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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 인물 대해부] <3> 서울시장 예비후보 새누리 이혜훈 최고위원

[6·4 지방선거 인물 대해부] <3> 서울시장 예비후보 새누리 이혜훈 최고위원

입력 2014-04-09 00:00
업데이트 2014-04-15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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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변의 소통 아이콘… ‘송곳 비판’ 다혈질

1997년 10월 22일 서울 도봉산 등산로 입구. 등산복을 차려입고 몇몇 직장 동료와 산행에 나선 한 등산객이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알고 보니 그는 임신부였고 산통이 시작된 것이었다. 곁에 있던 동료들은 기겁했다. 임신 사실조차 몰랐던 이가 많았던 것이다. 임신부는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는 와중에야 직장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출산으로 며칠 결근해야 할 것 같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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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8일 동대문 구민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동대문구(을) 당원협의회 필승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이혜훈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8일 동대문 구민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동대문구(을) 당원협의회 필승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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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임신부가 바로 6·4 지방선거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이다. 그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시절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울분을 삼켰다. 직장 여성이 임신하면 죄인 취급을 당하던 시절이라 셋째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조차 숨겨야 했다. 점점 불러오는 배는 헐렁한 옷으로 가렸다. 이 최고위원은 “당시 임신 사실을 숨긴 채 등산왔다가 응급실로 실려간 나를 사람들이 미친 사람 취급하는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이런 ‘등산복 출산’을 겪은 이 최고위원은 한국 땅에 사는 직장 여성에게서 ‘여성’이라는 사회적 주홍글씨를 떼어내기 위해 정치판에 뛰어들었다고 말한다. 그가 ‘원조 친박계’ 의원이 된 것도 박근혜 대통령이 여성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도 여성에 대한 벽은 높았다. 의원 배지를 달고 참석한 첫 의원총회에서 발언 신청을 위해 손을 들었더니 옆에 앉은 3선 의원이 귀엣말로 “가만히 있어라.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고 핀잔을 줬다고 한다. 이 최고위원은 좌절했지만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며 와신상담했고, ‘경제전문가’를 상표로 자신을 키워 나갔다. 마침내 그는 경제학자들과의 토론에서도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달변인 그는 TV토론에 강한 면모도 여러 차례 보여줬다. 이처럼 여성으로서 차별받을 때 이 최고위원은 그 자리에서 치받는 성격이라기보다는 실력을 키우며 절치부심하는 스타일인 셈이다.

이 최고위원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은 주변에 대한 ‘쓴소리’로 이어지기도 한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의원은 “이 최고위원의 비판은 송곳같이 날카롭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의 자신감을 자만심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를 비판하는 쪽에서는 “지나치게 아는 체를 많이 해서 원조 친박계이면서도 박 대통령의 눈 밖에 난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깐깐함과 고집, 예민한 성격도 약점으로 회자된다. 한 새누리당 당직자는 “이 최고위원의 목소리가 커지고 말이 빨라지면 화가 났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다혈질인 그를 가리켜 “무섭다”고 표현하는 이도 적지 않다. 지난 1월 이 최고위원의 출판기념회가 열렸을 때 서울지역 당협위원장들 사이에서는 “후환이 두려워 참석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자신의 발언이 실린 신문 기사에 대해서도 토씨 하나까지 지적하며 정정을 요구한다. 기자들이 “말이 빨라 제대로 받아 적기 어렵다”고 항변했더니, 그는 미리 작성한 자신의 최고위원회의 발언록을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이렇게 억척같은 ‘여전사’이지만, 눈물도 많다. 막내아들의 초등학교 입학식 때 그는 첫 선거를 치르느라 경황이 없었다. 아침에 아들을 데려다 줄 수는 있었지만 입학식 후 학교에서 데리고 올 시간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전날 아들에게 미리 하굣길을 상세히 설명해 줬다. 하지만 입학식날 오전에 귀가했어야 할 아들은 길을 잃고 헤맸고 밤 8시에야 아들을 찾았다. 이 최고위원은 지금도 그 일화를 얘기할 때면 “나는 나쁜 엄마”라고 자책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는 지난달 27일 논산 육군훈련소로 입영하는 둘째 아들을 배웅할 때도 눈물을 보였다.

성격이 강해 보이지만 소통에는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불교신자인 시어머니는 집에서 염불 테이프를 틀고 기독교신자인 이 최고위원은 남편, 아들과 함께 찬송가를 들으면서도 고부간의 갈등이 없다고 한다. 이지현 선거캠프 대변인은 “이 최고위원은 위계서열에 따른 다단계 상향식 보고를 싫어하고 실무자와 1대1로 만나 직접 소통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캠프 직원들과 스마트폰 메신저인 카카오톡으로 수다 떠는 것도 즐긴다고 한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2014-04-0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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