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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 탐사로 LA다저스 커쇼와 유길준의 인연 화제

명왕성 탐사로 LA다저스 커쇼와 유길준의 인연 화제

입력 2015-07-11 10:16
업데이트 2015-07-1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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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길준 유학 주선자가 세운 천문대서 커쇼 외종조부가 발견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무인 우주선 뉴호라이즌스가 명왕성에 바짝 접근함에 따라 9년 전 행성에서 퇴출당한 ‘비운의 별’ 명왕성에 얽힌 이야기도 새삼 시선을 끌고 있다.

명왕성은 한국인과 인연이 깊다. 명왕성의 발견자는 고졸 학력의 22세 청년이던 클라이드 톰보(1906∼1997). 그러나 톰보보다 먼저 명왕성의 존재를 예견하고 천체사진까지 찍은 이는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Choso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의 저자 퍼시벌 로웰(1855∼1916)이다.

조선은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하고 이듬해 최초의 서양 사절단인 보빙사(報聘使)를 미국으로 파견했다. 보빙사 일행은 태평양을 건너기 전 일본에 들렀고, 일본은 이들을 돕도록 로웰을 고용해 합류시켰다. 미국 보스턴의 명문가 출신으로 하버드대를 졸업한 그는 동양의 신비에 매료돼 일본에 머물던 중이었다.

그는 보빙사가 체스터 아서 미국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한 것을 비롯해 2개월간의 공식 일정 내내 안내와 통역을 맡았다. 로웰은 우리말은 모르지만 일본어는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어 영어에 능통한 일본인을 개인 비서로 채용해 대동했다.

보빙사가 귀국선에 몸을 실었을 때 수행원인 유길준(1856∼1914)은 현지에 남았다. 로웰이 유학을 주선한 것이다. 유길준은 로웰의 소개로 피바디 에섹스 박물관장인 생물학자 에드워드 모스의 개인 지도를 받고서 더머 아카데미에 입학해 우리나라 최초의 미국 유학생이자 최초의 조선 국비 유학생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갑신정변의 여파로 학비가 끊어지자 유럽을 거쳐 귀국길에 올랐다. 그가 연금생활을 하며 서양 기행에서 보고 들은 것과 국정 개혁에 관한 생각을 담은 책이 국한문 혼용체의 ‘서유견문’이다.

그는 1895년 명성황후 시해사건 이후 내부대신으로 입각, 고종의 단발령(斷髮令)에 따라 황태자(순종)의 머리를 자르는 등 개혁에 앞장섰다가 1896년 아관파천으로 내각이 무너지자 일본으로 망명했다. 귀국 후 교육과 저술에 매달렸으나 1910년 경술국치가 이뤄지자 일본이 주는 작위를 거절한 채 칩거하다가 숨을 거뒀다.

묘소는 경기도 하남시 검단산 기슭에 있는데 그는 “평생 아무런 공도 이룬 것이 없으니 묘비를 세우지 마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별도의 공적비나 신도비는 없으나 후손이 그의 성명과 생몰연도를 적은 비석을 세웠다.

한편, 로웰은 보빙사 일행과 함께 1883년 12월 조선 땅을 밟았다. 보빙사가 성공적인 외교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에 감사하는 뜻으로 조선 정부가 초청한 것이다.

그는 3개월간 한양과 근교의 명승을 두루 둘러본 뒤 조선을 떠나 세계를 유람하다가 고향 보스턴으로 돌아갔다. 로웰은 1886년 일본과 조선에 관한 여행기를 4권으로 펴냈는데 그 가운데 한 권이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이다.

로웰은 천문학에도 관심이 많았다. 화성 탐사에 뜻을 세워 1894년 애리조나주 플래그스태프에 자신의 이름을 딴 천문대를 짓는가 하면 이듬해 ‘화성’이란 제목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로웰은 해왕성 궤도의 관측 값이 계산 값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해왕성 바깥쪽에 또 다른 행성이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미지의 별을 ‘행성X’라고 명명하고 9번째 행성을 찾는 데 매달렸으나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훗날 알려진 일이지만 로웰이 찍은 천체사진 속에 명왕성이 세 차례나 들어 있었다. 그는 그것이 그토록 찾던 ‘행성X’인 줄 모르고 눈을 감았다.

톰보가 로웰천문대에 들어간 것은 로웰이 숨지고 난 12년 후였다. 어려서부터 별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던 그는 망원경을 직접 제작해 목성과 화성을 관찰했고 어느 날 자신이 관찰한 밤하늘의 별을 그려 로웰천문대에 보냈다. 이를 가상하게 여긴 천문대는 톰보를 조수로 채용해 천체사진을 찍고 변화를 기록하는 일을 맡겼다.

1930년 2월 18일 톰보는 천체망원경으로 찍은 사진들을 살펴보다가 로웰이 그토록 찾던 ‘행성X’의 존재를 확인했다. 마침내 태양의 9번째 행성을 찾아낸 것이다.

’행성X’는 영국 소녀의 제안을 받아들인 국제천문연맹의 결정에 따라 로마 신화에 나오는 ‘플루톤’의 영어식 표현인 ‘플루토’로 공식 명명됐다. 플루톤은 ‘저승의 신’이어서 한자로는 명왕성(冥王星)으로 번역된다.

천문학계에서 ‘깜짝 스타’로 떠오른 톰보는 애리조나주립대 강사를 거쳐 뉴멕시코주립대 교수로 지내면서 지구의 미소위성(微小衛星)을 탐사하고 명왕성과 우주항공의학 등에 관한 저서를 냈다.

1997년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클라이드 톰보의 유해 일부는 뉴호라이즌스에 실려 있다. 발견자도 명왕성 탐사에 동행한 것이다. 뉴호라이즌스는 명왕성이 행성에서 퇴출당하기 7개월 전인 2006년 1월 20일 발사돼 10년째 항해 중이다.

명왕성은 국제천문연맹이 2006년 8월 체코 프라하 총회에서 정한 행성의 세 가지 조건, 즉 ▲태양 주위를 돌 것 ▲지름 800㎞ 이상, 질량 5×10㎏ 이상으로 구형에 가까운 형태를 유지할 것 ▲중력이 강해 자신의 공전궤도 주변에서 가장 지배적이고 강력한 존재일 것 가운데 앞의 두 가지 요건은 충족했지만 마지막 조건에는 미흡해 행성의 지위가 박탈됐다.

톰보의 외종손자가 현재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이자 류현진의 친한 동료 클레이튼 커쇼(LA다저스)라는 사실은 2년 전 우리나라에도 알려졌다.

커쇼의 어머니 매리언 톰보는 클라이드 톰보의 막내아우의 딸(조카)이다. 클라이드 톰보는 커쇼의 외종조부로, 촌수로는 4촌에 해당한다.

커쇼는 2013년 미국 ABC TV 프로그램에 나와 “명왕성의 퇴출 반대운동에 참여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한 팬이 ‘명왕성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행성으로 남아 있다’고 적힌 티셔츠를 보내왔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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