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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웃을 거지로 만드는 정책 강행

일본, 이웃을 거지로 만드는 정책 강행

입력 2013-01-23 00:00
업데이트 2013-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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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무제한 돈풀기 강행… IMF “이웃을 거지로 만드는 정책”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2%의 물가 목표를 설정하고 매월 일정액의 국채 등을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매입하는 등 무제한 금융(양적)완화를 실시하기로 해 파장이 일고 있다. 엔화 가치의 하락으로 수출 경쟁력이 높아진 일본 기업 때문에 각국이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 지난 2010년과 같은 글로벌 환율전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22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전년 대비 2% 물가 상승 목표를 ‘가능한 한 빨리 달성’하기로 정부와 합의한 내용을 담은 공동 성명을 수용했다. 공동 성명에는 일본은행의 금융완화에 부응해 정부가 대담한 규제·제도 개혁을 추진하고, 세제 등을 활용한 모든 정책을 총동원하며, 지속가능한 재정구조 확립 조치를 추진한다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일본은행이 물가의 명확한 수치 목표를 설정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은행은 물가목표 실현을 위해 제로 금리 정책과 금융자산 매입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시점까지 계속해 강력한 금융완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자산 매입은 당분간 매달 장기국채 2조엔(약 23조원), 단기채권 10조엔 등 13조엔 정도로 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아베 신조 총리가 의장인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일본은행의 물가 목표 달성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이 금융정책에서 독립성을 잃고 아베 총리의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 실천을 위한 하청기관으로 전락한 셈이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이날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에게 “2% 물가안정(상승) 목표를 하루라도 빨리 실현하도록 노력해 달라”고 압박했다.

일본은행이 이날 금융완화를 실시함으로써 지난해 12월에 이어 2개월 연속 금융완화를 단행했다. 2개월 연속 금융완화는 2003년 4∼5월 이후 9년 8개월 만이다. 이날 엔화 가치는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무제한 금융완화 방침이 이미 시장에 널리 알려져 달러당 89.16엔으로 전날보다 오히려 0.43엔이 올랐다. 하지만 앞으로 엔저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아베 총리가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승리한 지난해 9월 26일 달러당 77.71엔이었던 엔화 가치는 자민당이 총선에서 승리한 지난해 12월 16일 83.70엔, 1월 17일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장중 90엔으로 하락했다. 4개월 동안 엔화 가치가 15%나 곤두박질쳤다.

지나친 엔저 현상은 일본의 경쟁 국가들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엔저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일본의 통화정책에 대해 “인위적인 통화 가치 하락은 IMF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며 “이웃나라를 거지로 만드는 정책을 각국이 채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는 21일(이하 현지시간) 중앙은행에 대한 정치권의 완화 압박이 독립성을 위태롭게 하면서 경쟁적인 통화 절하를 부추기는 위험 요소라고 경고했다.

세계 금융전문가들은 다음 달 모스크바에서 소집되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에서 환율 문제를 둘러싼 각국 간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내부에서도 무제한 금융완화가 수출 대기업의 배만 불리고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서민 생활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반발이 만만치 않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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