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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후원회 부활…정당정치 활성화? 정경유착 심화?

정당후원회 부활…정당정치 활성화? 정경유착 심화?

입력 2015-12-24 16:01
업데이트 2015-12-2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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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유불리 촉각…“부익부빈익빅” vs “소수당에 혜택”후원회 모금한도, 법인·단체 후원허용 등에 관심기부자 신상공개·사용처 검증시스템 구축 병행돼야

헌법재판소가 정당후원회를 금지한 현행 정치자금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정당후원회가 11년만에 부활하게 되면서 정치권이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돈가뭄을 호소해온 정치권은 정당후원회를 다시 허용토록 함에 따라 일단 새로운 자금줄을 찾게 됐다는 점에서 한 목소리로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정경유착을 비롯해 검은돈의 정치권 유입으로 인한 비리 증가, 입법로비 심화, 고비용 정치구조의 부활, 정치자금의 부익부빈익빈 심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만큼 이를 해소하는 과제는 고스란히 정치권의 몫이 됐다.

더욱이 정당후원회 부활에 따른 후속조치를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따라 여야 및 다수당과 소수당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최종 세부안 마련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정당후원회가 폐지된 결정적 계기가 지난 2002년 대선 과정에 발생했던 한나라당의 ‘차떼기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후원 제도가 정착하도록 세부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여론의 주문사항이다.

◇정당후원회 허용범위, 모금한도는 = 우선 정치권이 정당후원회 허용범위와 모금한도를 얼마로 정할지 주목된다.

지난 2006년 이전까지 각 정당은 중앙당 뿐만아니라 시·도당, 지구당후원회를 둘 수 있었다. 중앙당의 경우 50억원으로 모금액을 제한하는 등 시도당(5억원), 지구방별로 한도액을 뒀지만 중앙당에서 넘치면 시도당 후원회로 이월시키는 편법으로 수백억원의 거대한 돈을 끌어 모을 수 있었다.

그 과정에 기업들에게 후원금을 강요하거나 기업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알아서 기부하는 행태가 이어져 정경유착을 야기하고 ‘돈먹는 하마’라는 고비용저효율의 정치구조로 이어졌다.

이에따라 향후 정치권은 정당정치 활성화라는 차원에서 정당 후원회를 중앙당 뿐만아니라 시도당, 아울러 지금을 폐지된 지구당을 부활해서 지구당까지 허용할지 여부와 각 후원회 단위의 모금한도를 합리적이고 유권자들이 납득할만한 수준에서 결정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당 후원회 기부 한도는 정당 후원회 제도가 폐지되기 전인 지난 2004년 수준이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2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2004년 기준 정당 후원회 기부한도를 준용하고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관련 법 개정 권고를 검토할 것”이라 밝혔다.

◇법인·단체 정치후원금 제공 금지 족쇄도 풀리나 = 또 하나 관심대상은 현행 정치자금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법인이나 단체의 후원금 제공을 허용하느냐 여부다.

정당후원회를 허용하더라도 현행처럼 개인 명의의 기부만 허용할 경우 정당들은 당초 기대했던 만큼의 후원금을 모을 수 없게 되거나, 법인·단체 자금을 개인으로 나눠서 ‘쪼개기 후원’하는 편법이 횡횡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법인·단체가 각 정당에 후원금을 직접 지원하는 것을 허용할 경우 정경유착의 고리가 되는 것은 물론, 금권정치·입법로비의 부작용을 동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법인·단체의 후원금을 허용하되 이와같은 우려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중앙선관위는 지난 2월 국회에 제출한 정치자금법 개정의견에서 법인과 단체의 경우 연간 1억원 이내의 범위에서 선관위에 정치자금을 특정정당을 지정하지 않고 기탁토록 허용하고, 이를 선관위가 각 정당에 배분하는 방식을 제안한 바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는 법인과 단체의 정치자금 후원을 차단함으로써 검은돈의 정치권 유입을 차단하는 게 정착돼 가는 상황에서 법인과 단체의 정치자금 후원을 다시 허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법인·단체의 정치자금을 허용할 경우 허용한도를 얼마로 정하느냐도 논란이다. 한도를 과도하게 정할 경우 정치권과 기업의 불건전한 관계를 조성할 수 있고, 심지어 기업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당 후원회 투명한 운영 및 검증 시스템 도입해야 = 정당후원회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후원금 제공자에 대한 신상이 철저하게 공개되고, 모금한 후원금의 사용처에 대한 철저하고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연간 300만원 이상 고액 기탁자의 경우 명단이 공개되고 있지만 직장명을 구체적으로 적지 않고 ‘회사원’ 등으로 표기할 수 있는 등 세부내용을 알기 어려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뿐만아니라 후원금 사용내역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위법적 사용에 대해선 엄격히 처벌하는 등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그동안 각 정당에 지급해온 국고보조금의 경우 선관위에 집행내역을 보고토록 하고는 있지만 실제 사용내역을 검증하는데 상당한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투명하고 검증가능한 정치후원금제도를 정착시키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정당후원회 부활과 관련 논평을 내고 “정치자금 제도의 대원칙은 수입과 지출에서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며, 정당과 정치인이 정치자금을 어떻게 조달하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공개되어 유권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수”라면서 “이런 기본 원칙을 전제로 기부자의 정보공개 확대, 국고보조금 배분 기준 개선 등 후속 법개정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수정당 유리? 정치자금 부익부빈익빈 심화? = 정당후원회가 부활되게 되자 각 당은 유·불리를 따지느라 바쁘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영향력이 큰 거대 정당에 더 많은 후원금이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국고보조금 지급에서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거나 소외돼온 소수당이 큰 도움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소수정당이 거대정당보다 정당 후원금에 따른 재정상태 개선 정도가 더 클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중앙당 기준으로 열린우리당의 정당 후원회 수입액이 약 28억원으로 한나라당(약 12억5천만원)보다 많았다.

당시 민주노동당의 수입액도 한나라당 수입액의 절반에 가까운 약 5억원으로 양당의 의원수 차이를 감안할 때 수입이 비교적 컸는데, 이는 진성당원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소수정당의 특성에 기인한 걸로 풀이된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이날 통화에서 “통계로 보더라도 선관위에서 배분하는 기탁금은 원내 교섭단체 중심으로 배분됐다”며 “소액 후원을 통해 정당의 활동비를 조달해온 소수당으로선 좀 더 나을 걸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수정당보다 수적으로 지지자가 많고 친(親)기업 성향의 보수 거대정당에 후원금이 집중돼 소수정당과 거대정당 간 재정 격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특히 법인의 정치자금 기부가 허용되면 여당과 다수당에 후원금이 쏠리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정책 성과를 즉각적으로 낼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여당에 후원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과거의 경험이나 관행적으로 봤을 때 그렇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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