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대사관 측은 이달 중순 외교부 동북아시아국 소속 당국자 20여명을 서울 시내 모 식당으로 초대해 송년회를 겸한 만찬을 가졌다. 대사관 측은 또 비슷한 시기 다른 국·실에 근무하는 중국통(通) 간부와 직원들을 소그룹으로 나눠 서울 강남 등지에서 별도로 만찬을 베풀었다. 참석자들은 대체로 “아주 성대한 만찬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어느 나라 대사관이나 연말이 되면 주재국 외교부 당국자들을 초청해 송년회를 여는 게 관행”이라며 “그런 만찬은 예년에도 가져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나라나 대사관은 주재국 외교부에 민원을 부탁해야 하는 ‘을(乙)’의 처지이기 때문에 친분을 유지하기 위해 식사를 대접하는 게 다반사라는 얘기다. 관계자는 “중국 주재 한국대사관도 중국 외교부 당국자들을 초청해 송년회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 관련 업무를 맡지 않고 있는 당국자들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초청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외교부 관계자는 “다른 국·실에서도 중국대사관 측의 초청을 받았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어떤 범위까지 초대받았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해, 중국대사관 측이 ‘각개격파식 만찬 세례’를 퍼부은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이에 따른 한국의 군사훈련으로 한·중관계가 악화된 시점에서 중국대사관 측이 막후에서 대대적인 만찬을 제공한 점이 주목된다.”고 했다. 한편에선 다른 나라 외교관들이 중국 측의 이 같은 ‘물량공세’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다는 얘기도 들린다. 소식통은 “일본대사관도 과거에는 푸짐한 만찬을 베풀었는데, 요즘은 규모가 작아졌다.”면서 “미국, 유럽 등 선진국도 대사관 판공비가 인색하기 때문에 중국처럼 통 크게 쓰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2010-12-31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