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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산부인과 신생아 병동을 가다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산부인과 신생아 병동을 가다

입력 2011-07-02 00:00
업데이트 2011-07-02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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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이 악물고…조금만 더! 힘을 줘. 옳지.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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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는 생애 최대의 기쁨을 위해 생애 최대의 고통을 기꺼이 감수한다. (차병원)
산모는 생애 최대의 기쁨을 위해 생애 최대의 고통을 기꺼이 감수한다. (차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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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실에 함께 들어가 산모와 고통을 함께한 아빠가 아이를 건네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분만실에 함께 들어가 산모와 고통을 함께한 아빠가 아이를 건네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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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태어난 아기가 엄마 곁을 떠나 신생아실로 옮겨지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이제 막 태어난 아기가 엄마 곁을 떠나 신생아실로 옮겨지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지난달 26일 새벽 강남구 차병원 산부인과 가족분만실. 새 생명이 탄생하는 진통이 이어진다. 짧은 순간이지만 출산의 고통을 아내와 함께 나누기 위해 허인환(40)씨가 택한 가족분만실이다. 남편의 손을 잡은 산모의 힘이 다해 갈 즈음, 예쁜 공주님이 힘찬 울음소리로 엄마와 세상을 향해 인사한다. 새벽 2시 33분. 김명희(36)씨는 7시간의 산고 끝에 3.8㎏의 우량아를 낳았다. 아빠가 된 허씨는 “노산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건강한 아기를 낳은 아내가 고맙다.”며 엄마와 아기를 이어 주던 탯줄을 자른다. 결혼 6년 만에 어렵사리 들어선 아기. 산모의 나이를 고려할 때 제왕절개로 출산하는 게 맞지만 김씨는 자연분만을 선택했다. 아기와의 감격스러운 첫 만남을 고스란히 느끼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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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분만으로 둘째 딸을 순산한 김진순씨가 아기와의 감격스러운 첫 만남을 갖고 있다.
자연분만으로 둘째 딸을 순산한 김진순씨가 아기와의 감격스러운 첫 만남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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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실에서 갓 태어난 아기의 확인을 위한 발도장을 찍고 있다.
분만실에서 갓 태어난 아기의 확인을 위한 발도장을 찍고 있다.


첫딸을 만난 엄마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내 아기 맞죠? 내가 엄마가 된 거죠? 감사합니다.” 그녀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고맙다는 말을 연발한다. 엄마를 찾아온 아기에게, 분만 내내 곁에서 지켜 준 남편에게, 생명 탄생을 돕기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던 의료진에게….생애 최고의 기쁨을 위해 생애 최대의 고통을 기꺼이 감수한 그녀에게 이 순간만큼은 그 모든 게 축복이다.

하루 평균 22명의 신생아가 태어난다는 서울 중구 제일병원. 오전 10시 면회시간만 되면 신생아실 앞은 아이를 보려는 산모와 가족들로 북적인다. 커튼을 젖히고 아기의 번호를 보여 주면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아기와 만날 수 있다. 그렇게 면회를 온 사람들 틈으로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한 아기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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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실은 육아경험이 풍부한 간호사가 1일 3교대로 전담근무를 하며 아기들의 건강을 살핀다.
신생아실은 육아경험이 풍부한 간호사가 1일 3교대로 전담근무를 하며 아기들의 건강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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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두 차례의 면회시간만 되면 신생아실 앞은 아이를 보려는 산모와 가족들로 북적인다.
하루 두 차례의 면회시간만 되면 신생아실 앞은 아이를 보려는 산모와 가족들로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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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의 모습을 찍어 휴대전화에 저장하고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의 모습을 찍어 휴대전화에 저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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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태어난 경사를 알리고 외부인의 출입을 금하기 위한 표시인 ‘금줄’이 병동입구에 설치되어 있다. (제일병원)
아기가 태어난 경사를 알리고 외부인의 출입을 금하기 위한 표시인 ‘금줄’이 병동입구에 설치되어 있다. (제일병원)


“아이고 천상, 오서방 쏙 빼닮았네.” 정순임(62)씨는 3대 독자에게 시집간 딸이 낳은 외손자가 너무도 사랑스럽고 고맙다. 바로 옆 바깥사돈 앞에서 한껏 어깨가 으쓱해진다. “아가야 할아버지~ 해 봐.” 자식 키울 때보다 손자가 더 예쁘다더니 오칠중(66)씨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친손자의 얼굴을 담기에 바쁘다. 간호사들이 3교대로 24시간 아기들을 돌보는 신생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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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절개를 통해 갓 태어난 아이를 엄마가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제왕절개를 통해 갓 태어난 아이를 엄마가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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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가 갓 태어난 아이를 위해 초유를 먹이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산모가 갓 태어난 아이를 위해 초유를 먹이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세상에 나오는 과정은 아기들에게도 쉽지 않다. 이곳에서 아기들의 호흡, 맥박, 체온 등을 체크하는데 간혹 안타까운 모습도 있다. 호흡이 불완전해서 산소치료를 받거나 황달로 응급처치를 받는 아기들이다. 초보 엄마들에게 ‘신생아 입원실’이라고 하면 하늘이 무너진다. 조임경씨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호흡 불안정으로 신생아 중환자실로 갔다. “무리해서 자연분만을 했나.” “더 나빠지면 어쩌나.” 초산이라 모유 수유도 처음인 데다 출산 직후에는 모유의 양도 많지 않아 이래저래 힘들다. “대부분 하루,이틀이면 좋아져 정상으로 돌아간다.”는 의료진의 말도 전혀 귀에 들어오질 않는다. 그녀는 “아이를 낳아 봐야 엄마 마음을 안다고 하는데 이제야 그 의미를 알 것 같다.”고 울먹였다. 새 생명이 움트는 공간인 신생아병동은 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기나긴 고통과 기다림은 생애 가장 아름다운 만남을 위한 통과의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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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이상이 있는 아기들은 태어난 직후 치료를 받는다. 황달에 걸린 아기를 치료기에 눞히는 장면.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건강에 이상이 있는 아기들은 태어난 직후 치료를 받는다. 황달에 걸린 아기를 치료기에 눞히는 장면.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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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세상의 빛을 보기 시작한 아기의 건강을 점검하기 위해 체중을 재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이제 막 세상의 빛을 보기 시작한 아기의 건강을 점검하기 위해 체중을 재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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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태어난 아기가 산소치료를 위해 치료기 위에 누워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갓 태어난 아기가 산소치료를 위해 치료기 위에 누워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미래의 동량(棟梁)인 새 생명의 탄생. 한 가족에게 그보다 아름답고 신성한 일은 없을 터. 태어난 아기들의 건강하고 멋진 앞날을 기원한다.

글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2011-07-02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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