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문화행사 본격화…김정은에 충성 유도
북한이 지난해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2.16)인 ‘광명성절’을 띄우는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북한은 지난 8일 평안남도 증산군 석다산의 바위에 ‘절세의 애국자 김정일장군 주체101(2012)년 2월 16일’이라는 글귀를 새겼다. 글귀는 전체 길이가 무려 120m나 되며 이름 글자는 높이 10m, 너비 5.5m 깊이가 1.4m나 된다.
생일행사에 빠질 수 없는 체육·문화행사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백두산상’ 체육경기대회가 10일 평양시 청춘거리 농구경기장에서 개막돼 농구, 배구, 탁구, 아이스하키 등 10개 종목에서 선수들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7일 국제문화회관에서는 제4차 전국소묘축전이, 8일에는 인민문화궁전에서 영화상영순간이 개막됐다.
또 창광산 호텔에서는 전국요리기술경연이 열리고 있고, 국가우표발행국은 김 위원장의 생일기념 우표를 발행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 생일을 맞아 과학자들에게는 ‘2·16과학기술상’이 수여됐고, 국가학위학직수여위원회는 장소익 김일성종합대 교수 등 지식인에게 각종 학위를 수여했다.
김 위원장 사후 치러지는 첫 생일을 맞아 그동안의 다소 어두운 추모분위기를 벗고 긍정적인 분위기로 전환하기 위한 북한 당국의 노력이 읽혀진다.
동시에 김 위원장 사망 이후 김정은 체제가 본격적으로 뿌리 내리기 작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충성을 강조하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과거 권력’을 전설로 남겨두면서 ‘새 권력’의 공고화에 무게를 싣고 있는 셈이다.
농업단체인 조선농업근로자동맹은 10일, 조선여성동맹은 9일,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은 7일, 조선직업총동맹은 9일 각각 김 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결의모임을 열었다.
이들 모임에서는 김 위원장의 업적을 강조하면서 김 부위원장의 영도에 따를 것임을 다짐했다.
노동신문은 10일 직총의 결의문 채택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일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신념을 간직하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결사옹위하는 선군혁명동지가 되겠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지난 3일 김 위원장의 생일을 앞두고 김정일훈장과 김정일상, 김정일청년영예상, 김정일소년영예상 등을 제정한 것도 겉으로는 김 위원장을 부각하면서 속으로는 김 부위원장을 돋보이게 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청년동맹 기관지인 청년전위는 2007년 4월 김일성훈장 제정과 관련된 일화를 전하면서 “장군님(김정일)께서는 수령님(김일성)의 탄생 60돌을 계기로 ‘김일성훈장’ 등을 제정해 주셨으며, 우리 인민 모두가 수령님의 초상휘장을 가슴에 정중히 모시고 언제 어디서나 수령님만을 생각하고 수령님의 뜻대로 살며 투쟁하도록 하셨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의 효심과 충성심을 부각해 김일성 주석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심을 김 위원장에게 이어지도록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점에 비춰 김 위원장의 70회 생일을 앞두고 북한에서는 이와 유사한 조치들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생일 하루 전인 15일에는 대규모 중앙보고대회를 열어 김 위원장의 업적을 강조하면서 주민들에게 김 부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독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