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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회담 제의에서 대화국면 ‘파탄’…긴박했던 8일

당국회담 제의에서 대화국면 ‘파탄’…긴박했던 8일

입력 2013-06-13 00:00
업데이트 2013-06-1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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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13일 남북당국회담 무산의 책임을 남측으로 돌리고 회담에 “털끝만한 미련도 가지지 않는다”고 밝힘으로써 오랜만에 열린 남북대화 국면은 8일 만에 끝나게 됐다.

남북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개성공단 사태를 비롯한 포괄적인 현안을 두고 머리를 맞댈 것으로 기대됐지만 수석대표의 ‘격(格)’ 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당국회담을 여는 데 실패했다.

◇ 北의 전격 제의로 열린 대화 국면

대화 국면은 지난 6일 정오 무렵 북한 조평통이 대변인 특별담화문을 통해 6·15 공동선언 발표 13주년을 맞아 개성공단 정상화 등을 위한 남북 당국간 회담을 열자고 전격적으로 제의하면서 시작됐다.

조평통이 제안한 의제에는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와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 6·15 공동선언과 7·4 공동성명 발표의 공동 기념 방안까지 포함돼 있었다.

개성공단 사태의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당국 회담을 열자는 남측의 제의를 고집스럽게 거부하던 북한이 입장을 급선회하면서 매우 포괄적인 당국 회담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우리 정부는 같은 날 저녁 북한의 제의에 화답하며 회담 의지를 보여줬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7시께 긴급브리핑을 열어 북한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남북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장관급 회담을 12일 서울에서 열자고 제의했다.

남북 양측이 당국 회담을 여는 데 합의하자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도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히며 국면 전환에 대한 기대를 표시했다.

북한도 대화 국면의 진전에 속도를 냈다.

조평통 대변인은 다음날인 7일 오전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12일 회담에 앞서 9일 개성에서 실무접촉을 먼저 갖자고 제의했다.

북한은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던 지난 3월 11일 끊은 판문점 적십자 연락 채널도 재가동했다.

우리 정부는 같은 날 오후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북한의 실무접촉 제안을 받아들이고 장소를 개성 대신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으로 하자고 제의했다.

북한이 바로 다음날 이를 수용함으로써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협의하기 위한 제39차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열린 2011년 2월 이후 처음으로 남북 실무접촉이 열리게 됐다.

남북 양측은 실무접촉에 나설 당국자 명단도 확정했다.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과 김성혜 조평통 서기국 부장이 각각 남과 북의 수석대표를 맡았다.

◇ 수석대표 ‘格’ 문제로 갈등…당국회담도 무산

남북 당국 실무접촉은 9일 오전 10시를 조금 넘긴 시각에 열렸다.

이날 오전만 해도 양측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대화한 것으로 알려져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를 높였으나 오후 들어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12일 열릴 본회담 수석대표의 급을 둘러싸고 양측이 이견을 보인 것이다. 장관급 회담을 제안한 남측은 북측 수석대표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요구했지만 북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실무접촉은 17시간 동안 계속돼 이튿날인 10일 새벽에야 끝났다.

남북 양측은 진통 끝에 합의문을 만들었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부분 때문에 서로 다른 합의문을 발표해야 했다.

양측은 12일 서울에서 1박2일 동안 ‘남북당국회담’을 여는 데는 합의했지만 수석대표의 급에 대해서는 남과 북이 각각 ‘남북문제를 책임지고 협의·해결할 수 있는 당국자’, ‘상급 당국자’라는 모호한 표현을 썼다.

회담 의제에 대해서도 남측 발표문에는 6·15와 7·4 성명 발표일의 공동 기념 문제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북측 발표문에는 명시돼 양측의 입장 차를 보였다.

남북 양측이 실무접촉에서부터 수석대표의 급을 둘러싸고 기싸움을 벌이자 이 문제는 당국회담을 앞두고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양측이 당국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오후에도 대표단 명단을 확정하는 문제로 갈등을 빚자 회담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북측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대신 강지영 조평통 서기국 국장을 수석대표로 제시했고 우리 정부도 격을 낮춰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내놓았다. 이에 북측이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북측은 대표단의 파견을 보류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12일 당국회담은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회담 무산 이후 침묵을 지키던 북한은 13일 새벽 발표한 조평통 대변인 담화에서 책임을 남한에 돌리고 회담에 미련이 없다고 밝혀 그나마 남아있던 실낱같은 기대마저 사라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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