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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재외국민투표 개시…투표소 한산

사상 첫 재외국민투표 개시…투표소 한산

입력 2012-03-28 00:00
업데이트 2012-03-2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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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일까지 107개국 158개 투표소서 실시

4.11 총선에서 처음 도입된 재외국민 투표가 28일 전 세계 107개국 158개 공관별로 차례로 시작됐다.

이번 투표는 뉴질랜드 오클랜드 분관에서 이날 오전 8시(한국시간 오전 4시) 시작돼 내달 2일 오후 5시(한국시간 3일 낮 12시)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최종 마감된다.

투표 첫날부터 일찌감치 투표소를 찾아 ‘국민의 권리’를 행사하는 재외국민도 적지 않았으나 투표 등록자 수 자체가 적어 투표소마다 대체로 한산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제주도에서 태어나 1960년에 일본으로 건너왔다는 좌용대(73) 씨는 이날 도쿄에서 투표한 후 “투표소에 오기 전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투표한다는 생각에 기대가 컸다”라며 “하지만 막상 와보니까 너무 순식간에 끝나서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뉴질랜드의 최대도시 오클랜드에 있는 영사관 투표소에서는 이날 오전 8시(현지시간) 투표가 시작되자마자 심상군 씨가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선거관리위원으로부터 투표 용지를 받아 가장 먼저 주권을 행사했다.

우재영 영사는 투표가 시작되자마자 교민들이 투표소를 찾는 등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재외 선거인 등록률은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투표율은 높게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달 2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투표를 위해 뉴질랜드에서는 재외선거인 362명, 국외부재자 902명 등 1천264명이 등록을 마쳤다.(고한성 통신원)

○…투표소가 차려진 도쿄 요쓰야(四谷) 한국문화원 1층에는 오전부터 생애 처음으로 얻은 투표권을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계속됐다.

상당수는 70∼80대 재일동포 1, 2세였지만, 젊은 여성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주일 한국대사관의 김기봉 영사는 “이런 추세라면 부재자 등록을 한 이들 중 70∼80%가 실제로 투표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도쿄의 한국문화원과 각 지역 영사관 등 10곳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부재자 투표가 실시됐다. 재일 부재자 등록자는 1만8천628명이다.

제주도가 고향으로 재일동포 2세 정두수(80)씨는 생애 첫 투표를 했다는 점에 감격해하면서도 비례투표만 한다는 점을 불만스러워했다.

정 씨는 “오늘 와보니까 당에만 투표하라고 해서 약간 불만스럽다”며 “우리와 여러 가지 관계가 있는 후보자에게 투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군무원으로 끌려가 포로감시원으로 일했다는 이유로 BC급 전범으로 몰린 이들의 모임인 일본 동진회(同進會) 이학래(87) 회장은 “외국에 살아도 조국은 한국”이라며 “젊은이들에게도 투표하라고 권하겠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이 회장은 일본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일본으로부터 보상을 받지 못했으며, 1991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사죄와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이 회장은 “우리는 오랜 기간 조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정치에 참여할 수 없었다”면서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를 움직여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이미 사망한 동료의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는 생각에 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역시 생애 첫 투표를 학수고대해온 이희팔(88) 사할린 귀환 재일 한인회장은 “부재자 등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투표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끝내 눈물을 흘리며 발길을 돌렸다.

이 회장은 2010년 11월 모의 투표에 참가한데 이어 지난해 11월 부재자 등록시 민단(재일본 대한민국 민단)에 가서 부재자 등록 서류를 모두 작성했지만, 이를 정작 주일 대사관 측에 제출하지 않았다.

