그램)
(Q) 계영에선 늘 마지막 주자 부담감은 없는지
오히려 맨 마지막이 편한 거 같아요. 그만큼 코치도 저를 믿어주시는 거라고 생각하고 ‘그 믿음에 대해 보답해 드려야겠다라는 마음 자세로 임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개인종목보다 더 열심히 하게 됐고 없던 힘도 모두 끌어 모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1년 동안 합숙과 4번의 전지훈련을 통해 팀 구성원들이 더욱 돈독해지고 운동할 때도 호흡이 더 잘 맞았던 거 같아요.

(Q) 자유형 50미터에서 개인 첫 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너무 좋았어요. 제 옆 경주에 있었던 정소은 선수가 한국 신기록 세웠는데도 제가 3등한 것만 보고 너무 좋았어요. 정신 차리고 전광판을 보니깐 소은이가 한국 신기록을 세웠더라고요. 시상대에서도 제가 제일 기뻤던 거 같아요. 제가 50미터 단거리를 한지가 얼마 안 됐고 올해 50미터에서 0.3초를 줄였거든요. 계속해서 0.1초, 0.01초씩 기록을 단축해 나간다면 갈 길이 멀다는 건 알지만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Q) 이번 체전 최우수 김서영 선수와 같은 팀 동료이자 94년 동갑내기, 부러움은 없는지
그런 건 전혀 없어요. 사실 서영이란 저는 단체전에선 항상 라이벌 관계였어요. 전 올해 처음으로 경북도청에 왔고 서영인 스무 살 때부터 이곳에 있었죠. 제가 제주시청 소속이었을 때 계영 400미터는 제주시청이 우승하고, 계영 800미터는 경북도청이 이기고 늘 엎치락뒤치락 했어요. 서영이가 단체전 네 종목(개인혼영 200미터, 400미터, 계영 400미터, 계영 800미터) 모두에서 금메달을 딴 건 아마 없을 거예요. 그땐 400미터 계영에서 제가 계속 1등을 하고 있었거든요. 고등학교 땐 저는 서울, 서영이는 경기도 소속이었는데 그때도 상황은 비슷했어요. 서영이가 개인전 금메달 따면 저는 단체전 금메달을 다 따서 서영이가 5관왕 할 수 있는 상황이 안됐죠.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서영이가 저에게 ‘너는 단체전이 강하니깐 단체전이 같이 뛰고 싶다’고 했거든요. 저도 400미터 계영하기 전에 ‘서영아, 내가 너 4관왕 시켜줄게’라고 말했거든요. 근데 서영이가 진짜 해냈어요. 이 말을 하면서도 정말 소름 돋아요.
▲ 여자 마동석이란 애칭이 붙게 된 사진(사진출처=정유인 인스타그램)
(Q) 어릴 적 별명이 ‘어깨’그 만큼 남달랐는데
어릴 때부터 근육량도 많았고 어깨도 떡 벌어질 만큼 남달랐어요. 제 주위엔 늘 운동선수만 있다 보니 남자들도 ‘나도 너 같은 몸을 갖고 싶다, 부럽다’라고 말하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여자 운동선수들의 경우엔 저보다 더 열심히 운동해도 근육은 잘 안 생기고, 반대로 저는 다이어트 뿐 만 아니라 운동을 잠시 쉬어야 하는 반대의 상황이기도 했죠. 부러움을 많이 받았던 거 같아요.

(Q) 남다른 근육 발달 원인
제 친 오빠도 한 덩치 하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오빠랑 같이 생활하고 가리는 거 없이 잘 먹고 딱히 남들보다 운동을 더하거나 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된 거 보면 유전적 요인이 있는 거 같아요.

(Q) 약물 복용하는 거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
제가 주사 바늘을 정말 무서워해요. 어렸을 때 찢어진 손가락 부위를 꿰매려고 주사 놓는데 무서워서 안 맞겠다고 버티면서 3시간이나 걸렸어요. 전 아플 때 벌벌 떨면서 링거 맞거든요. 제가 근육 키우려고 주사 맞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제 근육이 충분히 크고 오히려 사이즈를 좀 줄이려고 항상 생각하고 있거든요.

(Q) ‘여자 마동석’이란 별명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들 여자 마동석이라고 하시는데 기분 나쁘지 않아요. 만나보고 싶기도 해요. 멋있잖아요. 행동하는 거와 성격은 귀엽고 아기자기한데 몸은 크잖아요. 저도 취미가 뜨개질이에요. 요즘엔 새로운 것도 배우고 있어요. 되게 섬세한 거 좋아해요. 파우치 만들어서 친구들 선물해 주면 ‘정말 의외네, 네가 이런 걸 정말 할 수 있다고’라고 말하기도 하죠. 그런 면에서 더욱 마동석씨와 닮지 않았나 생각해요.

