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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싱가포르 합의’ 명시…외교적 성과 얻었지만, 北 유인책은 한계

‘판문점·싱가포르 합의’ 명시…외교적 성과 얻었지만, 北 유인책은 한계

신융아 기자
신융아, 이경주 기자
입력 2021-05-23 17:55
업데이트 2021-05-2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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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관계 지지” 표명한 한미 정상 공동성명

‘적대시 정책 철회’ 등 유인책 없어 호응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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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 마스크 벗고 악수
한미 정상, 마스크 벗고 악수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도 기쁜 일이지만, 처음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고 회담하게 된 것은 정말로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2021.5.22 연합뉴스
지난 21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2018년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물론, 판문점 선언에 대한 존중이 명문화됐다. 뿐만 아니라 남북 관계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 표명과 성 김 대북정책특별대표 임명까지 이끌어낸 것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복원을 위해 바이든 정부 출범 초부터 집요하게 설득해온 우리 정부의 외교적 성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제재 완화 가능성이나 적대시 정책 철회 시사 등 북측이 매력적으로 느낄 만한 유인책은 없었다는 점에서 대화 재개 전망은 불투명하다.

공동성명에 ‘판문점·싱가포르 합의’ 명문화
가장 유의미한 지점은 북한이 협상 재개를 저울질하는 상황에서 남북·북미 간 기존 합의를 재확인한 것이다. 판문점 선언에는 한반도 비핵화, 종전선언, 적대행위 전면 중지 등이 담겼고, 싱가포르 공동성명에는 ▲북미 간 새로운 관계 수립 ▲ 한반도의 지속적·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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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 공동기자회견
한미정상 공동기자회견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5.22 연합뉴스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는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대화·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는 문구도 들어갔는데, 북미 협상과 별개로 인도주의 협력 등이 지속될 수 있도록 남북 관계의 독자성을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에 어느 정도 응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이 어디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다 알려준 셈”이라며 “판문점과 싱가포르 합의에 대한 동의는 적대시 정책 폐기도 가능하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美 대북특별대표에 성 김 임명...文 “깜짝 선물”
특히 대북 정책 및 협상을 전담할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한 것은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보여준 실용적 조치라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2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성 김 대북특별대표의 임명 발표도 기자회견 직전에 알려준 깜짝 선물이었다”며 “그동안 인권대표를 먼저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대북 비핵화 협상을 더 우선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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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자회견 하는 문 대통령
공동기자회견 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5.22 연합뉴스
북한이 꺼리는 인권문제보다 외교적 대화에 무게를 뒀다는 뜻이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가 그간 북한 인권에 대해 강력 비판했던 것에 비하면 공동성명에는 “북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데 동의”했다는 원론적 표현만 명시됐다.
2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직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AP
2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직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AP
“공 넘어갔다”지만 北 협상 응할 명분 부족
다만 워싱턴DC 현지 소식통은 “바이든이 대북특별대표를 선임하고 인권 문제를 원론적으로만 언급한 건 북한에 최대한의 성의를 보인 것이므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미국이 대북접촉에 응답이 없는 북한에 압박성 조치를 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견에서 북한의 비핵화 노력이 전제되지 않는 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날 일은 없다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한미는 유연성을 발휘했지만, 북이 대화에 나설 명분으로는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협상을 앞두고) 구체적 내용을 밝힐 순 없는 상황에서 최대치를 드러내면서 공은 북한에 넘어간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불편해하는 인권이나 억제는 대체로 빠졌지만, 응할 가능성은, 조심스럽지만 여전히 낮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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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 ‘화기애애’
한미 정상, ‘화기애애’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2021.5.22 연합뉴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노력은 담겼지만, 공을 북한에 던져놓았으니 ‘나와라’는 식은 안된다”면서 “미국이나 제재 핑계 대지 말고 종전선언이든 판문점선언이든 이행 노력을 하고, 미국에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가 부정적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사일지침 종료는) 한국이 미사일 사거리를 확장하고 전략 무기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라며 “북한이 이를 빌미 삼아 핵무기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엄포 내지 움직임을 가시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서울 신융아 기자·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yash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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