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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회고록 후폭풍] “진위 떠나 朴정부 대북 정책에 영향… 한·중 관계에도 악재”

[MB회고록 후폭풍] “진위 떠나 朴정부 대북 정책에 영향… 한·중 관계에도 악재”

입력 2015-02-02 23:54
업데이트 2015-02-03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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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남북 막 나가는 폭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 관련 막후 접촉과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와의 대화 등 민감한 비사를 공개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북한도 지난 1일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평양 방문을 최근 제의했으나 미국이 이를 거부했다고 폭로해 북·미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다. 북한은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6월 남측이 정상회담을 재촉하며 돈 봉투를 건네려 했다고 물밑 접촉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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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이 2일 서울시내의 한 대형서점에 진열돼 있다.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지난달 29일 이후 이날 정오를 기준으로 온라인 서점 예스24에서 980여권, 교보문고에서 1800여권이 판매됐다. 주로 30대 남성(예스24·22.3%)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이 2일 서울시내의 한 대형서점에 진열돼 있다.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지난달 29일 이후 이날 정오를 기준으로 온라인 서점 예스24에서 980여권, 교보문고에서 1800여권이 판매됐다. 주로 30대 남성(예스24·22.3%)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전문가들은 2일 ‘소시지와 외교는 만드는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관례를 볼 때 남북한의 막가파식 협상 과정 폭로 행태는 비상식적이고 향후 남북대화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데 대체로 공감했다. 특히 북한의 폭로는 외교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가 고갈됐을 때 상대방의 입지를 약화시키기 위한 ‘벼랑 끝 협상 전술’의 일환인 반면, 퇴임한 지 2년도 안 된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대북 정책의 실패를 변명하기 위한 국내 정치적 고려가 우선됐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이지만 진위를 떠나 현재 진행 중인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 빨리 공개됐다”며 “남북 접촉과 원자바오 총리와의 대화 공개 등 남북 및 한·중 관계를 악화시키고 현직 대통령에게 상당히 부담을 주는 회고록”이라고 비판했다. 문 교수는 “북한이 앞으로 박근혜 정부와 비밀 접촉을 하려고 하겠느냐”고 덧붙였다.

김흥규 아주대 정외과 교수는 “남북한이 미·중 관계의 복합적 게임 속에서 같이 눈높이를 맞춰 나가야 할 상황에서 정면충돌한 모습”이라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외교 문제를 지나치게 노출시킨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무책임한 일”이라고 밝혔다. 강동완 동아대 정외과 교수는 “이 전 대통령 측의 행위는 남북 관계가 미묘한 시점에 현 정부 대북 정책의 카드를 줄이는 것”이라며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돈을 요구했기 때문에 하지 못했다고 밝힌 것은 자신의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으로 비친다”고 지적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회고록을 통해 현재진행형인 남북 관계 문제를 공개하는 것은 남북한 상호 감정적 요소를 자극하면서 그나마 쌓아 왔던 기본적 신뢰도 무너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양자 회담이든 다자 회담이든 외교 관계와 관련된 문서는 30년간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남북한이 폭로전에 치중하면 결과를 얻기보다 상호 불신이 심화돼 공멸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기정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남북 관계 개선의 기회가 남아 있는 현 시점에서 회고록 공개의 시기와 방법 모두 부적절하고 결과적으로 북한에 대한 증오심만 부추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외과 교수는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남북 관계가 총체적으로 파탄돼 상대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점을 극명히 보여 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 자체가 집권 3년차에 성과를 내고자 하는 박근혜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이 전 대통령 측에 있어서는 북한에 평화를 구걸하지 않았다는 일관된 입장을 설명한다는 점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상습적 협상 과정 폭로는 협상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상황을 돌파하려는 전술로 평가된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 남북 정상회담이나 북·미 회담 과정에 대해 공개한 것은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이라며 “쓸 수 있는 카드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것으로 폭로의 대가가 큰 우리 정부와는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미국 대표의 방북 초청 등과 관련해 내용을 공개한 것은 한·미 간 정책을 입안할 때 미국 책임을 부각시켜 북한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향후 정부의 남북 관계 개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전 교수는 “현재는 남북 관계 못지않게 인권과 해킹 문제를 둘러싼 북·미 관계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회고록 공개가 국내 정치적으로 대북 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에 얽매일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구 교수도 “이 전 대통령과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이 별 관련이 없고 남북이 서로 대화 의지를 확인한 만큼 남북 관계 기본 원칙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5-02-0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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