(Q) 근육이 더 커지길 바라는지
수영선수로서 생활할 때는 더 이상 안 커졌으면 좋겠어요. 근육의 가동성이란 것도 있고 수영은 물속에서 제 몸을 제가 끌고 나가야 하는 스포츠인데, 너무 커져 버리면 무게가 많이 나가서 조금 힘들더라고요.
▲ 웨이트트레이닝하는 정유인 선수 모습
(Q) ‘큰 근육 때문에 속도가 느릴 것이다’란 편견
근육이 정말 많이 찌면 힘들어요. 물속에서 무겁게 느껴져요. 그래서 다이어트를 하는 거거든요. 제가 한 번은 시합하기 3개월 전에 몸무게가 5킬로그램 쪘던 적이 있었어요. 그땐 정말 아예 시합에 못 나가겠더라고요. 몸이 너무 무거워 다리도 가라앉고, 제 몸이 뜬다는 느낌이 아예 없었어요. 결국 근육 웨이트 트레이닝 하지 않고 한 달 동안에 매일 저녁에 사이클 하면서 다시 5킬로그램을 뺀 적도 있죠. 제가 일부러 단백질 쉐이크나 닭가슴살 식단관리 하면서 몸을 키우는 스타일은 아니잖아요. 삼겹살, 곱창 다 먹고 좋아해요. 그런 식단관리를 안하니깐 근육이 많은 반면 지방도 많거든요. 너무 근육만 있으면 딱딱해서 피로도 금방 오게 되는데 그런 근육은 아닌 거 같아요.
▲ 물살을 가를때 손과 몸통이 함께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지도받고 있는 모습
(Q) 하루아침에 SNS 깜짝 스타가 됐는데
추석 때 주위 친지분들이 다 모였는데 유튜브 팔로워가 1만 명이 넘으니깐 모이신 분들이 ‘넌 가문의 영광이다’, ‘스타, 셀럽이네’라고 하시면서 너무 좋아하셨어요. 저보다 가족 친지분들이 더 좋아해 주셨던 거 같아요.

(Q) ‘거울 샷’을 남기는 이유
제가 운동선수니깐 운동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드리려고 하는 거죠. 처음엔 협찬 받은 수영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리뷰 남기면서 시작하게 된 거 같아요. 제가 수영장에 왔다는 출석체크 도장이랄까요.
▲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는 정유인 선수(사진출처=정유인 인스타그램)
(Q) 보디빌딩에 대한 권유를 받았는데
어렸을 때부터 많이 받았어요. ‘너 운동 그만 두고 내가 서포트 해 줄 테니깐 같이 보디빌딩하자’라는 권유도 많이 받았어요. 최근엔 보디빌딩 협회 심판 분께서 ‘너는 사이즈도 좋고, 여자가 광배가 나오기 힘든 데 너무 좋은 광배를 가지고 있으니깐 한 번 해보는 건 어떻겠니’라는 말씀도 하시더라고요. 저도 해보고 싶어요. 보디빌딩 대회를 보러 간 적 있었는데 너무 멋있더라고요. 물도 끊어가면서 극한의 다이어트를 통해 노력하는 모습, 그런 게 저는 멋있고 재밌는 거 같아요.

(Q) 인스타그램엔 서핑 즐기는 사진 유독 많은데
전 집안에만 가만있고 잠만 자면서 쉬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수영 아닌 다른 걸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야 좀 쉰 거 같은 느낌이 와요. 부모님도 그렇게 더 놀러 갔다 오라고 하세요. 저도 충분히 쉬고 놀 거 다 놀고, 즐길 거 다 즐기고 오면 다시 운동을 하더라도 집중이 더 잘 되는 거 같아요. ‘좀 쉬었으니깐 이제 본격적으로 운동 한 번 해볼까’약간 이런 느낌이요.
▲ 훈련이 끝나면 쉴때 확실히 쉰다는 정유인 선수, 서핑을 유독 좋아한다고 한다
(Q)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훈련할 예정인지
저에게 맞는 수영을 찾아가는 게 꿈이에요. 수영은 감이 매우 중요해요. 하루만 물에 안 들어가도 물에 대한 감(感)이 많이 다르죠. 물을 잡는 느낌이 다르다는 뜻이죠. 선수들은 일주일 이상 쉬는 걸 권유하지 않아요. 빨리 다시 물속에 들어와서 감을 잡으려고 하거든요. 저는 그런 감이 빨리 올라오는 편이라 많이 쉬어도 다시 할 수 있지만 다른 선수들은 일주일 정도 쉬면 약간 불안한 면이 있는 거 같아요.
▲ 전국체전이 끝나고 주어진 휴가 기간에 체육관을 찾아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는 정유인 선수
(Q) 선수로서의 계획과 꿈
꾸준하게 대표팀 타이틀을 갖고 있는 게 목표죠. 그냥 열심히 하는 거 밖에 없는 거 같아요. 좋은 성적내고 제 기록 계속 갱신해 가면서 노력해야죠. 운동이라는 게 자기 만족이잖아요.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게 아니니깐요. 제가 수영을 하면서 저 나름의 진정한 만족을 찾을 때까지는 계속해서 운동을 하고 싶어요.

촬영협조: KCA트레이닝센터

글 박홍규 기자 gophk@seoul.co.kr

영상 손진호, 박홍규, 문성호 기자 nastu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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