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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필요성 사유로 지목된 헌재-대법 역할혼선

개헌필요성 사유로 지목된 헌재-대법 역할혼선

입력 2011-01-27 00:00
업데이트 2011-01-2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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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권에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역할 혼선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개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사실이 27일 알려지면서 두 기관의 위상과 역할에 세인들의 관심이 쏠린다.

 ◇‘법적’으로 대등한 위상=‘헌법재판소는 사법부에 속하나요?’,‘헌법재판소장과 대법원장 중 누가 높나요?’흔히 나오는 질문인데,법적으로 두 기관은 대등한 위치에 있다.

 대법원이 사법부의 최고법원인데 비해 헌법재판소는 그와 별개로 헌법소원심판·위헌법률심판·탄핵심판·정당해산심판·권한쟁의심판 등 5가지 종류의 헌법재판만 담당한다.

 헌법재판소법 제15조는 ‘헌법재판소장의 대우와 보수는 대법원장의 예에 의하며,재판관은 정무직으로 하고 그 대우와 보수는 대법관의 예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대법원장과 헌재소장,대법관과 헌재 재판관이 대등한 예우를 받는 것은 이에 근거한다.

 헌재는 입법·사법·행정부의 수장을 함께 일컫는 ‘삼부요인’이라는 표현도 달갑지 않게 여긴다.헌재가 1988년 창립했기에 그전에 나온 ‘삼부’라는 말은 지금의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논리에서다.

 헌재는 호주제,동성동본금혼법,군가산점제,재외국민 참정권,간통죄,종부세 등 국민의 생활에 직결되는 법률의 효력을 결정하고,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신행정수도특별법,‘이명박 특검법’ 등 정치의 장에서 해결하지 못한 사안도 중재하는 등 영향력이 결코 대법원에 밀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는 미묘한 위상의 차이가 있다.

 전체 법관 2천550여명을 이끄는 거대 조직인 대법원이 ‘삼권분립’의 한 축으로 확고한 위상을 가진데 비해 헌재는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돼 있고,재판관 중 세 명은 대법원장에 지명권이 있다.국가의전 서열에서도 대법원장이 헌재소장에 한단계 앞선다.

 사법부의 재판은 헌법소원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헌재가 취소할 수 없기에 두 기관이 종종 서로 다른 법률해석을 내놓으며 충돌하기도 한다.

 ◇반복되는 ‘갈등의 역사’=헌법재판은 1948년부터 헌법위원회와 대법원이 번갈아 맡다가 1987년 현행 헌법이 만들어지면서 헌법재판소가 탄생했는데 지금도 “헌재를 별도로 두지 말고 예전처럼 사법부에 합쳐야 한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법조인들이 있다.

 두 기관의 갈등은 1990년 헌재가 법무사법 시행규칙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위헌결정을 내리자 대법원이 “명령,규칙의 위헌심사권은 대법원에 있다”고 발표하면서 처음으로 표면화됐다.

 특히 1996년 양도소득세 산정기준 사건,2001년 국가배상법 사건,2009년 상속세법 사건 등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법률조항에 대해 대법원이 합헌으로 해석하면서 대립이 반복됐다.

 헌재는 “헌재가 위헌결정을 내리면 법원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에 구속력을 가지며 ‘한정위헌’도 위헌 결정의 일종으로 같은 효과를 갖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법원은 “한정위헌 결정은 법령 해석에 지나지 않고 법률조항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헌법상 법원의 고유 권한인 법률해석권을 침해한 것으로도 볼 수 있어 따를 수 없다”고 반박한다.

 작년 12월16일에는 대법원이 유신시절 대통령 긴급조치 1호에 대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같은 내용의 헌법소원 사건을 심리 중인 헌재와 전혀 사전교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 기관 사이에 다시 한번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기도 했다.

 이번 ‘대법원-헌재 역할중첩에 따른 개헌의견’이 대법관 출신인 김황식 국무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진데 대해서도 헌재 관계자들은 불편한 심기를 표시하고 있다.

 ◇역할조정 방안은=두 기관의 역할을 조정하는 방안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되는데 그 첫번째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법 제정 당시부터 논의됐던 이 방법은 그러나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법조계 내부에서는 ‘그리하면 헌재에 의한 사법권을 행사하는 의미가 돼 헌법상의 최고법원인 대법원 위에 제4심의 재판기관을 신설하는 결과가 된다’는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다.

 특히 이렇게 됐을 땐 헌재가 사실상 최고의 사법기관 역할을 하게돼 대다수가 법원의 하급심 판결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3심까지 가는 우리 국민이 대법원 판결 이후 헌재에 또 소를 제기,비용과 시간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지적도 법조인들은 내놓는다.

 두 번째 방안은 헌법을 고쳐 헌재와 대법원을 통합한 하나의 기관을 만드는 것이다.미국 연방대법원이나 일본 최고재판소처럼 같은 기관이 상고심과 헌법재판을 모두 담당하게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도 유럽에서는 ‘인권보장’과 ‘독립성’을 고려해 헌재를 별도로 설치하는 추세라는 의견과,현재 두 기관 모두 업무가 폭주하는데 어떻게 합칠 수가 있느냐는 의견,우리나라 헌재가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꼽힌다는 등의 반대의견이 적지 않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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