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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前장관 “특보 조기 임명은 뜻밖 총선 출마엔 관심 없어”

유인촌 前장관 “특보 조기 임명은 뜻밖 총선 출마엔 관심 없어”

입력 2011-07-25 00:00
업데이트 2011-07-25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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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문화특보’ 유인촌 前장관 인터뷰

“아직 내정이니까, 대통령께 재고해 달라고 하면 안 될까…. 그럼 불경(不敬)이 되겠지요?”

최근 대통령실 문화특보로 내정된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난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유시어터 극장에서 만났다. 그는 난감한 표정으로 “차관 인사가 초점이고, 나는 비상근인데 왜 이리 관심을 많이 쏟는 것이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유 전 장관은 “장관을 퇴임하면서 특보는 내년 초쯤에 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쳤는데, 청와대가 예고 없이 발표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총선 출마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면서 “내 나이 60세이고, 여기까지는 순조롭게 잘 왔지만, 정치적으로 욕심을 내려면 팔자를 극복해야 하고 그것이 ‘비극’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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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신임 예술의전당 이사장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유인촌 신임 예술의전당 이사장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박형준 특보나 이동관 특보와 함께 정책홍보나 정치 컨설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원래 나는 그쪽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문화예술 쪽에만 전념해 왔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문화특보가 하는 일은 뭔가.

-아직 잘 모르겠다. 김두우 홍보수석이 “평창 동계올림픽과 여수 엑스포를 잘 챙겨 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는 보도를 봤다.

→현재의 특보단에 유 특보까지 가세하면 청와대 비서실보다 특보단에 무게가 더 실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말을 만들자고 하면 무슨 말을 못 하겠나. 그러나 정책과 예산, 인재가 모두 행정부에 있기 때문에 특보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특보는 보좌의 역할을 벗어나지 않는다. 부처의 공무원들이 더 잘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조력하는 역할일 것이다. 특보단에 무게가 실린다는 것은 집행 능력이 없어서 현실화되기는 어렵다. 다만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의견을 내는 것이다. 의견을 내서 갈등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원래 올 1월에도 거론됐다고 하던데, 이번에 수락한 이유는.

-수락한 것이 아니고, 내정되던 날 오전 7시에 인사수석실에서 전화가 왔다. 그 전날 밤에 전화했는데 내가 전화를 안 받았다며, 문화특보에 내정됐으며 곧 발표한다고 말했다.

→비례대표를 포함해 내년 총선에 나가나.

-출마를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 정치는 다른 팔자가 있어야 한다. 미리 생각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안 하겠다고 해서 안 하는 것도 아니다. 상의를 해 봐야 한다. 개인적으로 정치에 욕망이 있거나 하지 않다.

→문화부 장관도 정치인 아니냐.

-장관은 정치인이 아니고, 행정가라고 생각한다. 일을 계획하고 예산을 만들며 정책을 집행해야 하니까 일로서의 판단이 중요하다. 장관을 정치인으로 생각했다면 재임 때 두루두루 잘 지냈을 것이다.

→서울시장이 공석이 되면 서울시장에 나갈 생각은 있나.

-국회의원 몇 선을 한 사람도 아니고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서울시장은 원하는 분이 많이 있을 테니까 나는 아니다. 인간에게는 팔자소관이라는 비극이 있다. 옛날 작품을 보면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타파해 보려는 욕망 탓에 정점에 나가려고 노력하지만, 때론 정점까지 못 가고 죽거나 정점에서 실패한다. 이것이 비극이다. 비극을 감상하는 포인트는 자신의 운명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노력과 용기에 있다. 나도 타고난 팔자가 있을 텐데 팔자를 극복하려고 하면 안 된다. 여기까지는 순항했지만, (더 하려면) 이제는 팔자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태 살아온 과정을 보면 장관을 지낸 것도 엄청나고 최고로 온 것이다. 분수를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연기자일 때는 ‘국민 배우’로 사랑을 받았는데, 장관이 된 다음에는 인기가 떨어졌다. 이번에 또 ‘완장’을 찼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장관 퇴임 후 재능기부의 성공적인 비정부기구(NGO) 모델을 만들고 싶었다. 정부 예산이나 지원을 받지 않고 지역의 예술가와 독지가들이 함께 힘을 모아서 청소년에게 예술적 체험을 할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거의 매주 4일 동안 6~7시간씩 소년원을 방문해 구내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으면서 청소년들과 함께 연극을 한 것은 청소년의 예술 체험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다. 의왕, 안양 소년원을 중심으로 올가을에 파일럿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 전국 10개 소년원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청소년 쉼터, 기초생활수급가정의 청소년, 소년소녀가장 등을 위한 문화사회 활동을 하려고 했다. 특보가 되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홍준표 대표가 ‘대통령이 외교, 경제는 잘했는데, 정치는 못했다.’고 발언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여당의 입장에서 의사를 전달할 때 표현을 잘할 필요가 있다. 여당이 협력적으로 아픈 상처를 만져 주고 가야 하는데, 이럴 때 말 한마디가 중요하다. 감정이 한 번 상하면 그것을 회복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단어 선택에서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많이 깨달았다.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지나야 하고, 임기 중에 어떤 평가나 결말을 내려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유 前장관과 인터뷰를 마치며…

유 전 장관과 인터뷰를 잡은 시점은 지난 20일 오전. 그 며칠 전 의왕시 서울소년원 청소년들에게 연극을 가르치면서 보람을 느낀 그가 지역예술인들과 재능기부를 하는 비정부기구(NGO)를 결성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뉴스가 없으니 ‘인물탐구’에 집중해야겠다며 그와의 인터뷰 계획을 세웠지만, 계획은 보기 좋게 틀어졌다. 첫 번째는 21일 청와대가 ‘유인촌 문화특보’를 발표하면서 갑자기 정치적 의미가 부각됐고, 두 번째는 이날 오전 강연회에서 “경복궁 담장이 낮아서 민비가 시해됐다.”고 발언했다는 보도가 논란을 부른 탓이다.

이에 대해 유 전 장관은 “우리나라 문화는 개방적이고, 그래서 경복궁 담장도 낮다는 취지에서 그런 말을 했는데, 문화의 개방성에 대한 언급을 빼고 전달하니 부적절하게 발언한 것으로 됐다.”고 해명했다.
2011-07-2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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