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경제 위해 코피 흘릴 것”… “어찌 그리 말씀을 잘하시나”
“대선 때 선거운동 하면서 코피 흘린 얘기를 했었는데, 이제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데 코피를 흘리도록 하겠습니다.”(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어떻게 그렇게 말씀을 잘하십니까. 하하.”(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청와대를 방문한 새누리당 지도부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박 대통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16일 청와대 회동에서는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회동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원 원내대표가 “당에서 저와 김정훈 정책위의장을 합의로 선출해 주셔서 선거 비용이 남았다”고 하자 박 대통령이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원 원내대표가 “그래서 (남은 돈으로) 찰떡을 사서 돌렸는데, 당·청 간에 찰떡같이 화합하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 잘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말씀만 들어도 든든하다”고 화답했다. 원 원내대표는 회동 후 “빵빵 터졌다. 대통령이 많이 웃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회동은 오전 10시 46분부터 11시 32분까지 46분간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일명 ‘경제활성화복’으로 불리는 빨간색 재킷을 입고 회동에 임했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의 상징색으로 ‘깔맞춤’을 한 것이 회동에 의미를 부여하며 성의를 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국정 운영 구상을 밝힌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 때도 빨간색 코트를 입었다.
회동 직후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단독 면담이 19분 정도 이어졌다. 대화 내용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졌다. 김 대표는 회동 후 “좋은 분위기 속에서 나라를 걱정하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내용을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입을 닫았다. 박 대통령은 김 대표의 이달 말 미국 방문 계획을 듣고 “아주 잘하셨다. 잘 다녀오시라”는 덕담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며 여당을 향해 ‘배신의 정치’라는 힐난을 쏟아냈던 박 대통령은 이날 달라 보였다. 3주 만에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꽁꽁 얼어붙었던 박 대통령의 마음이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로 순식간에 녹아내린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향후 총선 공천 문제 등을 놓고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충돌할 가능성은 여전히 내재돼 있다. 관심사였던 당·청 간 정례 회동은 성사되지 못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