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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철, 북한 내 지위·역할 없어”…태영호 前공사 문답

“김정철, 북한 내 지위·역할 없어”…태영호 前공사 문답

입력 2017-01-08 10:15
업데이트 2017-01-0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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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 탈북민 특례로 대학입학 준비 중…학력 있어야 취업하지 않겠나”

북한 외교의 최일선에서 활동했던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열정적이고 직설적으로 응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외교관으로 활동하면서 자기모순으로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비유해서 죄송한데 강도가 기자님 목에 칼을 대고 소리치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나”라면서 “그렇게 이해하면 된다”고 8일 말했다.

그는 “인간에게는 정의감이 있지만, 공포감도 동시에 존재한다”면서 그간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음을 에둘러 내비쳤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친형인 김정철에 대해서는 “김정철이 아무리 (김정은의) 형이라고 해도 그 어떤 역할이나 지위, 성역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5년 김정철이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의 런던 공연장을 찾았을 때 동행한 바 있다.

귀순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두 아들에 대해서는 “(탈북민) 특례로 대학입학을 준비 중”이라면서 “대한민국에서 학력이 있어야 취업을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태 전 공사는 “대북제재의 실효성은 민심의 변화와 김정은 정권의 정책 실패를 가지고 말해야 한다”면서 “대북제재로 여명거리 건설 등 김정은의 계획이 파탄이 났다”고 전했다.

또 “김정은 정권 소멸과 통일은 나라의 안보와 민족의 미래에 관한 문제”라며 “진보와 보수 가운데 어느 쪽이 정권을 잡더라도 민족을 핵 참화에서 구원하고 북한 주민을 해방시키겠다는 일념으로 활동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태 전 공사와의 일문일답.

--북한 외교의 최일선에 있었는데 자기모순으로 힘들진 않았나.

▲ 이렇게 비유해서 죄송한데 강도가 기자님 목에 칼을 대고 소리치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나. 그렇게 이해하면 된다. 자식들을 다 인질로 잡아놓은 상황이고, 모든 노력을 다해 김정은 체제를 옹호하지 않으면 금방 목이 날아간다. 인간에게는 정의감이 있는 동시에 공포감도 동시에 존재한다.

--김춘국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가 간암으로 사망한 것이 맞나.

▲ 사실이다. 북한은 외교관들에게 얼마 안 되는 월급밖에 주는 것이 없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사는 한 달에 1천100달러, 참사·공사는 700∼900달러 정도다. 현지에서 병에 걸렸다던가 수술을 받아야 하면 자기 돈으로 치료받아야 한다. 치료 한 번 받으려면 북한 공관 한 곳의 예산을 다 써야 하는데 상상도 할 수 없다.

--두 아들은 남한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있나.

▲ 둘 다 특례로 대학입학을 준비 중이다. 큰아들은 북한과 영국에서 대학 과정을 마치지 못했다. 대한민국에서 학력이 있어야 취업하지 않겠나.

--북한 간부와 주민의 불만이 조직적 차원으로 나타날 수 있을까.

▲ 김정일 정권 이양기 때와 지금은 간부·주민들의 생각이 완전히 다르다. 세습하면 희망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가 겉으로는 공고한 것 같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주민들의 소규모적인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북한은 시장에서 장세 낼 형편이 못돼 길거리나 아파트 단지에서 장사하는 ‘메뚜기장’을 엄격히 통제했다. 보안원들이 짐을 빼앗으려고 하면 메뚜기처럼 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이게 ‘진드기장’으로 변했다. 보안원들이 단속하고 짐을 빼앗으려고 해도 버틴다.

--북한에 효과적으로 외부정보를 유입하려면.

▲ 대북전단을 주민의 이해관계와 결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전단에 초코파이나 여성 생필품 넣어서 같이 뿌리면 주민들이 줍고 내용도 볼 것이다. 대북전단의 내용은 3대 세습의 허구성과 부패성, 김정은이 백두혈통이 아니라는 정체성과 명분의 허구성을 알려 북한사람들의 마음의 기둥을 허물어야 한다. 이런 사업이 본격화한다면 생각했던 것보다 통일은 훨씬 빨리 올 수 있다. 북한에서도 민중 봉기가 꼭 일어날 것이다.

--김정은의 친형 김정철에 북한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는데.

▲ 김정철이 아무리 형이라고 해도 그 어떤 역할이나 지위, 성역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는 어느 집안 출신인가.

▲ 리설주는 아버지가 공군 비행사 출신으로 청진 공군대학서 교원을 했고, 평양비행장(민항)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 당국이 리설주 가문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없다.

--북한이 이란, 파키스탄과 핵·미사일 협력했다. 이와 관련한 정보를 들은 것이 있는지.

▲ 북한은 외교관에게도 국방·군수 관련 정보는 철저히 차단한다. 다만, 외교관의 직업적인 견지로 북한과 이란은 아주 가까운 관계로, 서로 덕을 볼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필경 핵이나 미사일 분야에서 협력이 있었으리라 추정한다.

--많은 전문가가 대북제재에 대해 중국의 이행 의지 언급하며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대북제재에 효과적인 수단은.

▲ 대북제재의 실효성은 경제형편이나 숫자가 아니라 민심의 변화와 김정은 정권의 정책 실패를 가지고 말해야 한다. 대북제재로 여명거리 건설 등 김정은의 계획이 파탄이 났다. 대북제재 강화 여부는 중국에 달렸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대북제재 목줄을 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 정권에서 2인자 실세는 누구인가.

▲ 명목서열이 있고, 실제 권력서열이 따로 있다. 많은 사람이 2인자에 관심을 가지지만, 북한에 2인자란 없다. 신 밑에 2인자가 있을 수 없다. 북한 간부 평가할 때는 그 사람의 명목서열 보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인사권·표창권·책벌권이 있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황장엽은 망명 이후 당시 정치 상황 등으로 뜻을 충분히 펼치지 못했는데.

▲ 김정은 정권 소멸과 통일은 나라의 안보와 민족의 미래에 관한 문제다. 진영 논리로 가르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진보와 보수 가운데 어느 쪽이 정권을 잡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눈치 안 보겠다. 민족을 핵 참화에서 구원하고 북한 주민을 해방시키겠다는 일념으로 계속 활동하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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