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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통일] (2) 이찬호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나와 통일] (2) 이찬호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입력 2011-03-07 00:00
업데이트 2011-03-07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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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문제는 창의성 요구 언제나 날 깨어있게 했다”

나는 통일문제를 다루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바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와 통일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통일부에서의 직장생활은 이후 작년 여름까지 계속되었다. 통일문제에 대해 일반국민들이 의례적으로 갖고 있는 수준의 식견 정도를 갖고 통일업무를 시작한 나에게 분단과 통일문제에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사회적 현상들과 함께 규범적인 측면에서 분단과 통일이라는 특수상황을 규정해 나가고 풀어내는 것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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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호 변호사가 통일부 출신 법률가로서 남북한 법·제도 통합 등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이찬호 변호사가 통일부 출신 법률가로서 남북한 법·제도 통합 등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통일부에 막 들어가자마자 남북교류협력이 시작되었다. 정부의 승인을 받으면 북한 사람과 만나거나 북한을 방문할 수 있고, 북한과 물자를 교역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을 위해 정부에 승인을 요청하는 사례는 많지 않았다, 어쩌다 신청이 들어오면 장·차관들이 모여서 그 승인여부를 결정하였고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 지금은 실무자 수준에서 이러한 일들이 일상적으로 처리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끼기도 한다.

북한을 여러 차례 다녀올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북한을 다녀옴으로써 그동안 관념적인 차원에 머물렀던 분단과 통일이라는 명제가 현실적인 과제로 다가왔다. 북한 관리들과의 회담이나 대화를 통해 남북 간의 불신의 벽이 만만치 않음을 실감할 수 있었고 남과 북이 진솔하게 마주앉아 통일과 민족의 장래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인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현실이라는 토대에 서서 통일이라는 목표를 바라보아야 하고, 통일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분단을 평화적으로 관리하면서 통일을 지향하는 일은 창의성을 요구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일에는 선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창조적인 발상의 전환을 통해 현 남북관계를 규율하는 각종 규범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일은 대학에서 법 공부를 한 나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일이었다. 또한 통일은 남북한의 법률과 제도를 통합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 작업을 진행하는 것도 법학도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유익한 일이었다. 독일의 사례를 공부하기 위해 고등학교 때 배웠던 독일어 교과서를 다시 집어 들었다. 독일통일의 경험을 연구하면서 제도적인 통합도 중요하지만 심리적인 통합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실감하였다.

우리가 갖고 있는 분단의 현실은 시시각각으로 변하였고 항상 새로운 이슈들을 만들어 내었다.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환상적 통일지상주의의 열풍이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적이 있었고, 연평해전이나 연평도 사태와 같이 분단의 냉엄한 현실을 상기시켜 주는 사건들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남북교류협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도 하였지만 중단된 경우도 있었다. 북한 체제가 약화되면서 수많은 탈북자들이 생겨났고, 과거 ‘귀순 용사’로 이들을 대우하던 패러다임이 이들의 조기 정착을 지원하고 우리의 사회복지망 속에서 돌보는 방식으로 변화하였다.

이러한 새로운 변화들은 항상 이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하게 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민간에서 수많은 논쟁과 토론이 벌어지게 된다. 분단과 통일은 우리 사회에 있어 중요한 토론거리인 셈이다. 생산적인 토론을 통해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분단관리방안과 통일정책을 마련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는 점점 성숙해진다고 믿는다.

돌이켜보면 나에게 있어서 통일문제는 항상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면서 그 해결책을 요구하고 항상 창의적인 사고를 갖도록 독려해 왔던 존재이었던 것 같다. 이제 변호사로서 새로운 길을 가고 있는 나에게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통일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지만, 그동안 통일문제가 항상 나로 하여금 고민하게 하고 생각하게 하면서 항상 깨어있게 했던 그 영향은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약력

47세.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미국 컬럼비아 로스쿨 졸업, 통일부 교류협력과장, 정책기획과장, 독일주재관, 미국주재관, 현재 법무법인(유) 태평양 변호사
2011-03-0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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