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외교 삼국지’ 오늘 개막
정부는 다음달 1일 개최되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동북아에서 우리만의 외교적 입지를 더욱 넓히려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남중국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등 변수가 이어지면서 풀어야 할 난관도 적지 않다.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절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왼쪽에서 네 번째) 할머니가 30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다음달 2일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하지 않으려면 오지도 말라”고 외치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문제는 정부의 의도와 달리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3국 정상회의의 의장국으로서 한·일은 물론 중·일 간의 화해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위안부 문제는 한국은 물론 중국과도 연결된 사안이다. 다음달 2일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아사히와 마이니치 등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상회담이 위안부 문제를 매듭짓는 기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일본은 시큰둥한 상황이다.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관방부장관은 30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입장은 이제까지 밝혀온 대로이며 전제 조건 없이 정상회담을 개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문제를 매듭짓고자 하지만 일본은 그럴 생각이 없다는 얘기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시 서울 체류 중 내외신 기자회견을 개최하려다, 하지 않기로 했다. 일본 주요 언론 역시 한·일 정상회담 보도에 관심을 크게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중국은 위안부 문제를 계기로 한·중이 일본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만들고 싶어한다. 중국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위안부 기록을 등재하기 위해 한국과 공조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은 이런 의도가 깔린 것이다.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민간단체 소관이라며 선을 긋고 있는 것은 잔치를 앞두고 일본을 자극하는 모양새를 취하지 않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남중국해 문제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27일 미 해군 구축함 라센함이 남중국해 수비 환초(중국명 주비자오) 12해리(약 22.2㎞) 이내를 항해하면서 미·중 간에 긴장감이 조성되자 일본은 미국을 지지했다. 한·중·일 정상회의나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남중국해 문제에 소극적인 정부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공개적으로 물을 수도 있다. 우리 측이 껄끄러운 문제를 비켜가면 일본은 이를 계기로 다시 수그러져 가던 ‘중국경사론’을 끄집어 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감한 이슈인 사드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도 곤혹스럽다. 록히드마틴이 공식, 비공식적으로 한·미 간에 사드 배치가 논의되고 있다고 밝힌 것. 정부는 공식 논의된 바 없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중국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한·중·일 정상회의가 자칫 현안에만 매몰돼 당초 취지는 사라지고 갈등만 남는 최악의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2015-10-31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