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1년전에만 만났어도…” 안타까운 눈물 이어져

“1년전에만 만났어도…” 안타까운 눈물 이어져

입력 2010-11-04 00:00
업데이트 2010-11-04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아이고, 1년 전에만 만났어도 형님을 뵐 수 있었을 텐데‥”

남측 가족 서익환(72)씨는 국군포로 출신인 형 서필환씨가 지난해 4월 뇌출혈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조카들로부터 전해듣고 망연자실했다.

필환씨는 전쟁이 나기 1년 전인 1949년 국군에 입대해 포병부대 소속으로 참전했다가 전쟁발발 직후인 7월 15일 행방불명됐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간 한 차례 면회가 익환씨와 형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익환씨는 2007년 중국에 있는 지인을 통해 형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곧바로 상봉신청을 하려 했지만 아쉽게도 2008년에는 상봉행사가 없었다.

지난해 상봉신청을 해 이번 상봉단에 포함됐지만 형은 이미 사망한 뒤였다.

익환씨는 북측의 세 조카 백룡(55), 승룡(45), 철룡(42)씨에게 “너희 아버지는 스무살때도 아주 똑똑한 서울 최고 멋쟁이였다”며 형 필환씨가 국군에 입대하기 1년 전인 21살 때 멜빵을 맨 양복차림로 한껏 멋을 내고 찍은 사진을 펼쳐보였다. 익환씨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얼굴을 알아야 한다며 1957년에 찍은 부모님의 회갑연 사진을 세장씩 가져와 조카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남북한을 통틀어 이번 상봉행사 최고령자인 남측 김부랑(97)씨는 60년간 재혼을 하지 않은 채 시부모님을 모시고 1남2녀를 키우며 남편을 그리워해왔지만 결국 남편을 만나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휠체어를 타고 상봉장을 찾은 김씨는 남편 고 권영동씨가 북에서 재혼해 낳은 딸 권오령(65)씨를 만나자 남편의 모습이 떠오르는 듯 손을 잡은 채 눈시울을 붉혔다.

수원에서 생활하던 부부는 김씨가 셋째를 임신해 시댁인 경북 안동으로 내려가면서 떨어져 살게됐고, 남편이 북한 지역의 학교로 발령받은 뒤 38선 이북을 소련군이 점령하면서 영영 이별을 하게 됐다.

이날 김씨와 동행한 아들 권오인(71)씨는 이복여동생 오령씨에게 “아버지는 언제 돌아가셨느냐”고 물었고 오령씨가 “90세까지 장수하시다가 3년 전에 돌아가셨다”고 답하자, “아버지가 나오셨으면 좋았을텐데, ‘아버지’라고 큰소리로 한번 불러보고 싶었다”며 눈물을 쏟았다.

김씨는 “남편의 산소에 술 한잔을 부어달라”며 다른 선물들과 함께 술 한 병을 북측 가족들에게 전달했다.

북측 상봉신청자 203명과 남측 가족 94명(동반가족 43명)이 만난 이날 상봉행사는 다수를 이루는 북측 가족들이 감정을 절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금강산=공동취재단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