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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킹 특사 방북 철회…실익 없다는 판단한 듯

北, 킹 특사 방북 철회…실익 없다는 판단한 듯

입력 2013-08-31 00:00
업데이트 2013-08-3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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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대화 등 재개 집중…가능성 없자 킹 특사 초청카드 접어

북한이 로버트 킹 미국 북한인권특사의 초청을 철회한 것은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씨의 석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치·경제적 실익이 전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배씨의 석방을 통해 북미대화나 6자 등 다자회담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활용하고 싶었지만, 미국의 단호한 태도로 가망이 안 보이는데다 식량지원 같은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조차도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5월부터 북한은 대화국면 조성을 위해 남북관계 복원을 앞세우면서 북미대화 또는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 회담 개최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의 외면을 받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기준으로는 ‘범죄자’인 배씨를 아무런 대가도 없이 석방하면 북미관계를 푸는 데 활용할 카드만 잃어버리는 셈이다.

북한이 킹 특사의 방북 초청 이후에도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도 이런 입장을 반영한다.

그동안 ‘대외위협’ 입장을 주로 밝혀왔던 국방위원회가 지난 29일 이례적으로 담화를 통해 “우리는 조선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긴장완화를 위해 지금 이 시각도 최대한의 인내성을 발휘하면서 여러 가지 건설적이고 과감한 평화적 조치들을 구상하고 실천해 나가기 위한 문제들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미 정부에 대화와 평화적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적 결단’을 촉구했다.

더욱이 북한은 과거 미국인의 석방을 통해 정치외교적 실익이나 적어도 인도적 지원을 얻어낸 경험도 있다.

2차 핵실험으로 유엔의 강력한 대북제재를 받던 2009년 북한은 억류된 미 여기자 2명의 석방과정에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끌어내고 북미대화를 끌어냈다.

또 2011년 5월에는 킹 특사의 방북을 통해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에디 전(한국명 전용수)씨를 풀어준 이후 두 달 뒤인 7월 북미 고위급 회담을 하고 ‘2·29합의’를 도출해냈다. 이 합의는 직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러한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북한이 킹 특사의 방북을 전격적으로 철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북한의 킹 특사 방북 결정 때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북한에 머물고 있었고 우 대표를 통해 북미중 3각 대화를 통해 미국의 원칙고수 입장을 확인하고 방북을 철회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자온다.

미 국무부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보도자료에서 방일 중인 킹 특사가 30일 북한으로 건너갈 것이며, 방북 목적이 순수 배씨의 석방이라는 인도적 목적임을 강조했다.

또 다음날에는 배씨의 석방과 북핵을 둘러싼 북미 대화 또는 6자회담의 재개를 서로 연계하지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했다.

한국 외교부 고위당국자도 배씨의 석방을 위한 킹 특사의 방북이 “북핵 문제와 직접적인 상관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북한은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는 상황에서 배씨 석방 카드를 거둬들임으로써 미국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셈이다.

케네스 배씨의 여동생 테리 정씨가 자유아시아방송에 보낸 성명서에서 북한의 초청 철회가 실망스럽지만, 북미 양국이 곧 대화에 나서 석방될 것이라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도 결국은 미국 정부에 부담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중국 등의 요구를 수용해 킹 특사의 방북을 초청했지만 북미대화 가능성 등이 전혀 없자 이를 철회했을 것”이라며 “북미간의 교착국면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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