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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톡톡 다시읽기] (43) 공자 ‘논어’

[고전톡톡 다시읽기] (43) 공자 ‘논어’

입력 2010-11-22 00:00
업데이트 2010-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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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과 제자의 치열한 토론 현장의 재구성…공자판 ‘정의란 무엇인가’

‘논어’는 동아시아 최고의 고전이다. 시간이 지나고 세대가 바뀔 때마다 ‘논어’는 끊임없이 읽혀 왔고 또 새롭게 출간되어왔다. 아무리 유학(儒學)이나 공자(孔子)와 무관한 사람도 ‘배우고 때에 따라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로 시작하는 ‘논어’의 몇 구절쯤은 익숙하다. 어떤 의미에서 ‘논어’는 그냥 아는 책, 읽은 것 같은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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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가 아닌 ‘누군가’를 위한 말씀

‘논어’는 공자와 그 제자들이 나눈 담화(discourse), 즉 ‘말씀들’이다. 그런데 총 20편, 500여 문장으로 이루어진 ‘논어’ 어디에도 현실과 동떨어진 신비로운 말 같은 건 없다. 이곳에서 공자와 제자들은 웃고 싸우고 토론한다. 스승과 제자는 사소한 일상으로부터 나라를 경영하는 방책까지 자유롭게 주제를 넘나든다. 요컨대 ‘논어’의 말들은 모든 이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언제나 구체적인 상황과 맥락 위에 있는 ‘누군가’를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논어’ 읽기는 그 말의 현장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논어’를 아름다운 덕담(아포리즘)이 아닌 실제적인 삶의 지혜로 만드는 건 지금 이곳에 있는 우리들의 몫이다.

●學으로 시작해 知人으로 끝나는 스테디셀러

불멸의 스테디셀러 ‘논어’는 배움(學)으로 시작해서 사람을 알아보는 것(知人)으로 끝난다. 배움에 관한 공자의 의지는 ‘논어’ 전편에 일관된다. 공자는 자신보다 충후하고 신의있는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자신보다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없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자신의 일생을 언급할 때에도 공자는 자신이 열다섯 살에 학(學), 즉 배움에 뜻을 두었다는 것으로 삶을 회고했다. 공자와 그 제자들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배움을 매개로 공부 공동체를 이룩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공자에게 배움은 무차별적인 가르침을 뜻하지 않는다. 공자는 스스로 배우기를 열망하지 않는 사람은 깨우쳐 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스승은 단지 전해 줄 수 있을 뿐이다. 새가 날갯짓을 익히듯 부단히 자기 몸에 새기는 과정은 각자에게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논어’는 결코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성자(聖者)들의 기록이 아니다. ‘논어’에 등장하는 공자와 그 제자들의 대화는 이들이 현실의 부단한 갈등 속에서 부침하는 평범한 인간들이었음을 보여 준다.

하루는 제자 자로가 공자에게 꾸중을 들었다. 이유인즉 누군가 스승이 어떤 사람인가 물었는데 우물쭈물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는 것. 공자는 자로에게 왜 자신을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밥 먹는 것도 잊고 그 즐거움으로 근심도 잊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며 나무랐다.

공자는 말한다. 배우고 때에 따라 익히고, 뜻을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그것이 곧 인생의 기쁨이자 즐거움(悅)이 아니겠느냐고! 이에 비하면 세간의 명망이나 부귀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하여 훌륭한 인격은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마음이 옹졸해지지 않는 법이다. 남이 나를 알아봐 주지 않을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아보지 못할 것을 걱정하라!

●상황별 개인별 맞춤형 실천윤리 강조

공자는 아카데믹한 학문의 장(場)만을 고집했던 학자는 아니었다. 그는 거대한 몸집과 용기를 가졌으며 현실 정치에 적극 참여하고 싶어했다. 공자는 일찍부터 범상치 않은 수재로 나라 안팎으로 이름을 떨쳤지만 좀처럼 정식 관리로 뜻을 펼 기회를 잡지는 못했다. 하여 마침내 55세의 공자는 직접 세상을 향해 뛰어들어 간다. 공자의 이 방랑은 14년간 계속되었다. 고국 노나라로 돌아왔을 때, 공자는 어느덧 칠십을 바라보는 늙은 현자가 되어 있었다.

“자공이 물었다. 만일 널리 백성에게 은혜를 베풀고 중생을 제도할 수 있다면 인(仁)한 사람입니까. 대답하셨다. 그 정도면 성인(聖人)일 것이다. 요순도 그것을 근심했다. 인한 사람은 자기가 일어서려고 할 때 남을 먼저 세워주고, 자기가 도달하려고 할 때 남을 먼저 도달하게 한다. 가까운 곳에서 설명할 수 있다면 인의 방책이라 할 수 있다.(‘옹야’)”

공자는 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육십이 되자 귀가 순해졌고(이순·耳順), 칠십이 되자 마음을 좇아 하고자 하는 일들이 도를 넘지 않았다(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

유학 혹은 공자를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인’(仁)은 바로 이러한 인간 공자의 인생을 통해 흘러나온 말씀들이다. 인은 ‘논어’에 100여 차례 이상 언급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인은 개념의 형태로 정의되지 않는다. 요컨대 ‘논어’는 ‘인이란 무엇이다’라는 화법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러이러한 것이 인이다’라는 형식으로 말해진다.

이런 이유로 인은 매번 다르게 말해진다. 공자는 염구와 같은 소극적인 제자에게는 좀 더 과감히 행동할 것을, 자로와 같은 과단성 있는 제자에게는 좀 더 신중할 것을 요구했다. 왜냐하면 인은 모자람도 지나침도 없는 딱 그만큼의 실천 윤리이기 때문이다. 하여 인은 매순간 마주치는 삶의 용법들을 창안함으로써 완성된다. 한마디로 생활의 발견이었던 셈!

한 철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사람이 ‘논어’를 읽었는데도 여전히 변화가 없다면 그것은 아직 ‘논어’를 읽지 않은 것이라고. 이러한 사실들은 왜 ‘논어’가 세대와 국경을 뛰어넘는 고전인가를 다시 ‘말해준다’. 아울러 지금 우리가 ‘논어’를 읽는 이유까지도. 그러고 보니 ‘논어’는 늙지도 않는다.

문성환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서울신문·수유+너머 공동기획
2010-11-2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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