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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로켓발사] ‘새 영도자’ 김정은의 손익계산서

[北로켓발사] ‘새 영도자’ 김정은의 손익계산서

입력 2012-04-13 00:00
업데이트 2012-04-1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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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심리적 위축”…식량지원 끊기고 제재·고립 예상체제 결속엔 도움…대미압박용 카드 아직 유효

북한은 13일 오전 장거리 로켓인 ‘광명성 3호 위성’을 발사한 뒤 4시간 20여분 만인 낮 12시3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사사실을 확인하면서 궤도 진입 실패를 시인했다.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최고인민회의가 처음 열리는 이날 오전에 ‘광명성 3호’를 발사한 데는 국방위원장 승계가 예상되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위상 격상을 미리 축하하려는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당은 지난 11일 제4차 당대표자회를 열어 당 중앙군사위원장과 최고사령관직만 갖고 있던 ‘새 지도자’를 당 제1비서, 중앙군사위원장으로 추대하고 이를 ‘대경사’라고 자축했다.

이런 점에서 북한에는 4월13일이 지난해 12월 최고사령관 승계로 군부를 장악한 김 1비서가 11일 당대표자회에서 당권 장악에 이어 정권(국가기구) 장악까지 완료하는 ‘역사적인 날’인 셈이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가 외견상 완성되는 이날에 맞춰 ‘광명성 3호’라는 축포(?)를 쏘아 올렸으나 궤도 진입에 실패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이제 시동을 건 김정은 체제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게 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로켓 발사 실패로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가 심리적인 위축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지도부 내에서 책임소재를 따지는 작업이 조용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북한은 몇 년 전부터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4월15일·태양절)을 맞는 2012년을 ‘강성국가의 대문을 여는 해’로 선전해왔다. 특히 ‘광명성 3호’ 발사는 ‘강성대국 진입’을 시각적으로 알리는 상징적 과업이었다.

북한 매체들은 ‘광명성 3호’ 발사를 김 주석 100회 생일과 ‘강성국가 선포’와 결부해 북한 전역의 분위기를 띄우는 데 주력해왔다.

많은 전문가는 북한이 김 주석 생일에 대규모 경축행사를 열어 ‘강성국가 진입’을 선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의 실패로 당대표자회-최고인민회의-‘광명성 3호 발사’-‘태양절’을 거쳐 3대 세습을 마무리하고 ‘강성국가’를 선포하려던 북한의 스케줄에는 일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위성 발사’를 통해 주민들에게 “우리나라는 군사강국, 경제강국”이란 희망을 심어주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 북한의 로켓 발사 강행은 성공과 실패를 떠나 그 자체만으로도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 식량지원 중단 등 대외적인 면에서도 적지않은 손실을 초래하게 됐다.

당장 북한의 로켓 발사를 규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곧 열릴 전망이다. 북한의 2006년과 2009년 장거리 로켓 발사 당시의 전례를 감안하면 유엔 안보리는 소집 이후 7∼10일이면 북한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식량지원도 무산돼 고질적인 식량난 해결도 차질을 빚게 됐다. 미국은 13일 북한과 합의한 24만t 규모의 대북식량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북한의 로켓 발사 강행이 김정은 체제에 대내외적으로 큰 손실을 초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적인 손실이 있을지는 현재로선 가늠하기 쉽지 않다. 북한 입장에서는 로켓 발사에 이익이 전혀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

일단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결정하더라도 2009년 6월 북한의 2차 핵실험 직후 채택된 유엔 안보리 의 대북제재 결의안 1874호보다 더 강한 조치가 나오긴 어렵다.

결의안 1874호에는 대량살상무기의 거래와 이전 금지, 관련 자산 동결, 관계자의 여행금지 등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부분의 제재안이 담겨 있다. 여기에 굳이 추가한다면 ‘김 1비서의 해외여행 금지’와 같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중국의 반대로 대북제재 결의안이 무산될 수도 있으며, 중국이 미국 대신 식량지원(또는 광물과 교환 등)을 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미국의 식량지원 중단을 ‘2·29 북미합의 파기’로 규정하고 3차 핵실험 또는 추가 미사일 발사, 우라늄농축 활동 강화 등으로 맞설 조짐이다. 북한의 대미 압박용 카드는 아직 남아있는 셈이다.

대내적으로도 미국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로켓 발사를 강행한 김 1비서의 ‘담력과 배짱’을 선전하며 주민결속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교수는 “북한은 실패를 시인했지만 앞으로 발사 그 자체에 초점을 두고 체제선전을 강화할 것”이라며 “미국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은 김 1비서의 결단을 부각해 당분간 주민결속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 교수는 “이번 로켓 발사 강행이 김정은 체제에 어떤 손실과 이익을 안겼는지는 좀더 두고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yoonik@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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