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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양김시대’ 어디로…”’큰정치’ 리더십 부재 극복해야”

포스트 ‘양김시대’ 어디로…”’큰정치’ 리더십 부재 극복해야”

입력 2015-11-23 15:02
업데이트 2015-11-2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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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최대 장점은 통찰력…시대정신 꿰뚫고 민주주의 2단계로 가야””계파·지역주의 터잡은 극단적 논리·이념 대결 극복도 과제””3김의 1987년체제 극복 위해선 개헌도 검토해야” 주장도

‘거산(巨山·김영삼 전 대통령의 호)’과 ‘후광(後廣·김대중 전 대통령의 호)’의 시대는 난세였다.

난세는 김영삼(YS)과 김대중(DJ)이라는 호걸을 낳았고, 이들 두 전직 대통령은 6년의 시차를 두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서울대학교 강원택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23일 YS와 DJ의 정치를 “불굴의 의지, 분명한 방향성, 확신에 찬 신념”으로 요약했다.

명지대학교 김형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두 사람에 대해 “국민에게 민주화의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목숨을 거는 ‘큰 정치’를 했다”고 평가했다.

YS와 DJ가 목숨을 담보로 한 투쟁을 통해 한국전쟁 이후 쓰레기더미와 척박한 환경에서 민주주의라는 ‘꽃’을 피웠지만 그들의 정치역정 속에 지역주의와 계파정치라는 ‘잡초’가 뿌리내리게 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권위주의 정권에 항거하기 위해 양김씨는 확고한 지역적 기반이 필요했고, 이에 지나치게 의존하다보니 다른 지역을 배척하거나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지역주의가 어느새 한국 정치권에 똬리를 틀었고, 계파정치라는 폐쇄적 정치스타일이 자리잡기도 했다.

명지대학교 신율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YS와 DJ는 군사독재의 산물이다. 군사독재가 없었다면 YS와 DJ가 등장할 이유도 없었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중국 후한 말 삼국시대를 연상케 하듯 YS(영남), DJ(호남)는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충청)와 함께 한국 현대사에서 한동안 정치적으로 지역을 분할하는 구도를 형성했다.

강 교수는 “이들 3김 시대의 중요한 특성은 민주화와 지역주의”라며 “당시 시대상이나 역사적 배경을 고려하면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날 영면에 든 YS가 유언이나 다를 바 없는 마지막 메시지로 ‘통합’과 ‘화합’의 화두를 던진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지역주의와 계파정치가 ‘대립’과 ‘분열’을 상징한다면, 새로운 시대정신은 모두를 한데 모아 조화롭게 만드는 통합과 화합이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김 교수는 “YS의 최대 장점은 통찰력이었다”며 “자신의 시대에 잉태된 과제이자 앞으로 정치권이 풀어야 할 숙제로 통합과 화합을 제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판’을 들여다보면 YS가 바라는 통합과 화합의 정치는 요원해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신 교수는 “극단적인 논리, 이념적인 대결로 나뉜 현재의 정치 지형에선 YS 같은 자유주의자가 설 땅이 없다”고 말했다.

지역·이념·세대·빈부간 갈등이 심해지고 화합과 통합의 정치보다 대결정치가 부각되면서 ‘계파정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 교수는 “틀을 깨고 판을 뒤집는 정치개혁이 필요하지만, 현 정치권은 양김 시대가 낳은 지역주의와 계파정치에서 기득권만 누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정치에 대한 실망감은 커지고, 그럴수록 인기영합주의를 자극하거나 ‘반짝 조명’을 받으려는 정치인만 전면에 등장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양김 시대의 종언과 동시에 드러난 이 같은 정치권의 ‘리더십 부재’는 한국 민주주의 토대가 아직 튼튼하지 못하다는 방증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중앙대학교 장훈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민주주의 1단계까지는 잘 이끌어 왔는데, 이를 공고화할 2단계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라고 진단했다.

배재대학교 김욱 정치외교안보학과 교수는 “민주화는 완성되는 게 아니라 계속 심화되는 것인데, 오히려 민주주의가 약화·퇴색되는 우려마저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YS와 DJ가 문을 연 ‘1987년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개헌이 필요한 때가 됐다고도 역설했다.

김 교수는 “소선거구제의 틀을 벗어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강화해야 지역주의가 완화된다”면서 현행 양당 구도도 다양성 반영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통합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자칫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한 방향으로 쏠릴 수 있다”며 YS가 강조한 통합과 화합을 ‘금과옥조’로만 여겨서도 안 된다고 경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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