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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개 日강제동원 공탁기록 들여다보니

첫 공개 日강제동원 공탁기록 들여다보니

입력 2010-04-12 00:00
업데이트 2010-04-1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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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일본 정부로부터 광복후 처음 넘겨받은 강제동원 노무자들의 공탁금 기록은 이를 작성한 기업별로 자료 가치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일본이 건넨 조선인 노무동원자 공탁서 부본 17만5천명분(총 공탁금액 2억7천800만엔) 자료에는 일본 전역의 작업장 1천300곳에 끌려가 노역에 동원된 조선인 노무자의 기록이 들어 있다.

 12일 연합뉴스가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확인한 결과 공탁서 부본은 기업별로 이름,본적지,입사와 해고연월일,공탁 이유와 공탁금을 세세히 적은 자료도 있지만 이름과 공탁금액 정도만 허술하게 적어놓은 것도 많았다.

 이 자료는 일제강점기 때 강제동원되고도 피해를 입증하지 못했던 한인 노무자들이 피해 사실을 증명하고,정부 지원금 형태로 체불임금을 받을 길을 여는 데 결정적인 증빙자료가 된다.

 하지만 본적지가 안 적혀 있으면 주소 추적을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나 그 가족을 찾을 수 없어서 피해 사실 입증과 보상금 지급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보상할 수 있도록 서류 내용이 잘 갖춰진 사례로는 후쿠오카현에 있는 미쓰이 화학공업주식회사 미이케 염료공업소 명부가 있다.

 사망자 7명과 징용 해제된 165명의 미불금액이 적혀 있는 이 자료의 공탁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1946년 1월27일 일본 법무성 후쿠오카 공탁국에 미지급금을 맡겼다.

 회사 측은 “채무자인 공탁자가 별지내역서에 기재된 채권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동산보험,보험금,미지급금인데 귀성해서 교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공탁 이유를 적었다.

 수기로 작성한 내역서의 한 사례를 보면 창씨개명한 이름은 대안상섭(大安相燮),본적지는 전북 진안군 xx면 oo리,입사연월은 1945년 2월17일,해고연월은 1945년 8월,해고이유는 현지 사망자,미불금은 470엔,비고란에는 ‘본인 사망으로 법정 수취인이 미불금을 받을 수 있다’고 상세히 쓰여 있다.

 이 회사의 공탁금 부본에 이름이 있는 172명은 미불임금이 모두 동일하게 470엔으로 적혀 있는 게 특징인데,기업이 노무자에게 월급을 일괄 지급하려다 일제의 패망으로 공탁한 것으로 추정된다.

 위원회 관계자는 “현지에서 사망했으면 사망에 관한 각종 수당이 붙어 있어야 하고,미불금은 개인마다 받지 못한 돈이므로 액수에 차이가 있어야 하는데 특이하게 모두 같은 금액으로 적혀있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정부가 기록을 토대로 한화 2천원을 곱한 금액을 지급할 수밖에 없으며,사망자로 판명되면 위로금 2천만원을 추가 지급한다.

 하지만 기록이 허술해 공탁금 자료를 사실상 무용지물로 만든 기업도 있다.일본 오카야마현의 미쓰비시 광업주식회사 나오시마 제련소의 자료가 대표적인 예다.

 510명의 미불금액이 적혀있는 이 자료의 공탁서를 보면 이 회사는 1946년 12월3일 다카마쓰 공탁국에 미불임금을 맡겼다.

 공탁 이유로는 “위 돈은 채무자인 공탁자가 별지 내역서에 기재된 채권자에게 지불해야 할 급료,제 수당,예금인데 채권자의 주소가 명확지 않아 지급할 수 없었다”고 적었다.

 그러나 내역서를 보면 주소는 전혀 알 수 없고 창씨개명한 이름과 공탁금액만 적혀 있다.일례로 이름은 서강주환(西岡周換),공탁금액은 1천277엔,공탁내역은 저금·적립금이라고 적혀 있을 뿐 강제 동원에 관한 기록은 일절 없다.

 위원회에 피해 신고가 돼 있는 사람 중에 이름 두 자가 같은 사람을 추려내고,그 중에서 제련소에서 일한 사람을 다시 골라내는 방법으로 당사자를 추적할 수는 있지만 사실상 피해자를 찾아내 보상금을 지급하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다만 “나오시마 제련소는 그동안 위원회가 발굴해 갖고 있던 300여개 명부에서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었던 작업장으로 이번에 처음 징용 사실과 공탁 사실을 발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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