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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작가 금희 “소설 쓰며 조선족의 정체성 찾고 싶었어요”

조선족작가 금희 “소설 쓰며 조선족의 정체성 찾고 싶었어요”

입력 2015-11-18 14:25
업데이트 2015-11-1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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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 ‘세상에 없는 나의 집’ 출간

조선족 작가 금희(본명 김금희)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소설집 ‘세상에 없는 나의 집’(창비)을 펴냈다. 1979년 중국 지린성에서 태어난 금희는 옌지사범학교 졸업 후 2006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재작년 중국에서 ‘슈뢰딩거의 상자’(료녕민족출판사)를 출간하며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걸었다.

금희는 작년 봄 계간지 ‘창작과비평’에 중국 조선족 사회의 탈북 여성 이야기를 다룬 단편 ‘옥화’를 발표하며 주목받았다. 그는 이번 책에서 조선족이 바라보는 탈북자 문제, 중국의 소수민족으로서 겪는 정체성의 갈등 등을 다뤘다. 책에는 ‘옥화’ 등 단편소설 일곱 편이 실렸다.

작가 금희를 18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그는 조선족 작가여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하자 “정말 그러냐?”며 놀라워했다. 그에게 책을 펴낸 계기를 물었다. 금희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어떤 것을 주제로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며 “그런 면에서 조선족으로서의 정체성 문제는 저에게 큰 소재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의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런 고민은 책에서도 잘 드러난다. ‘세상에 없는 집’에는 두 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경계인, 살려고 집을 떠나 떠도는 생활인,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몰락하는 이상주의자 등 다양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그는 특히 조선족과 탈북자 이야기에 중점을 뒀다. 금희는 “제 주위에서 한국 유학생과 결혼한 조선족, 아이를 남겨두고 떠난 탈북자 등 많은 사례를 볼 수 있다”며 “개인의 소소한 문제를 소설로 쓰게 되니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탈북자 문제는 중국에서 민감한 문제라 중국 출판계에서 퇴짜를 맞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책을 읽기 전까진 조선족이 쓴 소설이어서 우리말 표현에 서툴 것이란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글은 예상과 달리 매우 매끄러웠다. 서사를 끌어가는 힘과 섬세한 심리묘사도 눈길을 끈다. 비결을 물었다. “서사는 중국이나 다른 나라 문학에서 배울 수 있지만 문장은 한국에서밖에 배울 수 없잖아요. 한국어로 글을 쓰는 만큼 문장이 많이 신경쓰여요. 그래서 공부를 많이 하고 있죠. 세련되지는 않더라도 한국 독자가 읽기에 거부감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노력하고 있어요.”

물론 한국 독자에게 낯선 중국식 표현도 종종 눈에 띈다. ‘두 마리의 도롱뇽 같아서’, ‘오리와 닭’ 같은 비유는 중국 혹은 조선족 문학에서만 가능한 표현이다. 문학이 언어 예술인만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작가의 설명이 돌아왔다. 그는 “한국 독자를 의식했지만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은 당연히 힘들었다”며 “어떤 것은 일부러 조선족이 쓰는 표현을 그대로 썼다. 그런 점이 신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희는 22살의 어린 나이에 결혼해 15살 딸과 9살 아들을 두고 있다. 그는 “엄마나 아내, 며느리로 살아온 경험이 제 글을 풍성하게 만든다”며 “아이를 일찍 낳지 않았다면 등단을 빨리할 수 있었겠지만 글의 깊이는 없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앞으로 보편적인 소재로 글을 써 많은 나라 독자들과 함께 공감하고 싶다고 했다.

“조선족이라는 것도, 한국말을 한다는 것도 결국 제 위의 껍데기라고 생각해요. 그것을 벗기고 나면 결국 김금희라는 영혼만 남을 테니까요. 그런 면에서 모든 것을 초월하는 보편적 정서를 다룬 소설을 쓰고 싶어요. 그 이전에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이 바로 이 소설입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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