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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결국 악의 편” 잘 알지만 처음 듣는 김대중의 육성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결국 악의 편” 잘 알지만 처음 듣는 김대중의 육성

오세진 기자
입력 2020-08-17 20:50
업데이트 2020-08-18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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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김대중 전 대통령 11주기

“방관은 최대 수치, 비굴은 최대 죄악”
1975년 시민에 첫 강연… 당시 51세
유신체제 속 민주화 열망 회복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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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오른쪽 첫 번째) 전 대통령이 1975년 4월 19일 서울 중구 정동 젠센기념관에서 열린 ‘씨알의소리’ 창간 5주년 기념 시국강연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제공
김대중(오른쪽 첫 번째) 전 대통령이 1975년 4월 19일 서울 중구 정동 젠센기념관에서 열린 ‘씨알의소리’ 창간 5주년 기념 시국강연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제공
“여러분! 나는 여러분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방관은 최대의 수치, 비굴은 최대의 죄악’입니다.”

함석헌(1901~1989) 선생이 발행한 잡지 ‘씨알의소리’의 창간 5주년을 기념하는 시국강연회가 열린 1975년 4월 19일 서울 중구 정동 젠센기념관. 당시 강연자로 나선 김대중(1924~2009) 전 대통령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결국 악의 편”이라면서 “국민으로서 무엇인가 행동을 한다면 나는 머지않아 우리 민주주의가 회복된다는 것을 여러분에게 보증하겠다”고 큰 소리로 외쳤다. 곧바로 참석자들의 박수와 환호성이 이어졌다.

김 전 대통령 서거(2009년 8월 18일) 11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고인의 1975년 4월 강연 녹음 자료가 최초로 공개됐다. 전체 약 3시간 5분 강연 중 ‘행동하는 양심’ 관련 부분을 편집한 것으로 약 2분 길이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은 “고인의 육성으로 남아 있는 최초 자료”라면서 “당시 강연은 고인이 박정희 정권 시절 국내에서 일반 시민을 상대로 한 최초이자 마지막 강연”이라고 설명했다.

시국강연회 당시 51세였던 김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정권의 유신 체제 속에서 침체된 민주화를 향한 열망을 회복하고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촉구하는 내용으로 연설을 했다. 고인은 “여러분 중에서는 속으로 ‘이 정부 하는 일을 마땅치 않고 나쁘다고 생각하니까 나는 민주주의 편이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많다. 과거와 같이 선거가 있을 때에는 과연 그랬다”면서 “그러나 지금 선거가 없다. 선거가 있다면 평소에는 가만히 있다가 한 표 쿡 찍으면 되는 것인데, 지금 그것을 할 수 있는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여러분에게 무슨 폭동을 선동하는 것도 아니고 불법행위를 선동하는 것도 아니다. 평화적으로, 합법적으로 하자는 것”이라면서 “떳떳이 나와서 싸울 수 있는 사람은 싸우고, 떳떳이 나오기가 어려운 여건에 있는 사람들은 익명으로라도 엽서로, 전화로, 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우는 사람들을 격려해서 그분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중도서관 관계자는 “박정희 유신 정권 시기에는 매우 엄혹한 감시와 탄압이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에 대중 강연조차 쉽게 이뤄지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20-08-18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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