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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인사이드] 예비군 훈련비 ‘10만원’ 약속, 잊으셨나요?

[밀리터리 인사이드] 예비군 훈련비 ‘10만원’ 약속, 잊으셨나요?

입력 2015-05-26 15:11
업데이트 2015-05-2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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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무너진 軍 ‘예비군 훈련비’ 불만 폭발

군이 2020년까지 현재 1만 2000원인 예비군 훈련비를 3만 5000원으로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비난 여론이 폭주했습니다. 군도 예비군 처우 개선에 고민을 많이 하겠지만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군이 2020년까지 현재 1만 2000원인 예비군 훈련비를 3만 5000원으로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비난 여론이 폭주했습니다. 군도 예비군 처우 개선에 고민을 많이 하겠지만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1만 2000원. 하루 예비군 훈련비입니다. 병장 월급이 17만 14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예비군 앞에서 그런 얘기를 꺼냈다가는 면전에서 욕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1만 2000원은 교통비와 식비를 모두 포함한 빠듯한 금액이기 때문입니다. 군은 얼마 전 예산 홍보책자를 통해 예비군 훈련비를 2020년까지 3만 5000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런 발표를 접한 예비군들은 오히려 온·오프라인에서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냈습니다. 왜 그들이 분노할까요.

●예비군 훈련비를 10만원으로 올린다던 야심찬 계획

불과 5년 전인 2010년 9월 언론에서 정부 발표를 인용한 보도 내용을 한 번 보겠습니다.

’예비군 훈련비가 내년부터 대폭 인상돼 2020년까지 최대 10만원으로 오르고, 2박 3일인 동원훈련 입소기간이 4박 5일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방부는 예비군 훈련에 성과주의를 도입해 훈련 성적이 우수한 예비군은 조기 퇴소 조치 등 포상할 예정이다.’

여기서 현실화된 것은 ‘성과주의’와 ‘조기퇴소’ 정책뿐입니다. 미래의 일이지만 10만원으로 올린다던 예비군 훈련비는 계획에서조차 3만 5000원으로 줄었습니다. 물론 예산 상황은 언제나 변할 수 있습니다. 사정이 좋지 않으면 계획을 변경할 순 있겠죠. 그러나 헛공약의 격차가 너무 크니 한창 일하거나 취업준비를 할 나이인 20·30대 청년들이 분노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군이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없는 살림에 고민이 많겠죠. 예비군 훈련비도 점진적으로 오르는 추세입니다. 300만명에 이르는 예비군을 동원함으로서 생기는 사회적 손실이 연간 1조 3000억원에 달한다는 비판이 해마다 제기됐고, 군은 예비군 훈련비를 소폭이나마 꾸준히 인상했습니다. 지난해 1000원, 올해 1000원씩 예비군 훈련비는 계속 인상됐죠. 올해는 영화관과 놀이공원 할인혜택까지 내놓았습니다. 정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흔적이 보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것을 과연 ‘노력’이라고 해야 할 지 의문이 드는 사건이 잇따라 일어났습니다.

예비군 훈련비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그래도 인내하는 분들이 많았던 이유는 바로 그 돈으로 첨단무기를 도입해달라는 무언의 응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봇물 터지듯이 나오는 방산비리 사건 때문에 군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예비군 훈련비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그래도 인내하는 분들이 많았던 이유는 바로 그 돈으로 첨단무기를 도입해달라는 무언의 응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봇물 터지듯이 나오는 방산비리 사건 때문에 군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첨단무기를 기대했던 국민들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다

사실 많은 예비역과 국민들이 열악한 예비군의 처우 문제를 알고도 지금까지 대놓고 문제제기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첨단무기’에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첨단무기를 개발하거나 외국에서 사들이는데 돈이 많이 필요하니 당장의 병사 복지 문제는 뒤로 미뤄야 할 것”이라며 참고 견뎠습니다. 좀 고생하더라도 병사들에게 쓰는 소모성 비용보다 자주국방을 위한 곳에 좀 더 여력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은 지금도 많습니다. 심지어 예비군의 처우 개선 문제는 현역병의 복지 개선보다도 한참 뒤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군 납품비리가 굴비 엮어 나오듯이 줄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고위 장성 상당수가 비리에 연루됐고, 수사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천암함 폭침 사건으로 국민들이 분노해 지원한 막대한 예산은 함정 장비를 비싸게 사들이는데 사용됐습니다. 아예 ‘줄줄 샜다’는 표현이 옳겠습니다. 북한의 AK-47 소총 탄환도 막지 못하는 방탄복이 지급됐고, 아직도 방산비리를 겨누는 검찰 수사의 끝이 보이질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1만 2000원을 받고 예비군 훈련을 하는 20·30대 청년들의 기분은 어떨까요. 2020년 3만 5000원을 준다고 하면 과연 기분이 좋을까요. 군은 국민들의 ‘희생’을 요구했지만 다수의 젊은 층이 군에 대한 신뢰를 버렸습니다. 그리고 결정타로 ‘예비군 총격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스라엘군처럼 아예 예비군 훈련비를 10만원 이상으로 인상하고 훈련 강도를 높이자는 얘기도 나옵니다. 하지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추진하는 정책이 과연 큰 의미가 있을까요. 획기적인 수준의 예비군 처우개선과 군 신뢰회복을 동시에 추진해야 합니다. ⓒ AFPBBNews=News1
이스라엘군처럼 아예 예비군 훈련비를 10만원 이상으로 인상하고 훈련 강도를 높이자는 얘기도 나옵니다. 하지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추진하는 정책이 과연 큰 의미가 있을까요. 획기적인 수준의 예비군 처우개선과 군 신뢰회복을 동시에 추진해야 합니다. ⓒ AFPBBNews=News1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걱정된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왜 쥐꼬리만큼 예비군 훈련비를 받으면서 이런 총격사건까지 걱정해야 하나”라는 글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대중교통으로 와도 밥먹고 음료수 사 마시면 남는 게 없다”, “상사 눈치보면서 예비군 훈련 왔는데 이런 대우를 받고 열심히 훈련할 생각이 들겠나” 등 예비군 처우에 대한 불만이 끝없이 쏟아졌습니다. 군과 정부, 국회가 곤궁한 청년들의 삶 속에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이런 부분입니다.

●군의 신뢰 회복과 예비군 처우개선 동시에 이뤄져야

군 내부에서도 예비군 훈련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반 근로자 수준의 훈련비를 주고 훈련을 강화하자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는데요. 심지어 이스라엘처럼 10만원 이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약 20년을 예비군으로 활동하는데다 훈련 일수만 3년 동안 50일이 넘습니다. 또 일정 기간 전방근무까지 해야 합니다. 늘 전쟁과 함께한 그들의 입장이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그들은 예비군 병력수가 44만명에 불과하고 훈련비를 기업이 보조하는 등 우리와 상황이 다릅니다. 과연 단순히 훈련강도를 높이면서 돈을 많이 준다고 군을 신뢰하게 될까요. 비리가 난무하는 군의 체질을 뜯어고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예비군 훈련비를 적당하다고 표현하지 않을 겁니다. 이제는 예비군 처우도 개선하고 군의 신뢰도 높이는 그런 묘안을 짜보길 바랍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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