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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율 95% 감염병 잠재운 토종 슈퍼 히어로, 참 예쁜 한라벌

치사율 95% 감염병 잠재운 토종 슈퍼 히어로, 참 예쁜 한라벌

박윤슬 기자
입력 2021-10-28 22:26
업데이트 2021-10-29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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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다큐] 생태계 바로미터 꿀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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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충봉아부패병’으로 대부분의 토종벌이 궤멸한 가운데 농촌진흥청이 육종한 저항성 토종벌 ‘한라벌’은 토종벌의 희망이다.
‘낭충봉아부패병’으로 대부분의 토종벌이 궤멸한 가운데 농촌진흥청이 육종한 저항성 토종벌 ‘한라벌’은 토종벌의 희망이다.
인류가 코로나19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토종벌들도 10년 넘게 끈질기고 잔인한 팬데믹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09년 발생한 바이러스성 감염병 ‘낭충봉아부패병’이 바로 그것이다. 치사율이 90%에 달하고 전염성도 강하다. 서양종 꿀벌은 감염돼도 치유가 가능하지만 활동 반경이 넓은 토종벌은 감염되면 반경 5~6㎞의 일벌 10만 마리를 전멸시킬 정도로 위협적이다. 코로나19처럼 마땅한 치료제와 예방약이 없어 격리해 확산을 차단하거나 살처분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 때문에 토종벌은 95% 이상 궤멸했고, 토종 생태계까지 위험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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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대한민국 최고 농업기술명인으로 선정된 ‘청토청꿀’ 김대립 대표가 직접 가꾼 메밀밭에서 재래벌통을 살펴보고 있다.
2021 대한민국 최고 농업기술명인으로 선정된 ‘청토청꿀’ 김대립 대표가 직접 가꾼 메밀밭에서 재래벌통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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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벌통에서 토종꿀을 채취하고 있다.
김씨가 벌통에서 토종꿀을 채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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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벌은 서양 벌에 비해 체구가 작고 색이 짙다.
한라벌은 서양 벌에 비해 체구가 작고 색이 짙다.
●꿀벌들의 코로나 ‘낭충봉아부패병’ 확산세 잠재운 한라벌

‘한라벌’은 토종벌의 희망이다. 2019년 농촌진흥청이 육종한 저항성 토종벌 한라벌은 토종벌 사육 농가들과 전문가들이 힘을 합친 결과다. 끊임없이 사육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농가에 적극적으로 보급하면서 지금은 낭충봉아부패병 확산세가 잡혔다. 특히 눈에 띄는 인물이 ‘청토청꿀’의 김대립(48) 대표다. 김씨는 낭충봉아부패병 퇴치에 힘쓰고, 토종벌 사육기술을 체계적으로 정립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농촌진흥청이 인증하는 ‘2021 대한민국 최고 농업기술 명인(축산분야)’에 선정됐다. 명인은 지역 농업·농촌 발전에 기여한 최고 농업기술자로 식량작물, 채소, 과수, 화훼·특작, 축산분야에서 각 1명이 선정된다. 축산부분은 그동안 소나 돼지 같은 큰 규모의 종목만 선정됐었기에 이번 결과는 더 의미 있다. 충북 청주시 낭성면 추정리 메밀꽃밭은 그가 토종벌을 위해 직접 메밀 씨를 뿌려 가꾼 곳이다. 1만 4000여평에 달하는 규모로 타지 관광객들도 찾는 명소가 됐다.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토종벌꿀을 만들고 있는 김씨는 아홉 살 생일선물로 벌통을 받았을 만큼 벌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관련 특허만 9건인 그에게도 낭충봉아부패병은 큰 난관이었다. 한라벌이라는 새 품종이 개발됐어도 ‘순종 교배’를 위해 외딴 지역에서 이들을 길러 다시 육지로 옮기는 작업이 중요하다. 김씨는 이 작업을 위해 대부분의 생활을 전남 보길도·노화도, 제주도 등에서 지내고 있다. 그는 “타지에서 고립된 생활을 한다는 게 쉽진 않지만 토종벌과 함께할 미래를 꿈꿀 수 있어 행복하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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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천적인 외래종 등검은말벌이 토종벌을 납치했다. 최근 이 말벌이 급격히 늘어나 양봉농가에서도 고민이 많다.
꿀벌의 천적인 외래종 등검은말벌이 토종벌을 납치했다. 최근 이 말벌이 급격히 늘어나 양봉농가에서도 고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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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개발한 다기능토종벌출입문. 이 장치로 여왕벌을 격리시켜 전염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김씨가 개발한 다기능토종벌출입문. 이 장치로 여왕벌을 격리시켜 전염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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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와 연을 맺으며 사찰 인근에 300개의 벌통을 돌보고 있는 추정리 지장사 안병철 스님이 김씨 벌통을 살펴보고 있다.
김씨와 연을 맺으며 사찰 인근에 300개의 벌통을 돌보고 있는 추정리 지장사 안병철 스님이 김씨 벌통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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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꿀벌은 크게 재래종(토종벌)과 개량종(서양꿀벌)으로 나뉜다. 토종벌은 동남아 지역에 분포하는 토착종으로 삼국사기에 기록돼 있을 정도로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국내 꿀벌은 크게 재래종(토종벌)과 개량종(서양꿀벌)으로 나뉜다. 토종벌은 동남아 지역에 분포하는 토착종으로 삼국사기에 기록돼 있을 정도로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4년 내 멸망… 25년간 야생꿀벌종 25% 감소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4년 안에 멸망한다.”

아인슈타인의 예언으로 알려진 이 말은 사실 프랑스 양봉업자들의 주장이라는 설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인류의 생존에 벌이 중요하다는 사실만은 거짓이 아니다. 올 초 세계생물다양성정보기구는 지난 25년간 야생 꿀벌종의 25%가량이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5월 20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벌의 날’이다. 세계 야생식물 번식과 식량 생산에 필수적인 매개체인 꿀벌을 지킬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글 사진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2021-10-2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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