가슴에 등록 신청 서류와 여권 등을 품고 기대에 부풀어 차로 1시간 거리를 달려왔지만 사할린과 일본에서 평생 사할린 동포 귀국운동에 헌신해온 80대 노인으로서는 영문 모를 설명만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 씨는 “12월에 대선이 있다지만 그때까지 내가 살아있을지 어떨지도 모르는 것 아니냐”며 “국회의원을 내 손으로 뽑는다는 일념으로 몇번이고 공관과 민단에 찾아갔는데도 투표를 할 수 없다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기봉 영사는 “이번 선거가 끝난 뒤 미비점을 검토해서 외국 동포들도 국내 부재자처럼 우편으로 등록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투표 첫날 도쿄에서는 투표 등록자 5천758명 가운데 371명이 투표한 것을 집계됐다. (김종현 특파원)

○…중국 베이징(北京)시 차오양(朝陽)구 주중한국대사관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첫날부터 투표자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졌다.

이날 오전 8시(현지시간) 문을 연 투표소에는 인근 한국기업의 주재원, 대사관 직원을 비롯한 유권자들이 찾아왔으며 베이징 인근 톈진(天津)에선 35명이 단체로 버스를 타고 도착, 투표를 했다.

이날 12시께 투표자 수 100명을 넘어섰다.

주중대사관의 최광순 재외선거관은 “유권자들의 연락처를 메일로 톈진 한인회에 보내줬으며 이를 통해 한인회가 연락해 단체 투표가 이뤄졌다”면서 “선거법을 지키기 위해 투표자들이 버스 전세 비용을 갹출했다”고 전했다.

대사관 측은 대사관 입구에 투표 안내원 2명을 배치하고 투표장엔 투표절차 안내, 본인확인, 투표용지 배부 등을 위해 20명가까운 인원을 투입하는 등 준비에 상당한 신경을 썼다.

투표자를 위해 후보자안내 책자도 마련했으나 관련 정보를 알고 있어서인지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신삼호 특파원)

○…베트남 하노이 시내 한국대사관 4층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오전 8시(현지시간)부터 재외 국민들의 발길이 이어져 투표 등록자 수 656명 가운데 오후 3시 현재 45명이 투표를 마쳤다.

한국대사관 유경우 영사는 “선거 첫날 예상보다 많은 유권자들이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주 토, 일, 월 연휴이긴 하지만 다른 지역보다는 투표율이 높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김권용 특파원)

○…태국 방콕 주재 한국대사관에 마련된 재외국민 투표소에도 오전 8시(현지시간)부터 부부, 직장 동료 단위 등으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행렬이 이어졌다.

태국은 이번 투표를 앞두고 교민과 기업 주재원 등 1천308명이 재외국민 투표를 위한 등록을 마쳤다.

투표에 참가한 유권자들은 투표소 입구에서 진행요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투표권을 행사했으며, 투표를 마친 뒤에는 첫 재외국민 선거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도 보였다.

조강본 태국 재외국민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투표 첫날이지만 투표에 참여하려는 유권자들이 계속 투표소를 방문하고 있다”면서 “주말에는 더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표에 참여한 박종각 전 태국 한인회장은 “해외 교포들에게 처음으로 투표할 수 있는 기회를 줬기 때문에 당연히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선거는 교포들이 대한민국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현영복 특파원)

○…카자흐스탄 알마티시(市) 한국교육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도 현지 교민과 주재원, 대사관 직원들이 소중한 한 표의 권리를 행사했다.

오전 9시께 제일 먼저 투표장을 찾은 김성민(33·한국교육원 교사)씨는 “국민의 권리를 행사해 민주주의 발전에 이바지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족과 함께 투표를 마친 예천수(51.서울치과원장)씨는 “서울에 출장갈 일 때문에 일찍 왔다”면서 “재외국민 투표를 하니 외국에서 산다는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김지만 영사는 불상사를 막기위해 현지 경찰 2명이 투표소 외곽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고 말하고 높은 투표율을 기대했다. 낮 12시 현재 383명의 등록자 중 29명이 투표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투표는 대체로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중간에 투표용지 발급 프린터 이상으로 10여분 동안 투표가 지연되기도 했다.(이희열 특파원)

오클랜드·도쿄·베이징·하노이·방콕·알마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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