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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라이프] ‘자신감 충전기’ 나만의 여가생활찾기

[싱글 라이프] ‘자신감 충전기’ 나만의 여가생활찾기

입력 2010-01-27 00:00
업데이트 2010-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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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들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주체할 수 없는 시간이다. 맹렬히 업무에 매진하거나 학업에 열중하다가도 집에만 돌아오면 어쩔 수 없이 ‘방콕’ 신세가 된다. 집에서 아무리 허리를 바로 세우려고 해도 힘이 빠지고, 무조건 TV와 침대, 소파를 찾는 것이 바로 싱글 당신이다. 아니면 밤새 술에게 몸을 맡긴 ‘주당(酒黨)’이 될 뿐이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여가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하면 결코 삶의 질을 높일 수 없다. 주변을 잘 살펴보면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싱글들은 나름대로 독특한 여가 활용법을 갖고 있다. 그들은 여가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또 다른 삶을 개척한다. 다만 훌륭한 여가활용법을 교과서에서 찾으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의지를 갖고 먼저 무거운 몸부터 일으켜야 한다.

■주식 손댔다 빚더미에 앉은 29세 기용씨

슬로 슬로 퀵~퀵 쪽박 악몽 훌~훌

김기용(29)씨는 매주 월요일 사교댄스 동호회에 나간다. “춤을 추러 다닌다고?”라는 질문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을 만큼 춤과는 거리가 먼 외모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하지만 1시간 동안 의상을 준비하고 향수를 뿌리는 등 준비를 철저히 한다. 사교댄스는 그의 가장 주된 취미생활이자 ‘자신감 충전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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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댄스 같은 건 여유 있는 중년층이나 여자들만 즐기는 줄 알았던 김씨. 그가 매주 정기적으로 동호회에서 스텝을 맞추게 된 것은 지난해 여름부터. 당시 보험영업직으로 일하던 김씨는 큰돈을 만질 욕심으로 주식투자에 몰두했다. 그러나 어느 날 주식이 수천만원씩 폭락하면서 빚더미에 앉았다. 스트레스가 겹쳐 일도 그만뒀다. 그는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워 매일 방에 틀어박혀 술만 마시고, 한강도 4번이나 다녀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보다 못한 선배가 반강제로 서울의 한 대학교 앞에 있는 스윙댄스 클럽에 가입시켰다. 처음엔 음악은 좋은데 발이 따라주지 않았다. “왜 이걸 시작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매주 월·목요일 사교댄스인 지터벅과 스윙댄스를 연마하던 지난해 가을 어느 날 발이 척척 맞아떨어졌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며 집에서도 4~5시간씩 끊임없이 연습한 덕분이었다. 작년 12월에는 연습장을 통째로 빌려 공연도 가졌다. 공연 이후에는 동호회 참석 횟수를 월요일 한 차례로 줄였지만 열정은 더 커졌다. 자신감이 생겨 다시 일자리를 알아보고, 깨진 그림판을 맞추듯 예전의 일과시간을 복구해 갔다. 그는 “내가 춤을 출 것이라고는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역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 못하는 것이 인생”이라면서 “취미와 여가가 삶의 활력소가 될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웃었다.

서울의 한 변압기 제조회사에서 구매를 맡고 있는 박경윤(30)씨는 일에 치이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조용히 도자기 물레 앞에 앉는다. 벌써 2년째. 웬만한 도예가 부럽지 않은 실력을 갖췄다.

서서히 돌아가는 물레. 가만히 손을 대고 정성을 불어넣으면 특색 없던 검은 흙덩이가 모양을 갖추고 도자기로 태어날 준비를 한다. 물건 하나에 새로이 생명을 불어넣는 신성한 작업은 박씨의 가슴 한구석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시원하게 뚫어 버린다. 그는 “무엇인가 창조하는 일은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박씨의 특징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쉽게 이겨내지 못하고 건강까지 나빠진다는 것이다. 혼자 있을 때 스트레스가 많아지면 가슴이 두근거려 참을 수가 없다고 했다. 한동안 마음을 가라앉히는 법에 대해 고민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주변 사람의 권유로 도예를 시작했다.

처음엔 모든 것이 어색하고 괴상망측한 모양을 한 그릇들이 태어나기 일쑤였지만 그 과정 또한 마음을 다잡기 위한 단계라고 생각했다. 물레 앞에 앉을 때마다 호흡을 가다듬고 도자기와 자신이 합일되는 순간을 기다렸다. 적절한 습도, 회전력, 손놀림이 더해지면서 제법 그럴듯한 모양을 갖춘 도자기가 생겨났다. 재미를 붙인 그는 좋은 흙을 구하기 위해 경기 여주, 이천 등지로 열심히 다녔다. 짧은 여행은 그의 마음을 더욱 차분하게 가라앉혀 줬다. 그는 “도예가 바쁜 현대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에게는 여유라는 가장 큰 행복을 준다.”면서 “도예가 아니었다면 난 아마 폐기된 도자기 꼴이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울증에 10㎏나 살쪄버린 30세 성미씨

찰칵 찰칵 치~즈 ‘방콕인생’ 훌~훌

홈쇼핑업체에 다니는 박지현(26·여)씨는 주말마다 K극단을 찾는다. 지난해 사회인 극단에 새내기로 처음 발을 들여놓았지만 열정만큼은 선배들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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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단원들과 모여 감정표현이나 마임(mime)을 연습한다. 매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홈페이지에 서로의 연기에 대해 평가도 올려놓는다. 일년에 한 번씩 공연을 하기 때문에 열심히 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대학 졸업 전 구직활동을 하다가 남는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인터넷 카페에서 극단을 찾은 그는 단숨에 연극에 매료됐다.

그는 “취업 후에는 연수 등 일정이 바빠 자주 참석하지 못하지만 쉬지 않고 꾸준히 연습해 올해 공연에 참석할 것”이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서울의 한 은행 창구에서 일하는 김성미(30·여)씨는 주말마다 작은 디지털카메라와 약간의 음식을 챙겨 차를 몰고 시골로 내려간다. 김씨는 “주말에 할 일이 없어 매일 인터넷으로 쇼핑몰이나 뒤지던 생활이 이제는 꿈만 같다.”고 했다. 예전에는 작은 자취방에서 온종일 누워서 지냈다. TV와 컴퓨터만 있으면 하루가 뚝딱 지나갔다. 하지만 2년 동안 집에서 거의 누워서 지낸 결과 몸무게가 10㎏이나 늘어 우울증만 생겼다. 가끔씩 영화도 보고 친구들도 만났지만 짠 바닷물을 마시는 것처럼 알 수 없는 갈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김씨는 셔터에 손가락을 올려 산과 들, 농촌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을 때, 동호회 회원들과 사진에 대한 지식을 나눌 때 형언할 수 없는 쾌감을 느낀다고 했다. 사진이 쌓이면 정기적으로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작은 사진전을 열기도 한다. 더 많은 사람이 작품을 봐 주길 희망하지만, 좀 더 실력이 좋은 동호회 회원들이 의견을 내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재미를 느낄 수 있단다.

김씨는 “아마추어 사진작가의 영역에 조금씩 다가갈수록 새로운 삶이 열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서 “취미생활 하나로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비로소 깨달았다.”고 말하며 미소지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2010-01-2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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