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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름 지나자 신군부 ‘묵인’

美 보름 지나자 신군부 ‘묵인’

입력 2010-02-23 00:00
업데이트 2010-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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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12.12 사태 직후 신군부에 대해 극도의 불만을 표시하며 반발세를 보였으나 보름여가 지나자 신군부를 사실상 묵인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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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하와 글라이스틴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최규하 국무총리가 1978년 7월 26일 신임 인사차 중앙청을 예방한 윌리엄 글라이스틴 주한미국대사와 환담하고 있다.
최규하와 글라이스틴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최규하 국무총리가 1978년 7월 26일 신임 인사차 중앙청을 예방한 윌리엄 글라이스틴 주한미국대사와 환담하고 있다.


22일 공개된 외교문서에 따르면 미국의 입장을 공식 대변하는 윌리엄 글라이스틴 주한 미국대사는 12.12 사태 이후 최규하 대통령(13일)과 전두환 보안사령관(14일), 박동진 외무장관을 만나 미국측의 강력한 유감과 불만을 표시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신군부가 작전통제권 행사와 관련한 한.미간의 합의를 위반하고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체포한데 대해 백악관과 군부의 강한 불만을 전달하고 향후 민간정부를 전폭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19일 박 외무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한국군이 미국측과의 협의를 완전히 무시하고 대대와 사단병력을 자의로 이동해 한미 연합군의 군사적 유효성과 행동의 자유를 지극히 훼손했다”며 “금번 사태로 인해 한국장성의 인사와 군 내부의 결속에 미친 영향은 단기적, 장기적으로 보아 극히 심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연합사의 작전통제권의 위반 및 위계질서의 문란은 놀라울 정도”라며 “금번 사태는 앞으로의 연합사의 운영에 많은 문제점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미국 군부는 극도의 불만을 표시하고 있고 이러한 불만은 주한미군 사령관으로부터 미합참의장을 거쳐 백악관의 최고위층에 이르기까지 공통된 것”이라며 “미국 정부로서는 어디까지나 한국의 민간 정부와 상대할 것이며 한국의 민간정부를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쿠데타를 주도한 전두환 사령관에게도 이 같은 미국의 의견을 “확고하고 솔직하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전 사령관은 최규하 대통령 정부를 전적으로 지지하며 군으로서는 민간정부의 제반시책에 관여할 생각이 없고 최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치발전 계획을 지원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미측의 의구심을 불식시키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9일이 지난 28일 다시 박 장관을 면담한 글라이스틴 대사는 신군부에 대해 크게 누그러진 입장을 나타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군부 지도자들에 대해 그들을 배척하거나 경원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12.12 당시 신군부가 작전통제권에 관한 한.미간의 합의를 위반한데 대한 위컴 한미연합사령관과 미국 군부의 불만은 아직 잔존하고 있다”며 톤을 낮췄다.

그는 이어 신군부에게 정치적 의도나 목적이 있는 지를 물었고, 이에 박 장관이 “특별한 정치적 동기는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다만 (정 총장 체포를 통해) 박 전대통령 시해사건에 대해 완전한 수사를 하려는 것이었다”고 답하자 “그렇다면 군부 지도자들이 최 대통령의 정치일정 계획에 앞으로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봐도 좋으냐. 선거때 특정후보를 선호할 가능성이 있느냐”며 박 장관의 의중을 타진하는 선에 그쳤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12.12 사태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군이 신군부를 중심으로 안정화되고 이들이 특별한 정치적 동기를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해 신군부의 등장을 결과적으로 용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입장변화는 미 국무부가 작년말 기밀 해제한 1979년 12월 14일자 문서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글라이스틴 대사가 본국으로 보낸 비밀전문에 따르면 그는 12.12 사태를 당초 ‘사실상의 쿠데타’라고 보고했으나 14일 전두환 사령관을 만난 이후에는 “당초 보고가 스스로 신중하지 못했다”고 적었다.

그는 특히 “12.12로 남한 정부가 전복되지 않았고 쿠데타를 사전모의하지 않았다는 주동자들의 해명이 있었다”며 “주동자들의 해명에 대한 신빙성에 솔직히 의문이 있지만 사태의 전말이 밝혀질 때까지 신중하게 대처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맞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글라이스틴 대사는 이후 1999년 출간한 회고록 ‘광범한 개입, 제한된 영향력:위기의 카터 행정부와 한국’에서 자신의 당시 판단이 잘못됐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그는 회고록에서 “12.12쿠데타 이후 당시 전두환 장군이 정치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했지만 결국 거짓말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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