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낡고 대로변 위치 ‘보안 취약’ 남북 유엔가입 통보 ‘아픈’ 기억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번 방중에서 처음으로 몸을 눕힌 양저우(揚州) 영빈관은 양저우 최초의 5성급 호텔로 시정부가 직영하는 영빈관이다. 정원 및 숙소 배치 등이 베이징의 국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를 닮았다고 해서 ‘양저우의 댜오위타이’로도 불린다. 1997년 세워졌기 때문에 당연히 1991년 10월 마지막 방중 당시 김일성 주석이 묵었던 호텔이 아니다. 김 주석은 당시의 최고급 호텔인 양저우 빈관에 묵었고, 그 당시 사진이 이 호텔에 걸려 있다.아버지에 대한 향수를 되살리려는 목적도 있는 이번 방중에서 김 위원장은 왜 김 주석이 묵었던 숙소를 외면하고, 양저우 영빈관을 택했을까. 일단은 보안이나 시설상의 문제 때문에 북·중 경호 당국이 양저우 영빈관을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양저우 빈관은 2008년 개조공사를 하긴 했지만 3성급 수준인 데다 대로변이어서 보안상 문제가 있다. 반면 양저우 영빈관은 100무(畝·1무는 약 200평)가 넘는 넓은 대지에 낮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데다 사방이 높은 벽으로 둘러쳐져 있어 취재진의 접근을 막을 수 있고, 시설도 수준급이다. 최고급 객실 숙박료는 1만 8800위안(약 313만원)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아픈 기억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 주석의 방중은 1990년 3월 방북한 장쩌민(姜澤民) 당시 공산당총서기에 대한 답방 차원에서 이뤄졌다. 당시 장 총서기는 평양에서 김 주석에게 ‘남북 유엔 동시 가입’ 찬성 입장을 통보했고, 결국 김 주석 방중 한 달 전 유엔총회에서 남북 동시 가입안이 통과됐다. 김 주석으로서는 기분 좋게 방중할 수만은 없었던 상황이고, 이런 역사를 잘 아는 김 위원장이 양저우 빈관에 짐을 풀기는 어렵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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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4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