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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예산도 법안도 엉망” 불만 폭발…고개숙인 원내지도부

野 “예산도 법안도 엉망” 불만 폭발…고개숙인 원내지도부

입력 2015-12-03 08:15
업데이트 2015-12-0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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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의총서 거센 비판…결국 與와 접촉해 합의문 수정 이종걸 “합의문 작성시 최고위 동의 구할것” 재발방지 약속안민석 “국회선진화법의 덫…엿 바꿔 먹은 것도 아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2일 여야가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쟁점 법안과 예산안에 대해 소속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거센 후폭풍에 시달렸다.

특히 이종걸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는 협상내용을 추인받는 과정에 합의문구를 바꾸고 앞으로 독단적으로 협상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이고 재발방지를 약속해 리더십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의원들은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시간에 쫓기는 상황에서 속수무책으로 법안을 양보할 수밖에 없는 무력감을 개탄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후 6시30분부터 여야 협상 결과를 추인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열었다. 의총에선 원내지도부가 여당의 ‘법안·예산 연계 전략’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면서 법안도 예산도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광주 북구갑의 강기정 의원은 의총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왜 이렇게 협상 당했는지 다 이해를 못 한다. 예산안도 엉망이고 특히 예산하고 법을 연계하는 것을 왜 이렇게…”라고 법안과 예산안 처리 바꿔먹기에 ‘분통’을 터뜨렸다.

호남 의원들은 특히 야당이 요구한 호남·충청 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총 6천170억 가운데 1천100억만 반영된 것에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우리 중점법안은 왜 없나. 유신 시절의 신민당, 전두환 시절의 민한당과 뭐가 다른가”(이목희), “FTA 비준동의안도 대통령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해서 무기력하게 처리해줬다. 대통령 심기 관리를 왜 우리가 해주나”(유성엽) 등의 발언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예산을 먼저 챙길 수밖에 없는 의원들의 민낯도 드러났고 이에 대한 자기 고백도 이어졌다.

중진인 이미경 의원은 “반드시 챙겨야 할 굵직한 예산, 표가 될 예산을 챙겨야 하는데 경로당 난방비는 지질하다. 우리한테 표 오지도 않고 하나도 고마워하지 않는다”면서 “누리과정도 이거 챙긴다고 표가 와장창 오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은 합의문이지만 예산을 조금이라도 더, 정책· 지역예산을 하려 했다는 것을 고려해서 이런 합의문을 작성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예산을 위해 법안을 양보했다고 사실상 인정했다.

국회 예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의원들의 잇단 비판에 “그것이 바로 국회선진화법의 덫의 아주 무서움이었다”며 “제가 엿 바꿔 먹은 것도 아니고 악행을 한 것도 아니고…”라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저도 법과 예산을 따로 해야 한다고 보지만 어제(1일)까지 그런 말씀을 한 분이 한 분도 없었다. 다들 카톡으로 지역예산만 말해 주시고 ‘총선 앞두고 예산 포기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 좌중에서 야유가 쏟아지면서 한바탕 소란도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박수현 원내대변인이 의총에서 협상결과를 추인했다고 의총장 밖 기자들에게 중간 브리핑을 서둘러 했다가 회의장에 있던 의원들로부터 반발을 샀다. 이에 박 원내대변인이 다시 나와 ‘추인하는 분위기’라고 해명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상황이 악화되자 이종걸 원내대표는 “오늘 해준다는 조건 가지고 많은 것을 받았다”면서 “(예산)840억에 국제의료사업법도 독소 조항을 쳐냈고 나머지 (우리)법도 거의 원안대로 받아졌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학용 의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 금산분리법을 통과시켜주면 세상이 난리 날 줄 알았지만 지금 보면 큰 부작용이 없다. 관광진흥법도 마찬가지다”라며 원내지도부에 힘을 보탰다.

김동철 전병헌 장병완 의원 등도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한 협상의 한계를 언급하면서 “예산안을 내팽개치면 이 당이 과연 수권능력을 갖춘 정당인지 국민이 의문을 가질 것이다. 가능한 한 원내지도부의 합의를 존중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려 3시간이 지나도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자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가 “표결로 결정하자”고 제안했지만,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긴급 회의를 별도로 소집해 안건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결국 여야 간 접촉을 통해 원내지도부의 당초 합의문에서 ‘합의처리한다’는 표현을 ‘합의한 후 처리한다’라는 문구로 수정키로 했다.

문 대표는 1시간 가량 회의를 하고 다시 의총장으로 들어가 문구 수정을 설명하고 “앞으로 (원내대표단) 독단적으로 합의해서 처리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최고위원회와 해당 상임위 의견을 동의를 구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에 일부 친노 강경파 의원들이 “못 믿겠다”고 했고, 결국 이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 약속하고 나서야 합의안 추인이 이뤄졌고 대신 본회의장에서 자유투표로 안건을 처리하기로 했다.

야당이 내부 조율에 진통을 겪으면서 본회의는 예정된 시간보다 4시간 늦어진 오후 11시가 넘어서야 시작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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