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7일 재보선 승부처로 여겨졌던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가 패배하자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전날 민정수석실이 전화홍보원 등 불법선거운동 적발 등으로 인해 막판 분위기가 악화되면서 선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작 결과는 그보다 더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무수석실 등 청와대 관련부서에서는 이날 오후부터 선거 결과가 상당히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기류가 속속 포착되면서 팽팽한 긴장감 속에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선관위의 분당을 지역 개표 결과, 한나라당이 패배한 것으로 나타나자 우려했던 악몽이 현실화했다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는 이날 재보선 결과와 관련, 예전과 마찬가지로 공식 논평은 내지 않았다. 홍상표 홍보수석과 김희정 대변인 모두 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재보선은 총선이나 지방선거, 대선과는 달리 어디까지나 특정지역에서 치러지는 지역선거일 뿐이고, 당의 주관하에 치러지는 것인 만큼 청와대, 대통령과는 거리를 두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인물, 미래, 젊음으로 요약된다”면서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국민 앞에 다시 한번 옷깃을 여미는 자세로 여권이 결속해 국정전반에 걸쳐 심기일전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겉모습과는 달리, 내심으로는 앞으로 당ㆍ정ㆍ청에 불어닥칠 후폭풍을 걱정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분당을 패배를 이유로 들어 임태희 대통령실장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려는 당 안팎의 분위기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3기 참모진이 임 실장 주도하에 비교적 탄탄한 팀워크를 이뤄 별다른 잡음 없이 대통령을 보좌해왔는데 재보선에 한번 패했다고 교체한다면 손실이 아니냐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더구나 분당을에서 패배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성’인 경남 김해을에서 김태호 후보가 승리한 만큼 당ㆍ정ㆍ청이 전면 쇄신에 나서야 하는 정도의 참패는 아니라는 반응도 나왔다.

청와대 주요 관계자는 “임 실장의 개인 책임으로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임 실장은 밤 늦게까지 집무실에서 TV를 통해 개표방송을 지켜봤으며 수석회의 등은 소집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관저에서 TV로 개표방송을 지켜보면서 중간중간 정진석 정무수석으로부터 짤막한 상황보고를 받았으나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