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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통일] (11)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나와 통일] (11)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입력 2011-05-06 00:00
업데이트 2011-05-0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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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채권보다 ‘통일세’ 효율 세대 간 형평성 꼭 고려해야

4월 초 아들의 논산훈련소 입소식에 다녀왔다. 1800명 정도가 입소했는데 함께 온 가족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 2년간 군생활을 시작하는 아들들과 아쉬운 이별의 순간을 가졌다. 거의 매주 이 정도의 인원이 입소한다고 하니 실로 많은 젊은이와 가족이 이별의 시간을 갖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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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잠시 생각해 봤다. 만약에 남북통일이 돼 징병제가 모병제로 바뀌게 되면 이런 이별의 아쉬움을 갖는 청년들과 그 가족들의 수가 훨씬 줄어 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게 바로 통일의 편익이구나.’

군 생활 21개월 동안 부담하게 되는 당사자의 경제적 비용을 생각해 보자. 직장을 다니다 군에 갔을 경우 받던 임금이 될 것이고, 대학을 다니다 왔을 경우 2년 정도 늦게 사회에 진출하는 기회비용이 될 것이다. 물론 군생활에서 얻는 능력향상으로 제대 후 임금상승의 기회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군생활 2년간의 부담은 분명 존재한다. 이것을 계산하면 이른바 조세부담과는 별도의 국민실질부담이 되는 것이다. 경제적 비용 말고도 가족들이 느끼는 아들과 떨어져 있는 그리움이라는 비경제적 부담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 부담과 비경제적 부담이 바로 통일이 이루어지면 줄어들 이른바 통일의 편익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비용 생각에 거부감만 키워

그동안 우리는 통일 하면 우선 비용을 생각하고 또 재원조달방법으로 통일세를 떠올렸다. 통일에 대한 거부감만 키워온 경향이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통일에 대한 무관심과 거부감은 더 크다. 그래서 이제는 수많은 유형의 통일 편익을 상정하고 또 계산해야 할 것이다.

분단상황과 한반도 긴장상황이 해소되면 금방이라도 증대하게 될 외국인 투자와 북한의 천연자원 개발, 활용 등 무궁무진한 편익은 기본이다. 이제 통일재원 마련의 논의의 중심을 통일비용에서 통일편익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내가 지출해야 하는 비용도 있지만 얻는 편익도 크다고 인식할 때 비로소 사람들은 비용부담에 동조하고 참여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통일비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통일비용은 통일편익보다 먼저 발생한다. 그래서 통일 후의 편익을 고려하는 동시에 국민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통일비용 마련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우선 국민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각종 제도를 사전에 정비해서 미래에 발생할 비용을 줄여야 한다. 독일의 경우 통일비용의 반 이상이 복지부분에서 발생했고, 복지비용 중에 반이상을 연금지급에 사용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미리 연금 제도 등 각종 복지제도를 통일에 대비해 정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의 제도를 유지한 채 통일을 맞는다면 북한 주민들에게 지급해야 할 복지비는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통일 대비 연금제도 개선해야

본격적인 남북협력이 이루어지면 민간자금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사실 통일이 된 후에 발생할 각종 사회간접자본(SOC)사업들은 국내외 기업들에 좋은 사업기회다. 북한이라는 빈곤국가를 지원한다고 생각하면 국제기구를 활용한 재원 조달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통일비용을 마련하는 방안으로 통일세와 통일채권 가운데 어떤 방법이 더 효율적일까.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어느 쪽이 더 적을까를 생각해 보자는 얘기다. 똑똑한 젊은이라면 통일채권보다는 통일세라고 답해야 한다. 통일채권은 부채를 미래로 미루는 것이다. 분단의 책임이 큰 기성세대에 부담을 더 지우게 하려면, 그들이 살아있는 동안 세금을 통해 통일 분담금을 낼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져 보면 과반수 이상이 통일세는 싫다고 답한다. 통일비용과 편익 계산, 재원 분담방안을 모색할 때에는 현 세대와 미래세대의 입장을 고려해 반드시 세대 간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통일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가는 공론화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안종범 교수는

▲52세 ▲미 위스콘신 대학 경제학 박사 ▲한국재정학회 회장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통계청 국가통계위원회 지역분과위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자문위원회 위원
2011-05-0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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