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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탐사보도] 가출청소년 3인 “저는 요…”

[서울신문 탐사보도] 가출청소년 3인 “저는 요…”

입력 2010-02-24 00:00
업데이트 2010-02-24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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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구 17세 L양 “선배 강요로 가출… 순번 정해 성매매”

“원조교제는 먹고사는 한 방법이에요. 사고 싶은 것도 살 수 있도록 해줘요.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도 아닌데, 왜 야단들인지 모르겠어요.” 2008년 1월 가출한 이모(17·강북구)양의 반응이다. 이양은 구리시 수택동의 한 고시텔(월 30만원)에서 중학교 선후배 4명과 함께 산다. 4명 모두 성인 신분증으로 신분을 속인 채 보도방이나 유흥주점에서 일하며 성매매나 원조교제로 돈을 벌고 있다. 이양은 “성매매는 순번을 정해 하루씩 돌아가며 한다. 보통 한번에 15만원 정도 벌고, 운 좋으면 30만원까지 번다.”고 말했다. 뒤이어 나온 이양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가출을 강요한다는 고백이다. 그는 “후배가 가출하지 않으면 집단 폭행하고, 일단 집을 나오면 원조교제를 시킨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근 고시원에 광진구에서 온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애가 그런 경우다. 그 애는 13만~15만원을 받으며 고등학생, 대학생, 일반인을 상대로 원조교제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양은 부모가 이혼한 뒤 어머니와 생활했다. 경제적인 형편이 좋지 않았다. 어머니는 변변한 일자리조차 없었다. 이양은 “하고 싶은 것 하고, 갖고 싶은 것 마음껏 가지며 자유롭게 살고 싶어 가출했다.”고 했다.

■ 강서구 18세 P군 “학교가 절도 주무대… 인터넷서 팔아”

박모(18·강서구)군은 강서구의 한 허름한 고시원에서 고교 선후배 4명과 동거하고 있다. 중3 때 집을 나왔다. 그는 가출 이유에 대해 “부모가 어렸을 때 이혼한 뒤 아빠와 살았다. 아빠가 여러 여자들을 만나 새엄마가 자주 바뀌었다. 아빠와 매번 부딪쳤다. 가정형편도 어려웠고, 틀에 박힌 학교생활도 체질에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출 첫 해에는 돈이 없어 밥도 굶고 길거리나 공터, 건물 옥상 등에서 잠을 잤다. 그러다 인터넷 채팅을 통해 지금의 선후배 4명을 알게 됐다. 그들과 어울리며 범죄의 길로 들어섰다. 겨울에는 동네 전봇대에 묶어 놓은 군고구마 장비(리어카, 고구마 굽는 기계 등)를 훔쳐 장사하고, 여름에는 부산 해운대로 원정 가 소매치기를 했다. 평소에는 중학교 후배들을 불러 전단지 돌리기나 신문 배달 등을 시키며 급여를 상납받았다. 박군은 숙식 해결을 위해 ‘절도’를 가장 많이 한다고 했다. 그는 “학교가 절도의 주 타깃이다. 교실이 빌 때 한 명은 앞문, 한 명은 뒷문 망을 보고, 한 명은 훔친다. MP3, 전자사전, PMP(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 등 전자기기를 훔쳐 인터넷 중고사이트에서 팔면 개당 10만원은 거뜬히 받는다.”고 했다.

양천구 19세 S군 “공부 싫어… 성적표 나올때 가출 많아”

“엄마의 간섭과 구속이 심했어요. 오직 ‘공부’만을 입에 달고 살았어요. 내 생각과 감정 따위는 중요치 않았습니다.” 손모(19)군은 지난해 4월 집을 나왔다. 공부에 대한 압박,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였다.

손군은 양천구의 명문 K고에 다녔다. 어머니는 고교 교사이고, 아버지는 법조계에서 일한다. 집안이 부유해 남부럽지 않게 컸고, 고1 때까지 성적도 상위권을 유지했다. 고2가 되면서 부모와 자주 마찰을 빚었다. 학업 강권 때문이다. 손군은 매일 밤 11시 학교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면 새벽 2시까지 학원에서 강의를 들었다. 주말에도 8시간씩 학원 수업을 받았다. 손군은 “좀 자유롭고 싶다고 엄마한테 여러 번 말했지만 내 말에 귀 기울여 주지 않았다.”고 했다. 손군은 이미 가출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해 그들이 살고 있는 신림동의 한 고시원으로 들어갔다. 그는 “목동 지역 엄마들은 애들에 대한 관심과 규제가 너무 지나치다.”며 “성적표 나올 때 애들이 가출을 많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시로 집을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애들이 부지기수고, 장기 가출자는 한 반에 한 명 정도 된다. 우리 학교는 학년당 15반이 있다. 매년 45명 이상이 장기 결석한다.”고 했다.

탐사보도팀
2010-02-2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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