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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김정일 면담 불발… ‘메시지’만 갖고와

카터, 김정일 면담 불발… ‘메시지’만 갖고와

입력 2011-04-29 00:00
업데이트 2011-04-29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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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 ‘디 엘더스’ 서울 도착

‘한반도 평화 전령사’를 자처해 방북했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일행이 ‘조건없는 대화·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들고 서울로 왔다. 특히 카터 일행은 “북한이 핵문제에 대해 미국뿐 아니라 남한정부와 직접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밝힘에 따라 남북 간 비핵화 회담 개최에 한 걸음 다가선 모양새다. 우리 정부는 그러나 “기존 입장과 다르지 않다.”고 밝히는 한편 개인 차원의 방북이라고 선을 긋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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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 간의 방북 일정을 마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디 엘더스’ 회원들이 28일 남북회담본부에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접견하기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그로 브룬틀란 전 노르웨이 총리, 카터 전 대통령, 현 장관,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 마르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2박 3일 간의 방북 일정을 마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디 엘더스’ 회원들이 28일 남북회담본부에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접견하기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그로 브룬틀란 전 노르웨이 총리, 카터 전 대통령, 현 장관,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 마르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카터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김 위원장의 개인메시지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북한이 한국뿐 아니라 미국, 다른 당사국과 언제든지 모든 주제를 놓고 사전 조건 없이 협상할 용의가 있고 ▲구체적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내용이다. 대화상대를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언급했다는 점, 또 처음으로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북한이 비핵화 논의에 한 걸음 진전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에 대해서는 이전과 같은 입장을 되풀이했다. 북한은 카터 일행을 통해 “인명피해에 대해서는 깊은 유감을 표명하지만, 천안함·연평도 사건은 우리와는 무관하며 사과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북한의 입장은 대화공세는 지속하되 저자세로는 나가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숨은 메시지를 읽어보면, 대화는 하고 싶지만 남한이 까다로운 요구 조건(천안함·연평도에 대한 사과)을 내걸어 대화할 수 없다는 북한의 주장에서 변한 것이 없다.”면서 “북한이 적어도 지금의 대남 태도를 바꿀 의사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카터 전 대통령 일행을 만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남북 비핵화 회담→북·미대화→6자 회담’의 3단계 대화론에 동의는 하지만, 천안함·연평도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까지 양보할 의사는 없다는 얘기다. 방북 전에 이미 미국 국무부에서 “개인차원의 방북”이라고 한 데다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역시 “제3자를 통해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방북 가치를 떨어뜨린 점도 한몫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카터 전 대통령을 비롯한 ‘디 엘더스’의 방북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북 전문가는 “천안함·연평도에 대한 사과나 비핵화 진전 등을 말하려면 김정일을 만났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통 큰 제안을 하기엔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 목사를 구해오지 못한 점이나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외부에서는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뒷짐 지는 모습을 보인 점도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정부 당국자는 “개인 차원의 방북인 데다가 김 위원장을 만난 것도 아닌 것에 대해 의미를 두거나 판단을 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면서 선을 그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2011-04-2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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