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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기고 끊긴 갑판·전깃줄 실타래처럼 뒤엉켜

찢기고 끊긴 갑판·전깃줄 실타래처럼 뒤엉켜

입력 2010-05-21 00:00
업데이트 2010-05-2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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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벗은 함수·함미 절단면 - 프로펠러는 깨지지 않고 일부 둥글게 말려 있어

19일 오후 3시 경기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 안으로 들어서자 건설현장의 외벽과 같은 철판들로 주변이 차단된 채 거치대에 올려져 있는 천안함을 만났다. 두 동강나 침몰한 지 54일 만에 첫 외부와의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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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공개된 함수·함미 민·군 합동조사단이 19일 경기 평택 해군제2함대사령부에서 처음으로 천안함 절단면의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다. 공개된 절단면은 전선이 어지럽게 늘어져 있고 두께 11.5㎜의 철판이 엿가락처럼 휘어 있는 참혹한 모습이었다. 함미 절단면의 오른쪽 선체 바닥(위)에는 어뢰가 폭발하면서 생긴 버블제트의 흔적이 남아 있다. 함수 절단면(중간)의 왼쪽, 함미 절단면의 오른쪽이 심하게 말려 올라가 아래에서 강한 압력이 가해졌음을 알 수 있다. 국방부 제공
언론공개된 함수·함미
민·군 합동조사단이 19일 경기 평택 해군제2함대사령부에서 처음으로 천안함 절단면의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다. 공개된 절단면은 전선이 어지럽게 늘어져 있고 두께 11.5㎜의 철판이 엿가락처럼 휘어 있는 참혹한 모습이었다. 함미 절단면의 오른쪽 선체 바닥(위)에는 어뢰가 폭발하면서 생긴 버블제트의 흔적이 남아 있다. 함수 절단면(중간)의 왼쪽, 함미 절단면의 오른쪽이 심하게 말려 올라가 아래에서 강한 압력이 가해졌음을 알 수 있다.
국방부 제공


열려 있는 문을 통해 바닷물이 썩을 때 나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문 안쪽으로 천안함의 고유번호 ‘772’이란 숫자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길이 88m에 너비 10m, 높이 23m의 웅장함이 묻어나는 모습으로 물위에 있어야 할 천안함이 육상에 올려진 모습은 ‘처참함’ 그 자체였다. 안쪽으로 들어서자 오른쪽으로 폭발 당시 떨어져 나간 연돌(연통) 부분이 종이처럼 찢겨진 모습으로 초라하게 놓여 있었다. 연돌과 갑판으로 연결된 철판은 이리저리 뜯겨 있었다. 정면으로 충돌한 자동차의 앞부분처럼 움푹 들어가 있었다.

선체는 한달여간 물속에 있었던 터라 심하게 녹슬어 순간, ‘이런 고철덩어리가 진짜 전투함정인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몇 걸음 지나 절단면 부근을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 억지로 끊어 놓은 것처럼 수백가닥의 전깃줄이 땅을 향해 늘어져 있었다. 억지로 당겼을 때 장력을 견디지 못해 터진 것 같은 전깃줄의 절단부분들이 어지럽게 엉켜 있는 모습이었다.

절단면 사이로 드러난 선체 통로와 선실의 모습에선 천안함 침몰로 순국한 장병들의 영혼이 아직도 남아 있는 듯 싸늘함이 느껴졌다.

선실 바닥과 갑판은 종잇장처럼 휘어져 하늘을 향해 있었을, 선실바닥의 일부는 선실 안쪽 벽에 달라붙어 있었다. 말이 필요없었다. 좌초나 피로파괴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강력한 폭발이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천안함의 왼쪽 하부는 선체 외벽이 안으로 꺾여져 들어와 있었다. 함체의 아주 넓고 큰 철판이 급격한 각도로 내부로 휘어진 모습은 선체 왼쪽 아래에서 아주 강한 외부충격이 있었음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처음 어뢰가 선체 부근에서 폭발하면서 생긴 충격파의 증거로 보였다. 프로펠러 부분 역시 깨지지 않은 채 오른쪽 일부만 선체쪽으로 둥글게 말린 정도였다.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 경우 빠르게 돌고 있던 프로펠러가 정지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합조단 관계자는 설명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2010-05-2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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