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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시민단체 너도나도 살생부 봇물…영향력은 ‘글쎄’

[4·11 총선]시민단체 너도나도 살생부 봇물…영향력은 ‘글쎄’

입력 2012-04-08 00:00
업데이트 2012-04-0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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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을 앞두고 시민단체가 앞다퉈 낙선운동 대상 후보 명단을 내놓고 있다.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시민단체의 낙선 후보 명단은 30여개에 이른다. 개별 후보에 대한 반대 성명이나 소규모 지역 단체에서 발표한 명단 등을 포함하면 100여개의 살생부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후보자 낙선운동은 주로 진보 계열 시민단체에서 활발하게 진행돼 왔다. 2000년 총선에서 40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총선연대가 처음 시도한 이래 낙선운동은 주요 선거 때마다 실시되는 시민단체의 정치활동으로 자리잡았다.

이번 총선에서 진보 성향 시민단체는 이전보다 더 조직적으로 낙선운동을 진행 중이다.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1000여개 단체가 모인 ‘2012 총선유권자네트워크(총선넷)’는 4일 심판 대상 후보 140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총선넷은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등 10여개의 분야별 연대 기구로 구성돼 있다. 과거 낙선운동이 후보들의 도덕성·준법성 등에 비중을 뒀다면 이번 선거에서 낙선운동은 정치적 이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총선넷 낙선 후보 명단에는 김종훈(새누리당·FTA협정 주도), 민병주(새누리당·찬핵활동), 서장은(새누리당·무상급식 반대), 이재오(새누리당·4대강 주도), 정병국(새누리당·노동 탄압), 하태경(새누리당·친일 옹호), 황우여(새누리당·정교분리 위반), 홍일표(새누리당·의료민영화 지지) 후보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 민주노총은 5일 ‘반노동 낙선대상자’ 11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홍준표(새누리당), 서상기(새누리당), 박선규(새누리당) 후보 등이 낙선운동 대상으로 지목됐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는 이목희(민주통합당), 원유철(새누리당) 후보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나쁜 친구’ 10명을, ‘4대강 되찾기 연석회의’는 김정권(새누리당), 송광호(새누리당) 후보 등 4대강 찬성 의원 31명을 각각 선정했다.

진보 시민단체들의 낙선운동이 여당 후보들을 집중 겨냥하자 이에 대항해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도 낙선운동에 동참하고 나섰다.

청년지식인포럼 story K 등 보수 성향 단체는 지난달 27일 129명의 ‘반(反) 대한민국 심판명단’을 발표했다. 노회찬(통합진보당), 강기갑(통합진보당), 박지원(민주통합당), 이인영(민주통합당) 후보 등이 진보·개혁 정당 후보들이 명단에 올랐다.

선정 기준도 ▲한미 FTA 반대 ▲천안함 대북규탄결의안 반대 ▲제주해군기지 반대 ▲북한인권법 반대 등으로 진보 단체들의 기준과 확연히 대비됐다.

기독교유권자연맹은 문학진(민주통합당), 우윤근(민주통합당), 김용민(민주통합당) 등 10명을 낙선 운동 대상자로 선정했고, 국책사업 반대행위 조사위원회는 14명의 후보를 4대강 사업 등 7대 국책사업에 반대한 정치인으로 지목했다.

낙선 대상 후보 명단 뿐 아니라 ‘좋은 후보’ 명단이 나오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진보 성향인 ‘99%를 위한 총선 점령 프로젝트’는 검찰개혁, 경제민주화, 언론개혁 등의 분야를 책임질 ‘종결자’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고, 보수 성향의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도 ‘좋은 후보’ 15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선거법상 제약 없어 살생부 난립…영향력은 감소

현행 공직선거법은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에 큰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향우회, 동창회 같은 사조직이나 공공기관이 아니라면 어떤 단체도 낙선 후보 명단을 발표할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낙선 후보 명단을 길에서 배포하거나 현수막을 설치하는 등 법에 저촉되는 일만 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기자회견을 통해 명단을 발표하고 언론을 통해 공개하는 것은 자유롭게 허용된다”고 밝혔다.

또 최근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이 허용됨에 따라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은 어느때보다 활기를 띄고 있다. 참여하고 있는 시민단체만 2000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낙선운동이 유권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2000개가 넘는 단체가 중구난방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관심도는 떨어질 것”이라며 “낙선운동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기 힘들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서울 영등포을 선거구 유권자인 김재동(31·회사원)씨는 “낙선자 명단을 인터넷에서 몇 번 보긴 했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진 못한 것 같다”며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진보단체는 與, 보수단체는 野 심판…공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과거와 달리 시민단체의 정치 성향이 낙선 후보 명단에 크게 반영돼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의 단체가 한미FTA, 4대강 사업, 천안함 사건 등 정치적 이슈에 대한 찬반 여부를 낙선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어 누구나 공감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미 FTA 협상을 이끌었던 새누리당 김종훈(서울 강남을) 후보 처럼 진보 단체의 ‘심판 후보’ 명단과 보수 단체의 ‘좋은 후보’ 명단에 모두 오르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서울 광진을 선거구 유권자인 장안나(25·여·취업준비생)씨는 “진보단체 명단에는 새누리당 후보만 있고 보수단체 명단에는 민주당 후보만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낙선운동이 후보자에 대한 판단근거가 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시사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시민단체가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그 효과가 떨어진다면 다시 한번 낙선운동의 방식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 박사는 “도덕성이나 ‘철새 정치’ 등의 기준으로 접근하면 보수, 진보를 떠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선거가 끝나면 낙선운동에 대해 평가해 보고 대중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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