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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혐오증 실체는] “정치 냉소 부추겨 잇속 챙기는 세력 감시하고 심판해야”

[정치혐오증 실체는] “정치 냉소 부추겨 잇속 챙기는 세력 감시하고 심판해야”

입력 2011-07-18 00:00
업데이트 2011-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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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혐오→정책불신→국민피해… 악순환 끊자

지난 2009년 여론조사 기관인 미디어리서치는 한 시사잡지의 요청으로 우리나라 33개 직업군의 신뢰도를 조사했다. 소방관, 간호사, 직업운동선수의 신뢰도가 가장 높았고 검사, 목사, 정치인 등의 신뢰도가 낮았다. 올해 2월 특임장관실도 비슷한 조사를 했다. 신뢰받는 집단을 조사했는데, 학계와 언론계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반면 청와대, 국회, 경찰의 신뢰도는 바닥이었다. 두 여론조사를 비교해 보면 다른 직업군은 조사 기관별로 신뢰도에 편차가 있으나 유독 정치인들은 공통적으로 꼴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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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불신, 정치 혐오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정치 불신이 정책 불신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국민 피해로 직결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게 문제다.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의 무관심과 냉소를 빌미로 자신들을 포함한 특정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위해 입법 활동을 벌이며, 정부와 이익집단은 이런 국회의원들을 교묘하게 활용한다. 정치 불신이 국민의 감시를 무디게 해 국민과 정치 사이의 틈을 벌려 놓는 사이에 특정 계층과 집단은 자신들의 잇속만 차리는 셈이다.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여야는 대기업과 단체의 ‘입법 로비’를 합법화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기습적으로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했다. ‘쪼개기 후원금’이 발단이 된 청목회 입법 로비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한 의원들이 아예 법을 개정해 편법 시비를 차단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여론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은 왜 이런 무리수를 뒀을까. 이유는 검찰의 압박 때문이었다. 당시 검찰과 경찰은 수사권 조정 문제를 놓고 조직력을 총동원해 국회에 로비를 벌이고 있었다. 국회가 검사의 수사 지휘 범위를 법무부령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검찰에선 “쪼개기 후원금에 연루된 모든 의원들을 다 소환하겠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국민의 정치 혐오증을 불러일으켜 국회를 압박하려 한 것이다. 이에 여야 의원들은 아예 법을 바꾸려고 했다. 법 개정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 국회의 힘겨루기 속에서 국민의 이익은 뒷전이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정치의 기본적인 기능은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것인데 지금은 오히려 정치가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면서 “선거 때마다 ‘심판 투표’를 하고 있지만 권력 교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집권 세력이 실패를 거듭해 청와대와 국회, 중앙 및 지방 정부 등 어느 정치 조직도 신뢰받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 구호만 난무할 뿐 정책을 통해 유권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면서 “정치 혐오가 무관심으로 변하면 정치권을 감시할 세력이 없어지고 결국 개선 가능성이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형식적인 득표를 위한 전략이 아니라 주민과 접점에 있는 국회의원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돼야 하고, 지역 이해관계를 넘어선 국가적인 어젠다가 일반화를 거쳐 국민 공통의 문제로 전환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정치인들은 공적 시스템을 유지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인데, 국민 눈에는 끼리끼리 해먹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부정부패 척결 등을 통해 정치인과 공무원의 공적의식에 대한 학습이 다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구·강주리기자

window2@seoul.co.kr

2011-07-18 5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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